2019. 4. 9. 09:25ㆍ나비 이야기
봄이 오고 나비들이 다시 모습을 드러낼 때 쯤이면
가장 먼저 만나보고 싶은 나비가 있습니다.
바로 유리창나비로, 대체로 물이 좋은 계곡 주변에서
그 모습을 보여주는 나비입니다.
서울 근교에서는 4월 초 무렵 그 모습을 보여 주는데
이곳저곳에서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날 무렵 유리창나비도
비로소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올해 유리창나비를 처음 조우한 곳은 특이하게도
어느 작은 사찰의 소각장 주변이었습니다.
잿더미 위에 앉아 무언가를 열심히 빨아 먹고 있는 중이더군요.
햇살 좋은 날을 골라 며칠동안 계곡 주변을 서성이며
반갑기 그지없는 우아한 첫 만남을 고대하고 있었는데...
잿더미 위에 앉아 있는 유리창나비의 모습을 발견하는 순간
왠지 맥이 풀리는 느낌이더군요ㅎㅎ
하지만, 그래도 반가운 마음을 아주 숨길 수는 없었습니다.
녀석이 앉아 있는 장소야 어떻든 올해 첫 만남이니, 그 모습을
카메라로 남겨 놓기로 합니다.
나비 이름과는 다소 동떨어진 듯한 '유리창'이란 이름을
가지게 된 배경엔, 양 날개 끝부분의 두 개의 동그란 원형무늬
때문일 것입니다.
투명 점막으로 이루어진 원형무늬가 유리창을 연상케 해서
붙여진 이름일 것입니다.
이 녀석은 유리창나비의 수컷입니다.
황금빛 바탕에 검정색이 알락무늬 형태로 섞여 있는 날개의 윗면은
햇살 아래에서 보면 눈이 부실만큼 반짝이고 또 매력적이더군요.
수컷은 정오 무렵이면 땅바닥이나 계곡 주변의 바위에 내려 앉아
열심히 무언가를 빨아 먹거나 물을 마시는 모습을 보여 주는데,
나비에 관한 통념과 다르게 유리창나비도 꽃을 향해 날아들지 않는
여러 나비들 중의 하나에 속합니다.
열심히 먹이활동을 한 후에 오후 서너 시가 되면
주변의 높은 나뭇가지 위로 올라가 날개를 펴고 앉아 점유행동을
시작합니다.
점유행동이란, 나비들이 일종의 자기영역을 지키는 행위로
암컷과의 짝짓기를 위해 수컷들이 경쟁을 벌이는 행위에 속합니다.
주로 숲에서 살고 있는 나비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행위이기도 합니다.
유리창나비의 암컷은 수컷에 비해 약 열흘 정도 늦게 발생한다고 합니다.
암컷은 좀체 그 모습을 만나기 어려운 편인데, 나비애호가들에겐
암컷을 만나는 것이 행운에 속할 정도입니다.
번데기 형태로 긴 겨울을 보낸 뒤 봄이 되면 그 화려한 모습을
약 한 달 정도 보여주다가 다시 사라져 버리는 대표적인 봄나비로,
이 녀석의 출현과 함께 비로소 나비 시즌이 시작되는 편이기도 합니다.
어린 시절 긴 골목의 끝자락에서 첫사랑 소녀를 기다리듯
설레게 했던 녀석이었는데, 다행히 첫 만남부터 멀리 달아나지 않고
마음껏 함께 놀아주더군요.
그래서 즐겁게 이런저런 다양한 모습을 충분히 담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유리창나비와의 반가운 첫 만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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