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아문학박물관... 신달자 시인의 시낭송회를 다녀왔습니다~!

2019. 9. 30. 12:29세상 이야기



해마다 한두 번은 꼭 찾아가는 잔아문학박물관에서

9월 마지막 주말에 신달자 시인의 시낭송회에 초대한다는

뜻밖의 연락을 받고, 문학관을 다시 다녀왔습니다.


양평군 서종면에 위치한 잔아문학박물관은 여느 문학관과는

다른 이야깃거리를 제공하는 곳으로, 특정 문인을 추모하는

공간이 아닌 테라코타로 빚어낸 세계 문호들과 한국 문인들의

흉상을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었습니다.

그 특별한 곳에서 신달자 시인과의 결코 잊을 수 없는 더더욱

'특별한' 만남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잔아문학박물관에서는 문인들의 흉상뿐만아니라 정원의

이곳저곳에 자리잡고 있는 또다른 테라코타 인형들도 만나볼 수 있는

곳입니다.

테라코타는 점토를 높은 온도에서 구워낸 인형으로, 모두

이곳 박물관에서 직접 제작한 것이라고 합니다.





문학관 앞에는 이렇게 시낭송회를 위한 무대가 설치되어 있더군요.

문학관에서는 해마다 낭송회를 개최하고 있는데, 올해로 7회 째를

맞이한다고 합니다.





문학관 뜰에는 벌써 가을빛이 조금씩 내려앉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물감을 뿌려 놓은 듯 나무마다 단풍이 슬그머니 물들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예정된 시간이 다가오면서 무대 앞은 시낭송회를 참관하러온

사람들로 하나둘 씩 채워지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함께 문학관을 찾은 일행과 함께 적당한 자리를 고른 후 낭송회가

시작되기를 기다렸습니다.





한켠에서는 낭송회를 위해 찬조출연해주신 양평기타합주단원들이

감미로운 음악을 계속해서 들려주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시간이 다가오고 낭송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잔아문학박물관 관장이신 소설가 김용만 작가님께서 인삿말을

전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잠시 후, 함께 문학관을 운영하고 계시는 여순희 시인님도 함께

무대로 올라오셨습니다.

두 분은 부부 사이로, 여순희 시인님은 테라코타 작가로도 활동하고
계시는데 문학관의 모든 테라코타 인형은 여순희 작가님의 손을 통해

탄생한 것이라고 하더군요.











인삿말이 끝난 후, 양평기타합주단의 연주와 함께 본격적인

낭송회가 시작되었습니다.

















가장 먼저 무대로 올라와 신달자 시인님의 시 '편지'를

낭독하고 있는 장옥경 작가님의 모습입니다.





다음으로, 자작시 '이승 계산은 엉터리다'를 낭독하고 있는

조경화 시인의 모습입니다.











자작시 '구둔역'을 낭독하고 있는 신동명 시인의 모습입니다.






네 번째로, 신달자 시인님의 시 '저 거리의 암자'를 낭송하고 있는

최미경 작가의 모습입니다.

시낭송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분이라고 하더군요.











자작시 '고독'을 낭송하고 있는 이덕 시인의 모습입니다.






자작시 '반죽에서 나는 소리'를 낭송하고 있는 강정례 시인의

모습입니다.











그리고, 드디어 신달자 시인께서 무대로 올라 오셨습니다.

올해 일흔일곱의 나이가 되셨다고 하시더군요.

아담한 체구에 은은한 미소를 곁들인 한없이 편안해 보이는 모습과

분위기를 지닌 분이셨습니다.





무대 앞의 청중들을 향해 인삿말을 건네고 계시는 모습입니다.

한때, '백치애인'이란 에세이집으로 세간의 화제를 불러 일으켰고

소설 '물 위를 걷는 여자'로 다시 한 번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유명 작가의 모습을 직접 눈앞에서 바라보고 또 낭송까지 들어보는,

그야말로 특별한 경험의 순간을 마주하고 나니 왠지 마음마저

뿌듯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30여년 전, 시인의 시집 '백치슬픔'을 구입해서 읽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그 시집 속의 시들을 친구들에게 편지로 많이 보내주곤 했었는데

지금도 비록 어느 정도 색이 바래긴 했지만, 여전히 책꽂이를 차지하고

있는 중입니다.





자작시 '등 푸른 여자'와 '열애' 두 편을 직접 들려 주시더군요.

부드러우면서도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낭송을 해주셨습니다.













등 푸른 여자



바다를 건너 왔지


바다에서 바다로 청람 빛 갈매 속살에 짓이겨지면서
그 푸른 광야를 헤엄쳐 왔지
허연 이빨 앙다문 파도가 아주 내 등에서 살고 있었어
성깔 사나운 바다였다
내 이빨 손톱 발톱을 다 바다에 풀어 주었다
바다를 건너기 위해서는 단단한 것을 버리고
바다와 몸 섞지 않으면 안 된다
물길을 따르기만 했는데 팔뚝 굵어진 여자
망망대해의 질긴 심줄이 등으로 시퍼렇게 몰렸다
드디어
암벽화처럼 푸른 지도가 내 등 위에 그려지고 있었어
내 등에 세상의 바다가 다 올려져 있더군
몇만 겹줄을 벗겨 내도 꼼짝 않는 바다
바다를 건너와서도 내려지지 않았다
시퍼렇게 시퍼렇게 바다를 걷어 내어
지상의 돛으로나 우뚝 세우고 싶은
내 몸에 파고든 저 진초록 문신














열애



손을 베었다
붉은 피가 오래 참았다는 듯
세상의 푸른 동맥 속으로 뚝뚝 흘러내렸다
잘되었다
며칠 그 상처와 놀겠다
일회용 밴드를 묶다 다시 풀고 상처를 혀로 쓰다듬고
군것질하듯 야금야금 상처를 화나게 하겠다
그래 그렇게 사랑하면 열흘은 거뜬히 지나가겠다
피 흘리는 사랑도 며칠은 잘나가겠다
내 몸에 그런 흉터 많아
상처 가지고 노는 일로 늙어 버려
고질병 류마치스 손가락 통증도 심해
오늘 밤 그 통증과 엎치락뒤치락 뒹굴겠다
연인 몫을 하겠다
입술 꼭꼭 물어뜯어
내 사랑의 입 툭 터지고 허물어져
누가봐도 나 열애에 빠졌다고 말하겠다
작살내겠다.












시인의 낭송이 끝나고 다시 여러 초청 작가들의 낭송이 이어졌습니다.

자작 수필 '해질녘'의 한 부분을 들려주고 있는 옥화재 작가의

모습입니다.











신달자 시인님의 시 '서늘함'을 낭송하고 있는 김세자 작가의

모습입니다.





자작시 '아버지의 커피'를 낭송하고 있는 명연숙 시인의

모습입니다.





신달자 시인님의 시 '나뭇잎 하나'를 낭송하고 있는 임규호 작가의

모습입니다.











그리고, 관객으로 참석하셨다가 사회자의 부탁으로 무대로 오르신

두 분이십니다.

한 분은 연극배우이시고 한 분은 성악을 하시는 분이라고 하더군요.

신달자 시인님의 '국물'이란 시를 구절을 나눠가며 낭송하고 있는 중입니다.





낭송이 익숙하신 듯 두 분 모두 풍부한 감정과 표현, 그리고

청중을 압도하는 듯한 뜨거운 목소리로 낭송을 해주시더군요.











마지막으로, 낭송회의 사회를 맡으셨던 장충열 시인이

무대로 올라와 낭송을 들려 주셨습니다.





한국 시 낭송협회의 위원장을 맡고 계실 정도로 시낭송의

대가라고 하시더군요.

또렷하고도 감성 가득한 절제된 목소리로 신달자 시인님의

시 한 편을 들려 주셨습니다.





낭송회가 끝나고 단체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입니다.
























신달자 시인님의 시낭송회는

가을 초입에서 만난 선물과도 같은 행사였습니다.

두고두고 기억하고 싶은 하루였습니다.

두 번 다시 없을 값진 시간을 함께한 느낌이었습니다.

이렇게 뜻깊은 행사에 초청장을 보내준 잔아문학박물관에

감사를 전합니다.





박물관을 떠나오면서 오늘 하루를 기념하기 위해

벽화 앞에서 인증샷을 남겨 보았네요.ㅎ


이렇게, 신달자 시인의 시낭송회를 다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