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7. 13. 06:27ㆍ나비 이야기
왕오색나비를 만나기 위해 구불구불 좁은 도로를
열심히 올라가던 중, 저만치 도로 한가운데에 꼼짝않고 앉아있는
나비 한 마리가 눈에 들어 옵니다.
얼른 차를 세운 뒤 카메라를 꺼내 들고 그 모습을 찍어보기 위해
살금살금 다가갑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합니다.
사진을 찍으며 제법 가까이 다가갔는 데도 예민하기 그지없는
줄나비류의 특성상 벌써 달아나고도 남았을 녀석이 여전히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습니다.
뭔일인가 싶어 가까이 다가가서 살펴 본 뒤에야 그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놀랍게도, 왕세줄나비가 도로 한가운데에서 짝짓기를 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이 사진이 처음 발견했을 때 찍은 사진입니다.
그저 줄나비 한 마리가 땅바닥에 내려앉아 무언가를 빨아 먹고 있는
흔한 장면처럼 생각할 수 밖에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간 뒤 자세히 살펴보고서야 그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땅바닥에 앉아 있는 녀석은 수컷이며, 수컷의 뒷편으로 낙엽인양
널브러져 있는 녀석은 암컷이었습니다.
암컷은 윗날개가 굽어진 채로 아직 제대로 펴지지 않은 모습이었는데,
아마도 우화하는 순간 기다리고 있던 수컷에 의해 짝짓기를 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짝짓기를 당한 뒤 암컷은 본능적으로 자리를 옮기기 위해 날기를 시도했고
날개가 온전히 펴지지 않는 탓에 멀리 날지 못하고 길바닥으로
떨어져 버린 것으로 추측되는 모습이었습니다.
다행히, 그동안 지나가는 차량은 없었던지 멀쩡한 상태로 발견이 되었고
두 녀석을 구조(?)한 뒤, 안전한 곳에 신방을 차려주고 사진을 찍어 보기로 합니다.
한참 뒤에 다시 돌아와서 암컷의 상태를 확인해 봤지만, 여전히
윗날개는 제대로 펴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아마도, 땅으로 떨어져 내린 뒤 날개가 접혀진 상태에서 그대로 굳어져 버린
것으로 추측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아무쪼록... 번식에 성공하길 바랄 뿐이었습니다.
< 황오색나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