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문턱에서 만난 큰주홍부전나비~!

2015. 10. 2. 08:30나비 이야기

 

큰주홍부전나비를 만나고 왔습니다.

가을이 무르익기 전에 큰주홍부전나비의 그 선명하고도 아름다운

주홍빛을 다시 한 번 보고 싶어, 서식지인 왕숙천을 찾아가 보았습니다.

 

 

 

가장 먼저 아침볕에 날개를 말리고 있는 녀석을 만났습니다.

녀석들은 밤이 지나면 활동을 하기 위해 이렇게 이슬에 젖은 날개를

햇볕에 말리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초여름에 그렇게 많이 보이던 큰주홍부전나비가 이번엔

몇 마리 밖에 보이질 않더군요.

몇 번을 오르내리며 살펴봐도 겨우 서너 마리만 눈에 뜨일 뿐이었습니다.

 

 

 

아마도, 지난 여름 태풍이 몰고온 홍수에 왕숙천이 범람을 하면서 애벌레들이

모두 물에 쓸려가 버렸거나, 왕숙천변을 뒤덮은 무성한 덤불들이 애벌레가

서식하고 있는 '소리쟁이'라는 풀의 성장을 방해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날개를 펴고 앉아있는 수컷의 모습입니다.

수컷의 날개 윗면은 이렇게 무늬 하나 없이 깨끗하고 선명한 주홍색입니다.

 

 

 

 

날개를 펴고 앉아있는 암컷의 모습입니다.

암컷의 날개 윗면은 수컷에 비해 검정색 무늬가 날개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왕숙천에서 만난 또 다른 녀석은, 왼쪽 날개가 완전히 손상된 모습이었습니다.

저 상태로도 이곳저곳을 날아 다니는 것을 보면, 날개 짓에는 지장을 받지 않는 듯

보였습니다.

 

 

 

옆에서 바라보니 날개의 손상 정도가 더 참혹하게 느껴졌습니다.

아무래도 천적의 심한 공격을 받고 날개가 찢어질 만큼 몸부림친 끝에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것이 아닐까 싶더군요.

 

 

 

 

왕숙천을 지나 구리시 한강시민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다행히 시민공원 초입에서 쑥부쟁이 꽃잎에 앉아서 놀고 있는 꽤 많은

큰주홍부전나비를 만날 수가 있었습니다.

 

 

 

발생된지 얼마 되지 않은 듯, 대체로 날개의 손상도 없이 깨끗한 모습이었습니다.

아마도 겨울을 넘기기 위해 마지막으로 발생된 녀석들의 모습들로 여겨졌습니다.

 

 

 

 

근처 메일밭을 살펴 보니, 메밀꽃 위에도 큰주홍부전나비가 보이더군요.

여러 마리가 하얀 꽃잎 위를 옮겨 다니며 놀고 있었습니다.

하얀 꽃잎과 주홍빛의 조화가 오히려 녀석들의 모습을 더 선명하게 보여주더군요.

 

 

 

메밀이 다치지 않도록 고랑을 따라 조심조심 발을 옮겨 놓으며 녀석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보았습니다.

 

 

 

 

 

 

 

 

 

 

 

 

 

 

 

 

 

 

 

 

 

 

 

 

 

 

 

 

 

 

 

 

 

 

 

 

 

 

 

 

 

 

 

 

 

 

짝짓기를 하고 있는 녀석들의 모습도 만났습니다.

메밀꽃 위에 아주 로맨틱한 신방을 차린 녀석들이었습니다.

 

 

 

 

주변 풀밭에서 만난 또 다른 녀석들의 짝짓기 모습입니다.

 

 

 

 

 

이 녀석들은 강아지풀 위에 신방을 차렸네요.

 

 

 

 

 

나비의 짝짓기 모습을 보고 있으면 자연의 신비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듯 하더군요.

나비는, 알과 애벌레와 번데기를 거쳐 나비로 우화하는 탄생 과정을 거치지만

역시 꽃 위에 앉아 있을 때가 나비의 모습이 가장 아름답게 느껴지는 듯 합니다.

 

 

 

 

다음 날은 이른 아침에 한강시민공원의 풀밭으로 나가 보았습니다.

녀석들을 만났던 곳 주변을 기웃거리며 살펴 보는데, 방울방울 이슬이 맺힌

풀잎 위에 앉아 있는 큰주홍부전나비의 모습을 만날 수가 있었습니다.

 

 

 

큰주홍부전나비 역시도 날개에 이슬이 촉촉히 젖은 모습이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도 미동도 하지 않고 앉아 있더군요.

 

 

 

 

녀석을 메밀꽃 위로 옮겨 놓고 하늘을 배경으로 접사로 찍어본 모습입니다.

날개에 송글송글 맺혀있는 수많은 이슬방울이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풀잎 위에 앉아 밤을 보낸 녀석들은 해가 뜨면 햇살을 향해

날개를 펴고 이슬을 말리기 시작합니다.

이슬이 마르지 않으면 날개가 무거워 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른 아침, 큰주홍부전나비의 서식지 주변을 살펴보면 이곳저곳에서

빛깔 고운 단풍잎처럼 날개를 펼치고 앉아 햇살을 쬐고 있는 녀석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풀잎 위에 앉아 날개를 말리고 있는 큰주홍부전나비 암컷의 모습입니다.

 

 

 

수컷 두 녀석은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시비가 붙었습니다.

먼저 자리를 잡은 녀석이 날개를 퍼덕이며 침입자 녀석을 쫒아내려 합니다.

 

 

 

 

하지만, 침입자도 호락호락 물러서지 않고 계속 슬금슬금 다가섭니다.

나비들도 수컷들은 영역 다툼을 한다는군요.

암컷과의 짝짓기를 위해서도 수컷들에겐 좋은 자리가 꼭 필요할 것입니다.

 

 

 

 

 

이렇게, 큰주홍부전나비를 만나고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