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5. 17. 19:23ㆍ나비 이야기
아침 풀밭으로 나비를 만나러 갔다가
특이한 모습의 모시나비 암컷 한 마리를 만났습니다.
날개가 완전히 망가지고 찢어진 것이, 도저히
날아다닐 수 없을 만큼 훼손된 모습이었습니다.
이제 그 모시나비 암컷의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 사진은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바로 그 모시나비 암컷의 모습입니다.
겨우 풀잎을 붙잡고 앉아 있는 모습이었지만
더 이상 나비의 모습이 아닌듯 느껴질만큼 날개는 이미
처참히 망가져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언뜻 보면 우화부전 같아 보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보기엔
날개가 너무 찢어져 있고, 천적의 공격을 받았다고 보기엔
부자연스럽게 펼쳐진 날개의 모습이나 찢겨진 부위가
오히려 우화부전에 더 가까워 보이는 특이한
모습이었습니다.
옆모습을 찍어보니, 뜻밖에도 수태낭을 달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수태낭은 짝짓기를 마친 모시나비의 암컷에게서 발견되는
모습으로, 짝짓기에 성공한 수컷이 다른 수컷과의 짝짓기를
막기 위해 분비물을 내어 암컷의 배에 만들어 놓는 구조물로,
일종의 정조대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저 모습으로 이미 짝짓기를 마친 상태라는
뜻인데......?!
그제서야 이 암컷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암컷의 이 처참한 모습은 우화부전도 천적의 공격으로
망가진 모습도 아닌, 바로 모시나비 수컷에 의해
망가진 모습이었습니다.
나비의 세계에서는 종종 수컷들이 번데기에서 막 우화한
암컷을 발견하면 날개를 제대로 펴기도 전에 달려들어
짝짓기를 시도하는데,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는 암컷은
결국 날개가 망가져 우화부전과 비슷한 형태가 되고 마는
것이었습니다.
바로, 그렇게 짝짓기를 당하고 있는 모시나비의 모습입니다.
막 번데기를 뚫고 나온 암컷을 수컷이 기다렸다는 듯 달려들어
짝짓기를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 과정에서 아직 물기가 촉촉히 젖어 있는 암컷의 날개는
상처를 입고 제대로 우화를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이 붉은점모시나비 암컷 역시, 짝짓기를 당한 후에
나무 줄기를 붙잡고 날개를 펴고 있는 중입니다.
이 사진 속 모습은 더 기가막힌 광경으로, 두 마리의 수컷이
갓 우화한 암컷에게 달려들어 서로 짝짓기를 하기 위해
다투고 있는 모습입니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이미 한 녀석은 짝짓기를 성공한 상태였는데
다른 녀석이 포기를 하지 않고 계속 방해를 하고 있는 광경이었습니다.
우화를 하자마자 짝짓기에 내몰린 암컷은 두 녀석의 가운데에 끼여
속절없이 이리저리 정신없이 휘둘리며 당하고만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아직 날개가 펴지기 전이라 날아서 달아날 수도, 날개를 퍼득이며
반항할 수도 없는 무기력한 상황인 것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암컷의 날개는 수컷들에 의해 찢겨지고 망가져서
도저히 제대로 우화를 할 수 없는 상태가 되고 마는 것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안쓰러운 암컷의 모습이었습니다.
아침에 만난 망가진 암컷의 모습을 다시 한 번 올려 봅니다.
암튼...... 수컷들이란...... 사람이나 나비나
왠지... 비슷한 것 같다는......ㅎㅎ
이 암컷은 완전히 우화한 뒤에 짝짓기를 한듯, 수태낭이 있는
모습으로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엉겅퀴에서 꿀을 빨고 있는
모습입니다.
풀잎 위에 앉아서 쉬고 있는 모시나비 암컷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찍어본 것입니다.
배의 아랫 부분을 감싸고 있는 수태낭의 모습을 제대로
확인해 볼 수 있었습니다.
모시나비 암컷의 수태낭을 더 가깝게 찍어본 것입니다.
수태낭은 모시나비 뿐만이아니라, 붉은점모시나비와
애호랑나비에게서도 볼 수 있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수컷들은 짝짓기를 하면서 암컷의 몸 속에 아주 큰
영양분 덩어리를 집어 넣는데, 이 덩어리가 알을 키우는
영양분으로도 쓰이지만 다른 수컷과의 짝짓기를 막기 위해
암컷의 자궁을 막는 수태낭이 되기도 한다고 합니다.
풀잎에 앉아 쉬고 있던 다른 암컷의 모습입니다.
우화 후 아직 날개를 펴고 있는 중인 듯 보였는데
다행히 수컷들의 방해를 받지 않은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이 또한 모두 자연이 보여주는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이겠지만, 굳이 사람의 기준으로만 본다면
왠지 안쓰러움이 느껴지는 모시나비 암컷의 모습이었습니다.
이렇게, 색다른 모시나비 암컷의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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