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고비의 집 단장~!

2018. 3. 21. 10:00숲속 이야기



다람쥐라도 만날 겸 해서 천마산을 천천히 걸어 오르는데

어디선가 톡톡톡.. 나무를 쪼는 듯한 소리가 들려 옵니다.

혹, 딱따구리인가 싶어 주변의 나무 위를 살펴봐도 아무것도

보이질 않습니다.

그래서 소리 나는 곳을 유심히 따라가보니 나무 위에 매달려 있는

인공새집에서 나는 소리더군요.

문득 호기심에 소리의 주인공을 확인하고 싶어서 잠시

기다려 보기로 합니다.




가만히 올려다보고 있는 데, 잠시 후 동고비 한 마리가

빼꼼 고개를 내미는 것이 보입니다.

동고비가 집 단장을 하느라 내는 소리였었나 봅니다.

계속된 호기심에 조금 더 지켜 보기로 했습니다.




동고비는 둥지를 짓지 않고 대체로 딱따구리가 버리고 간

나무 구멍을 둥지로 삼는다고 합니다.

마음에 드는 구멍을 찾으면 부리로 진흙을 물어와 입구와

구멍 내부를 단장을 하고 번식을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녀석은 경쟁이 치열한 딱따구리 둥지 대신에

사람이 만들어 준 인공새집을 둥지로 선택한 것 같습니다.

딱따구리 둥지를 노리는 다른 새들은 많지만, 입구가 좁고

내부 공간도 좁은 인공새집을 노리는 경쟁자들은 드물것 같더군요.

동고비로서는 현명한 선택을 한 셈입니다.




둥지 밖으로 나온 녀석이 인공새집의 처마 아래를 열심히 쪼아 댑니다.

입구가 이미 어느 정도 흙으로 채워져 있는 것으로 보아 집 단장을

시작한 지 시간이 꽤 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는 처마의 틈새를 꼼꼼히 메꾸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어느 정도 단장을 마친 것인 지, 훌쩍 다른 곳으로 날아가 버립니다.

한참을 기다려 봤지만 돌아오지 않더군요.

아마도 집 단장을 하느라 잊고 있었던 먹이 활동을 하러 간

것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동고비는 숲속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작은 새입니다.

크기는 참새와 비슷하고 무리를 짓기 보다는 대체로 혼자 먹이활동을

하는 편입니다.





땅에 내려앉기 보다는 주로 나무 위를 돌아다니며 먹이를 찾는

편이며, 곤충이나 열매를 찾아 먹는다고 합니다.





동고비는 다른 새들에 비해서 욕심도 더 많은 것 같더군요.

예전에 겨울이면 새들을 만나기 위해 자주 찾아갔던 약수터 부근에

새들의 먹이로 땅콩과 여러가지 씨앗을 놓아 준 적이 있었습니다.

곤줄박이나 박새들은 하나 씩만 물고 날아 갔지만, 동고비는

그렇지 않더군요.

부리로 집을 수 있는 만큼 욕심내서 물고 가는 편이었습니다ㅎ

입이 터져라 물고 가는 정말 욕심 많은 녀석이었습니다.





동고비는 나무타기에 있어서는 아마 새들 중에서는 으뜸일 것입니다.

딱따구리나 나무발발이는 대체로 아래에서 위로 오르는 것에 그치지만

동고비는 방향을 바꾸어 가며 아래 위로 자유자재로 나무 위를

걸어다니는 편입니다.





약 한 시간 뒤 즈음, 다시 새집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을 때

이번엔 부리에 돌인 지 진흙 덩어리인 지 모를 작은 무언가를 물고

빼꼼 고개를 내미는 동고비를 다시 만났습니다.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니, 계속 톡톡톡 소리를 내며 집 단장을 하다가

이번엔 나무껍질 처럼 보이는 물건을 밖으로 버리기 시작합니다.

아마도, 집 단장을 하는 동시에 다른 새들이 사용했던 흔적도

동시에 지우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고비는 진흙 뿐만이 아니라 바닥을 높이기 위해

여러가지 재료들을 모두 사용한다고 합니다.

나무껍질이나 조각을 물어와 바닥에 깔기도 한다는 군요.

바닥이 깊으면 깊을 수록 동고비의 수고가 더 늘어나는

셈이라고 합니다.





동고비는 암수를 구별하기가 쉽지 않은 편입니다.

배 부분의 털 색깔과 꼬리 부분의 무늬 차이로 구분한다고 하는데

겉으로만 보기에는 구별해 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둥지를 단장하는 녀석들은 모두 암컷이라고 합니다.

암컷이 둥지를 단장하는 동안 수컷들은 그 암컷들을 유혹하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쓰는 것처럼 보이더군요.

주변의 높다란 나뭇가지 위에 앉아서 우렁찬 목소리로 울어대거나

낙엽 조각을 슬쩍슬쩍 둥지 안으로 던져 주기도 하고 또는 먹이를

물고 와서 둥지 주변을 서성거리기도 하더군요.





그래서 초봄의 숲은, 동고비 뿐만 아니라 숲에서 살아가는

모든 새들의 울음소리가 햇살처럼 숲속으로 울려 퍼지는

그런 시기이기도 합니다.
























동고비 역시 집을 차지하기 위해 다른 새들과 힘겨운 경쟁을

벌인다고 합니다.

마음에 드는 딱따구리 구멍을 발견하고 진흙을 물어다가 열심히

입구를 단장해 보지만, 번번히 딱따구리에 의해 허물어지거나

쫒겨나는 수모를 당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진흙으로 구멍의 입구를 자신이 들어갈 정도의 크기로 메꾸는데

이 인공새집은 다행히도 입구가 크지않아 동고비의 수고를 많이

덜어 주었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렇게, 동고비의 분주한 봄이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다른 경쟁자의 침범 없이 부디 집을 잘 지켜서 꼭 번식에

성공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