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달샘을 찾아온, 청설모의 갈증~!

2016. 7. 17. 12:04숲속 이야기



이 사진들은 지난 겨울에 찍은 사진입니다.

겨울이면 박새나 곤줄박이 같은 작은 새들을 만나기 위해 찾아보곤 하던

새들에겐 옹달샘이나 다름없는, 버려진 약수터에서 만난 청설모의

모습입니다.




이 버려진 약수터는 숲속에서 살아가는 여러 새들에게 아주 중요한

놀이터겸 옹달샘이 되어 주고 있었습니다.

박새, 쇠박새, 진박새, 곤줄박이, 직박구리, 멧비둘기, 어치, 방울새, 콩새,

오목눈이, 때로는 지빠귀 종류들까지 물이 부족한 겨울엔

이곳으로 날아와 물을 마시기도 하고 목욕을 즐기기도 하더군요.

그리고, 더러는 청설모도 물을 마시기 위해 옹달샘을 찾아오기도 하더군요.




물을 마시고 있는 청설모의 모습입니다.

어찌나 조심스러운 녀석이던지요.

이렇게 물을 마시러 내려오기까지는 수없이 주변의 나무를 오르내리거나

가만히 앉아서 주변의 상황을 꼼꼼히 살펴보는 편이었습니다.

발로 나무를 두드리는 행동도 보였는데, 그렇게 주변을 모두 살펴본 뒤에야

냉큼 옹달샘으로 내려와 이렇게 물을 마시더군요.




겨울이 깊어가면서 옹달샘에도 얼음이 얼기 시작합니다.

그러자, 얼음 위로 내려 앉아 물을 마시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그리고, 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한파가 계속되던 어느 날

옹달샘도 완전히 꽁꽁 얼어 버렸더군요.

그 옹달샘을 찾아온 청설모 한 마리가 어리둥절하거나 또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얼음뿐인 옹달샘을 바라보고 있는 중입니다.





무척 당황한 듯 보이기도 하더군요.

어찌할 줄을 모르고 한참동안 멍하니 옹달샘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갈증을 풀어야 하니 그냥 되돌아 갈 수는 없었나 봅니다.

곧 몸을 숙여 얼음을 뜯어내기 시작하더군요.





뜯어 낸 작은 얼음 조각을 들고 목을 축이고 있는 중입니다.

혀로 핥기도 하고 잘게 부수어 먹기도 하더군요.





그러나, 마음에 들지 않은 듯 던져 버리고 다시 옹달샘을 바라봅니다.

얼음을 다시 뜯어내서 먹기를 반복합니다.

















몇 번을 되풀이하더니 이번엔 비장한 표정으로 제대로 얼음을 뜯어내고 있습니다.

자세도 표정도 사뭇 달라 보입니다.











그러더니, 아주 커다란 얼음 하나를 집어 들더군요.

비로소 마음에 드는 얼음 조각을 뜯어냈나 봅니다.





흡족한 듯 한참동안 얼음을 핥고 있더군요.

얼음을 핥아먹고 있는 청설모의 빨간 혀가 보입니다.






갈증을 풀기 위해 꽁꽁 얼어버린 옹달샘을 찾아온 청설모의

모습이었습니다.



청설모가 다람쥐를 잡아 먹어서 다람쥐의 개체수가 줄어 든다는

속설은 사실과 다르다고 하더군요.

청설모에겐 억울한 누명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라고 합니다.

숲에서 청설모와 다람쥐를 사진에 담아보면서 느낀 것이지만,

두 개체의 서식지가 겹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러나, 어느 정도는

구분되어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아차산 기슭에는 청설모가 많지만 다람쥐는 거의 보이지 않고

천마산에는 다람쥐가 유난히 많이 살지만 상대적으로 청설모는

몇 마리 보이질 않더군요.

청설모는 주로 나무 위에서 생활하고 먹이를 찾는 편이지만,

다람쥐는 나무를 잘 탄다는 속설과는 다르게 주로 땅 위를 기어다니며

먹이를 찾는 편이었습니다.

사실, 나무타기 실력은 청설모가 다람쥐에 비해 월등히 뛰어난 편입니다.


다람쥐는 흙이 많은 숲에서는 잘 보이지 않고 바위나 돌이 많은

숲에서는 비교적 쉽게 만날 수 있는 편이었습니다.

땅에 굴을 파기보다는 천적을 만났을 때 쉽게 몸을 피할 수 있는

바위틈이나 돌틈을 다람쥐들은 더 선호하는 편인 것 같았습니다.

올림픽공원에 한때 다람쥐 100쌍을 방사한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기대했던 것과 달리 성공적인 번식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 원인을 들고양이들에게 잡아 먹힌 탓으로 추측을 하더군요.

물론 그 이유도 있겠지만, 온통 흙으로 이루어진 언덕뿐인 올림픽공원이

다람쥐들이 살아가기엔 결코 좋은 환경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새끼를 낳거나 겨울잠을 자기 위해선 힘들게 굴을 파야하고

천적을 만나더라도 재빨리 몸을 피할 수 있는 바위틈을 찾기가 어려웠을 것입니다.

또한 깔끔하게 정리된 잔디밭과 풀이 자라지 않는 그늘진 숲은

다람쥐의 먹이가 되는 곤충들조차 드물어서 더더욱 살기가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에 비해 청설모는, 땅으로 내려오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거의 대부분을 나무 위에서 생활하는 편이므로 나무가 무성하고

나무 위에서 먹이를 구하기 쉬운 곳에서 주로 살아가는 편일 것입니다.

나무와 나무 사이를 곡예를 하듯 옮겨 다니거나 거의 날듯이

건너 뛰는 모습을 보면 청설모가 나무 위에서 생활하기에 얼마나

최적화된 동물인지를 알 수 있을 것 같더군요.

분명한 건, 다람쥐에 비해 청설모의 개체수가 현저하게 적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청설모가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더 녹록치 않다는 뜻일 것입니다.

어쩌면 결코 호감이 느껴질 것 같지 않은 청설모의 외모나 검정색에

가까운 털의 색깔이 그런 속설에 일조를 했을 수도 있습니다.

만약 다람쥐의 숫자가 줄어 들거나 보이지 않는다면

그것은 십중팔구 인간의 개입이 그 원인이 되었을 것입니다.


청설모와 다람쥐는 모두 숲에서 만날 수 있는 동물들이지만 살아가는

방식은 분명 다른 동물들일 것입니다.

다람쥐는 겨울잠을 자지만 청설모는 겨울잠을 자지 않는다고 합니다.

먹이가 부족한 겨울철에는 도토리 같은 먹이를 공유하겠지만

먹이가 풍부한 계절에는 각자 선호하는 먹이가 따로 있을 것입니다.

청설모도 새나 다람쥐와 마찬가지로 숲에서 살아가는 작고 귀여운

동물에 불과합니다.

다람쥐를 잡아 먹는다는 오명을 벗고 사람들에게 귀여움은 아니더라도

혐오의 대상은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바램을 담아, 주저리주저리 적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