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꼬리바위딱새>와 <붉은가슴흰꼬리딱새>를 만났습니다~!

2016. 12. 12. 07:30숲속 이야기



이름조차 생소한 '부채꼬리바위딱새'와

'붉은가슴흰꼬리딱새'를 만나고 왔습니다.


블로그 친구 분께서 이 새들에 대한 소중한 정보와

또 새들이 나타나는 위치까지 정확히 알려 주셔서 호기심에

카메라를 들고 이 새들을 만나고 왔습니다.

먼저, 그 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이 녀석이 <부채꼬리바위딱새>입니다.

꼬리 날개를 부채처럼 펼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며

우리나라에서는 서식하지 않는 새라고 합니다.

주로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월동을 하는데, 간혹 이렇게

우리나라에서도 관찰이 된다고 합니다.

남쪽으로 날아가던 중, 길을 잃은 것인지, 아니면 월동을 위해

찾아온 것인 지는 확실치 않다고 합니다.





크기는 참새보다 조금 더 큰편이었는데, 배가 복어처럼

부풀어 오른 모습이 귀엽더군요.

하지만, 동작이 재빠르고 한 곳에 오래 머물러 주지 않아

마음에 드는 사진을 찍어 올순 없었습니다.

거기다가 날씨도 흐리고 안개조차 끼어 있어서 햇살 한자락

스며들지 않는 최악의 날씨였습니다.

그저, 만났다는 것에 의미를 두어야 할 듯 싶었습니다.





























이 새를 만날 수 있는 장소인 남양주의 북한강변은

이미 한 달 전 즈음부터 이 새를 찍기 위해 많은 분들이 찾아오고

있다고 하더군요.

내가 찾아간 날도 이른바 '대포'라고 부르는 망원렌즈를 장착한

카메라맨들이 여러 분 계셨는데, 아마 그 분들 눈에는 크기가 작은

카메라를 들고 나타난 내 모습이 다소 생뚱맞거나 어이없어 보였던

모양입니다.





내 카메라가 크기는 작을 지 모르지만 카메라 상단에

분명히 '25-400'이란 숫자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는

나름 망원카메라에 속하는 데도, 저 카메라로 뭘 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내 움직임에 사사건건 투정을 부립니다.

아마 자신들이 사진을 찍는데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했거나

아예 새 사진을 전혀 찍을 줄 모르는 사람인양 무시를 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새는 어차피 한 곳에 오래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먹이 활동을 하며

이곳저곳을 날아다니기 마련인데, 새가 날아가 버린 것이 꼭 내 탓인양

원망을 하고 심지어 새가 나타나지 않는 것조차 내 탓인양 은근히

불만을 터트리더군요.

오히려, 이런저런 행동들로 주변을 소란스럽게 하는 것은

자신들이었는 데도 말입니다.





빈정은 상했지만, 그러려니 생각하고 슬그머니 그 자리를 빠져나와

마침 북한강의 고요한 물결이 만들어내는 반영과 주변의 경치를

찍어보는 것으로 마음을 달랬습니다.

새도 새지만 마침 바람 한 점 없이 잔잔한 날씨가 만들어 내는 북한강의

반영이 있는 풍경을 만나는 일도 결코 쉽지않은 일이었으니까요.





반영을 찍어보며 물의정원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마침, 그 곳의 풍경도 거울에 비친듯 기막힌 반영을 만들어 내고 있더군요.

그 반영을 찍으며 다리를 건너 산책로로 내려서는데, 역시 대포를 장착한

또 다른 카메라 무리가 보였습니다.

바쁘게 이곳저곳으로 새를 따라 다니는 모습이 보이더군요.

알고보니 '붉은가슴흰꼬리딱새'라는 아주 작은 새를 따라 다니는

중이었습니다.





이 새가 바로 그 '붉은가슴흰꼬리딱새'라는 긴 이름의 새입니다.

역시 우리나라에서 서식하지는 않고 월동 기간동안 머물렀다가 떠나는

나그네 새의 한 종류라고 합니다.





크기는 참새보다 오히려 작아 보였고, 별다른 특징이 보이지 않는

수수한 모습의 작은 새였습니다.

이 녀석은 암컷으로 수컷은 훨씬 화려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이곳에서도 카메라 부대의 핀잔은 계속 되더군요.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강변으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빨리 비켜달라고

소리를 지릅니다.

알고 봤더니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세트가 있는데, 지금 한창 그 세트로

이 새를 몰아가고 있는 중이라고 하더군요.

내가 그 길목을 막고 있으니 빨리 비키라는 것이었습니다.





어이없었지만 역시 그러려니 하고 최대한 방해를 하지 않으면서

반영을 찍기 위해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뜻밖에도 그 새가

내가 서있는 근처로 날아와 내려 앉더군요.

웬 횡재인가 싶어 얼른 녀석의 모습을 몇 장 찍으니 근처 나뭇가지 위로

다시 자리를 옮기더군요.





새가 앉아있는 거리가 내 카메라로도 충분히 찍을 수 있는 거리여서

조심스레 몸을 돌려 녀석의 모습을 찍어 보기 시작했습니다.

녀석이 두어 번 더 땅으로 내려 앉았다가 다시 날아 오르기를 반복하더군요.

다행히도 내가 찍기 좋은 위치에 앉아주니 고맙기 까지 하더군요.





그때, 열심히 새를 몰며 이곳저곳을 뛰어 다니던 사람의 목소리가

귓전을 파고 듭니다.


< 풍경 사진을 찍는 카메라로 새를 찍으면 안되지...

우리가 풍경을 못 찍듯이 풍경 찍는 카메라로 무슨 새를 찍는다고...>


말투나 표정이 분명 자기들 무리 속에 섞여서 사진을 찍는 내가

영 못마땅하다는 투였습니다.

그러니까, 자기들을 방해하지 말고 사라져 달라는 뜻이었습니다.





새를 쫒거나 달아나게 하는 것은 오히려 자기들이 들고 다니는

삼각대까지 달린 커다란 카메라가 더 위협적일 것이고, 더군다나

먼저 새를 찍기 위해 우르르 몰려가는 그 행동이 새를 더 놀라게

할 것인데, 별 움직임도 없이 나무 그늘을 은폐 삼아 조용히 사진을

찍고 있는 나를 탓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하물며, 이 새를 자기들이 데려다 풀어 놓고 찍고 있는 모델도 아닐 것이고

원래 이곳에서 날아다니고 있던 새가 분명한데, 그러면 어떤 카메라를 들었던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그 새를 찍을 수 있는 권리와 기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꼭 자기들에게만 그 기회가 허락된 양 못마땅해 하고 핀잔을 주는 것은

도무지 무슨 심사인지 이해가 되질 않더군요.





고맙게도 한동안 내 앞에서 모델이 되어 주던 녀석이 훌쩍 날아오르더니

먼 곳으로 자리를 옮기더군요.

다시 그 곳을 향해 우르르 달려가는 카메라 부대를 바라보며 나는 더 이상

녀석을 따라 다니는 것을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이미 아쉽지 않을 만큼의 사진을 얻었다는 안도감도 있었고, 더 이상

핀잔을 듣고 싶지도 않더군요.





그 카메라 부대들은 물론 저보다 훨씬 더 좋은 사진을 얻었을 것이고

또 차원이 다른 멋진 사진을 찍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비싸고 성능좋은 장비를 갖췄다면 그 장비를 벼슬 삼아

무조건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진 속엔 그 사람의 감성과 마음도 어느 정도 담기는 것이므로

정확하고 선명한 사진은 찍을 수 있을 지 몰라도, 아름다운 사진은

결코 찍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담같은 이야기지만, 더더구나 내 실소를 자아내게 했던 행동은

사진을 찍던 중간에 자기들 끼리 사탕 같은 무언가를 나누어 먹더군요.

그들 역시 평소 친분이 있는 사이가 아니라 이곳에서 처음 만난 듯한

사이로 보였는데, 스스럼없이 사탕을 건네면서도 바로 옆에 서있던

나는 그냥 지나쳐 버리고 자기들 끼리만 나누어 먹더군요ㅎㅎ

이런 행동은 다시 부채꼬리바위딱새를 만나는 장소에

돌아와서도 계속 이어지더군요.

아마도, 내가 몹시도 거슬렸거나 작은 카메라를 들었다는 이유로

철저히 무시를 한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ㅎㅎ

새를 찍으러 갔다가 이래저래 씁쓸함만 느낀 하루였습니다.





부채꼬리바위딱새를 기다리고 있는 동안 주변에 나타난 굴뚝새를

얼른 찍어본 사진들입니다.













< 위에 적은 글은, 모든 카메라를 드신 분들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며

그날 내 눈에 비친 분들의 행태에 대해서만 언급을 한 것이므로

쓸데없는 태클은 걸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