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 23. 20:34ㆍ여행 이야기
초겨울 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어느 겨울 날,
영주 부석사를 찾아 보았습니다.
부석사로 향하는 길은, 바로 전날 내린 눈으로 풍기읍에서 부터
눈길이 이어지고 있었지만 제설이 전혀 안된 채, 도로 위에 모래가 뿌려진 것이
전부일 정도였습니다.
돌아가야 할지를 망설였지만 먼길을 달려온 것이 헛수고가 될 것 같아,
조심조심 천천히 운전하며 부석사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다행히 아무 사고도 없이 부석사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부석사는 신라 문무왕 16년(656년)에 의상대사가 왕명으로 창건한 사찰로
화엄경의 발원지라고 합니다.
그야말로 천년 고찰 부석사의 겨울 풍경 속으로 그렇게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부석사의 일주문입니다.
<태백산부석사>라는 현판이 붙어 있습니다.
부석사는 원래 태백산과 소백산 사이에 위치해 있었지만
경계를 이루던 '고치재'가 국립공원 지정 당시 소백산에 편입되면서
현재 부석사의 위치가 소백산의 경계안에 들게 되었다는군요.
'태백산부석사'는 아마도 옛 지명을 그대로 고수한 듯 합니다.
은행나무 가로수를 따라 오르면 가장 먼저 만나는 당간지주입니다.
통일신라 시대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하며, 보물 제255호로 지정되어
있다고 합니다.
당간지주는, 당(불화를 그린 깃발)을 걸었던 장대를 세워두기 위해
만든 기둥을 말하는 것으로, 당이라는 깃발은 절에서 불교의식을 치를 때
부처와 보살의 공덕을 기리거나 마귀를 물리 칠 목적으로 높이 달아 두었던
깃발이었다고 합니다.
천왕문을 지나 길을 따라 오르니, 가파른 계단 위에
우뚝 서있는 산문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산문을 들어서니, 좌우에 세워져 있는 두 기의 석탑과 함께
드디어 부석사의 모습이 한눈에 펼쳐 졌습니다.
부석사에 세워져 있는 이 두 기의 석탑은, 원래 부석사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인근 폐사지에서 옮겨 온 것이라고 합니다.
법고루의 모습입니다.
'봉황산부석사'라는 현판이 걸려 있었습니다.
법고루를 측면에서 바라본 모습입니다.
지붕 위에 하얀 눈이 그대로 쌓여 있더군요.
법고루 처마 너머로 바라본 소백산의 모습입니다.
겨울이 하얗게 내려앉아 있는 풍경입니다.
법고루에 설치되어 있는 목어와 큰북입니다.
출입금지가 되어 있어서 가까이 다가가서 볼 수는 없었습니다.
목어는 나무로 물고기 모양을 만들어 걸어 두고, 도구를 이용해
두들겨 소리는 내는 불교의식에 사용되는 용구 중 하나라고 합니다.
고개를 돌려 안양문을 바라봅니다.
어제 내린 눈과 추운 날씨탓인지 부석사는 방문객들의
발길도 끊긴 채 고요하기만 합니다.
바람도 불지 않는 적막한 경내에는 스님들의 모습도
보이질 않더군요.
'안양(安養)'은 극락을 지칭하는 말로, 안양문은 극락세계에 이르는
입구를 상징한다고 합니다.
저 안양루를 지나면 부석사의 중심 건물인 무량수전을 만나게 됩니다.
안양루의 계단을 오르기 전 찍어본 사진입니다.
<무량수전>은 아미타불을 모시는 불당으로, 아미타불은
극락세계를 주재하는 부처라고 합니다.
무량수전을 극락전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부석사의 안양루는
바로 그 극락세계로 통하는 입구를 상징하는 건물이었습니다.
부석사의 중심 건물인 무량수전의 전체적인 모습입니다.
무량수전은 현재 국보 제18호로 지정되어 있는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라고 합니다.
안동의 봉정사 극락전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물로
밝혀지기 전까지는, 이 무량수전이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목조 건물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신라 문무왕 시대에 지어졌으나, 고려 공민왕 당시 왜구에 의해
불타버린 것을 고려 우왕 2년인 1376년에 다시 지었다고 합니다.
화려한 단청도 없이 소박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무량수전의 빼놓을 수 없는 아름다움... <배흘림기둥>입니다.
배흘림기둥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면서 점점 굵어졌다가 다시 가늘어지는
형태의 기둥을 말하는 것으로, 무량수전을 설명할 때 최순우 교수가 쓴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란 글을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일부분을 옮겨 적어 봅니다.
< 나는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사무치는 고마움으로
이 아름다움의 뜻을 몇번이고 자문자답했다. >
< 무량수전은 고려 중기의 건축이지만 우리 민족이 보존해 온
목조 건축 중에서는 가장 아름답고 가장 오래된 건물임이 틀림없다 >
< 기둥 높이와 굵기, 사뿐히 고개를 든 지붕 추녀의 곡선과
그 기둥이 주는 조화 >
< 간결하면서도 역학적이며 기능에 충실한 주심포의 아름다움, >
< 이것은 꼭 갖출 것만을 갖춘 필요미이며 문창살 하나 문지방
하나에도 나타나 있는 비례의 상쾌함이 이를 데가 없다 >
< 멀찍이 바라봐도 가까이서 쓰다듬어 봐도 무량수전은 의젓하고도
너그러운 자태이며 근시안적인 신경질이나 거드름이 없다 >
최순우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중에서~
그리고, 무량수전의 법당에는 국보 제45호인
<영주 부석사 소조여래좌상>이 모셔져 있습니다.
바로 그 아미타불 소조여래좌상의 모습입니다.
소조불상은 흙으로 빚은 불상을 말하는데, 우리나라 소조불상 가운데
가장 크고 오래된 불상이라고 합니다.
무량수전 내부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서 이 사진은
부석사 박물관에 걸려 있는 사진을 대신 찍어온 것입니다.
안양루와 석등을 함께 찍어본 모습입니다.
무량수전 앞의 이 석등 역시 국보 제17호로 지정되어 있는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였습니다.
정식 명칭은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 앞 석등>입니다.
통일신라시대를 대표하는 가장 아름다운 석등이라고 하며
비례의 조화가 아름답고 화려하면서도 단아한 멋을 지닌
석등이라고 합니다.
석등에 새겨져 있는 보살상의 모습입니다.
4면에 무척 정교하게 조각이 되어 있었습니다.
부석사 창건 당시부터 무량수전의 뜰을 지키며 천 년이 넘는 세월을
묵묵히 지켜온 이 석등이야말로, 어쩌면 부석사의 진정한 아름다움이며
빛나는 문화재이자 역사일 것입니다.
무량수전 뒷편에는 부석사 이름의 유래가 된 '부석(浮石)'이 있었습니다.
저 부석엔 바로 부석사를 창건한 의상대사와 그를 연모했던
'선묘'라는 낭자와의 애틋하고도 신비로운 전설이 깃들어 있다고도 합니다.
당나라로 유학을 떠났던 의상대사는 10년간의 수학을 마치고
심오한 경지에 이른 뒤 드디어 귀국 뱃길에 오릅니다.
이때 대사를 남몰래 흠모했던 '선묘'라는 여인이 그 소식을 듣고 바닷가로
달려왔지만 이미 대사가 탄 배는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고 만 뒤였습니다.
사랑을 이룰 수 없음을 깨달은 선묘낭자는 서해바다에 몸을 던져 목숨을 끊은 후
용이 되어, 귀국길에 오른 대사를 바다의 풍랑으로 부터 보호하여 무사히
돌아올 수 있게 하였다고 합니다.
신라로 돌아온 의상대사는 문무왕의 명에 의해 부석사를 창건하려 했으나
마침 이곳을 차지하고 있던 이교도(혹은 도적)들이 절을 짓지 못하도록
방해하였는데, 이곳까지 따라왔던 용이 된 선묘낭자의 혼이 저 커다란 바위를
공중으로 들어 올려 내리치려 하자, 모두 놀라서 달아나 버렸다고 합니다.
바로 부석사 창건의 전설이 깃든 바위였습니다.
이제 조사당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그리고, 조사당을 향해 오르는 길옆에 우뚝 서있는
삼층석탑의 모습입니다.
이 삼층석탑은 보물 제249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전형적인 신라시대의 석탑이라고 합니다.
조사당의 모습입니다.
의상대사의 초상화를 모셨던 건물로, 고려 우왕 때인 1377년
지어진 건물로, 역시 국보 제19호로 지정되어 있는 건물입니다.
조사당 처마 아래에 있는 철조망은 '선비화'를 보호하기 위해
쳐놓은 것으로, 선비화는 의상대사가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처마 아래에 꽂아 두었더니 가지가 자라고 잎이 돋아서
오늘에 이르렀다는 나무입니다.
이 나무의 잎을 달여 먹으면 아들을 낳는다는 속설 때문에
수난을 당해 지금은 저렇게 이중의 철망으로 보호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 조사당 내부의 여러 벽화들은 떼어 내어 따로 보관하고 있으며
현재의 그림은 새롭게 그린 그림이라고 합니다.
조사당을 내려오면서 바라본 부석사의 모습입니다.
이곳 무량수전 앞 뜰에서 바라보는 석양과 달빛도 빼놓을 수 없는
아름다움이라고 하더군요.
마지막으로, 무량수전 아래에 모셔져 있는 석불을
찍어보는 것으로 부석사의 겨울 탐방을 마무리했습니다.
이렇게, 부석사를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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