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긴 겨울을 보내며 다시 꺼내보는 나비 사진...... 쇳빛부전나비~!

2022. 1. 21. 14:17나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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쇳빛부전나비를 처음 사진으로 접했을 때
개인적으론 신기함과 놀라움이 함께 뒤섞인 느낌이었었다.
일반적인 나비의 모습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운, 녹이 슨 듯한
쇳빛의 날개색과 언뜻 마른 낙엽을 연상케 하는 모습은 당시
갓 나비의 세계로 입문하고 있었던 내게는 무척 충격적이기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이 신기한 나비를 꼭 만나보고 싶다는 갈망 역시
강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보고 싶었던 쇳빛부전나비를 드디어 만난 곳은
어느 해 봄, 천마산 기슭에서였다.
천마산 산기슭을 따라 한창 피어나고 있던 야생화들을 만나기 위해
산속 이곳저곳을 헤매다가 얼레지 군락으로 들어섰을 때였다.
오솔길 위로 드리우듯 뻗어있는 촘촘한 나뭇가지 위에서 무언가
아주 작은 것들이 날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혹, 나비일까... 하고 유심히 바라보는데 바로 사진에서 보았던
쇳빛부전나비의 모습과 일치하는 것이었다.
놀라움에 얼른 카메라를 꺼내들고 정신없이 쇳빛부전나비의
모습을 찍어봤던 것으로 기억한다.








쇳빛부전나비는 이른 봄, 주로 4월 초에서 4월 중순 경에 짧게
모습을 보여주다가 사라지는 대표적인 봄나비이다.
어두운 짙은 쇳빛으로 단장한 모습이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어서
여타 봄나비들에 비해선 크게 관심을 받지 못하는 면도 있겠지만,
그래도 나비 시즌의 시작을 알리는 반가운 봄나비의 한 일원임에는
틀림없는 사실이기도 하다.
아마도, 이른 봄에 나무들이 이제 겨우 새순을 틔우기 시작할 무렵이라
몸을 숨길 무성한 나뭇잎들이 부족하다보니, 말라버린 나뭇잎으로
위장해 천적들의 공격을 피하기 위한, 진화의 선택이 아니었을까를
추측해 볼 뿐인 것이다.

쇳빛부전나비는 제주도를 제외한 우리나라 대부분의 지역에서
관찰할 수 있는 나비이며, 들판이 아닌 숲속으로 들어가야만
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나비이다.
주로 가느다란 나뭇가지나 땅의 돌 위에 내려앉아 햇살을 향해
몸을 반쯤 기울인채 점유행동을 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며,
숲의 언저리에서는 냉이꽃이나 진달래꽃, 혹은 여러 꽃 위에 앉아
흡밀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는 편이었다.

석주명 선생의 <조선 나비이름 유래기>를 참조해 보면 설명하기를,
'학명의 ferrea는 철색(鐵色)을 뜻한다. 사실 이 종류의 날개 아랫면은
철색이니 쇳빛부전나비라고 하기로 한다. 이 종류는 이른 봄에 잠깐
출현할 뿐이니 부지런한 채집가가 아니면 채집하기가 곤란하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올봄에도 이 나비와의 즐거운 만남을 기대하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