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긴 겨울을 보내며 다시 꺼내보는 나비 사진...... 붉은점모시나비~!

2022. 1. 24. 22:53나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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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의 세계로 입문한 뒤 나비에 대해 차츰차츰
눈이 뜨이기 시작하면서, 가장 만나보고 싶었던 나비는
붉은점모시나비가 단연 으뜸이었다.
나비애호가들의 입을 통해 전해들은 명성도 그러했지만
사진으로 미리 만나본 모습에서도 날개를 장식하고 있는
붉은 점들이 유난히 눈길을 끌거나, 또한 묘한 신비감 마저
들게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보고 싶다고 해서 어느때나 달려가서 만날 수 있는
나비는 결코 아니었기에 다음 해 봄을 기다려야 했고,
봄이 무르익어 갈 무렵 즈음에 먼길을 달려간 서식지에서
드디어 붉은점모시나비와 조우할 수 있었다.

붉은점모시나비와의 첫 만남에 대한 소감을 굳이 밝힌다면,
'야속함'이었다. 비탈진 서식지로 들어섰을 때 멋진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싶었던 내 바램과는 달리 붉은점모시나비는
좀처럼 그 기회를 허락하지 않는 것이었다.
숲과 숲 사이를 위에서 아래로 또는 아래에서 위로,
마치 바람 위를 거닐듯, 풀잎 위를 미끄러지듯 천천히
날아다니기만 할뿐, 좀체 한 곳에 머물러 주는 모습을
결코 보여주지 않는 것이었다.
흡사 종이비행기가 바람을 타고 숲 위를 날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우아하면서도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반투명에 가까운 하얀 날개는 햇살에 반짝였고 언뜻 언뜻
눈길을 자극하듯 드러나는 붉은점은 새침떼기 처럼
그 야속함을 더욱 부채질하는 느낌이었다.
붉은점모시나비의 모습을 카메라에 제대로 담아 본 것은
다시 일 년을 더 기다린 그 다음 해의 봄이었다.
작정하고 새벽길을 달려간 끝에, 막 동이 터오는 숲속에서
아직 잠에서 덜깬 붉은점모시나비를 발견하고서야 제대로
그 모습을 담아 볼 수 있었다.








붉은점모시나비는 나비애호가들에겐 귀한 대접을 받고 있는
나비로, 지금은 서식지가 여러 곳에 걸쳐 확인 되고 있지만
한때는 멸종을 걱정하던 나비였다고 한다.
다행히 2018년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으며, 어느 지자체의 노력으로 충분한 서식지를 확보한 덕분에
지금은 다양한 모습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붉은점모시나비 역시 5월 경에 만 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봄나비로, 흔히 만날 수 있는 모시나비와 그 모습은 유사하지만
날개의 선명한 붉은점으로 구분되는 나비이다.
석주명 선생의 <조선 나비이름 유래기>를 참조하면
이름의 유래에 대해 아주 간단히 밝히기를, '일본명에서 유래된
이름인데 그 형태를 잘 표현한 것이다.'라고만 적혀 있었다.

봄이 오고 또 봄이 무르익기 시작하면, 또 어느새 마음은
붉은점모시나비의 서식지로 향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럴 때마다, 그동안 많이 봤으니 올해는 그만 넘어가야지... 하는
혼자 만의 다짐을 분명히 하고 있었지만 시기가 되면 몸은 이미
서식지에 우뚝 서있곤 하는 것이다.
아마 올해도 또한...... 그러지 않으리란 장담은 할 수가 없다.
다만, 그래서 즐겁다면, 그것으로 된 것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나비애호가의 한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