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1. 4. 09:15ㆍ여행 이야기
그동안, 꼭 한 번 들러보고 싶었던 서산의 부석사를
마침 그 근처를 지나는 길이 있어 들러 보았습니다.
서산의 부석사는 무량수전으로 유명한 영주의 부석사와 이름도 같지만,
신라의 고승인 의상대사에 의해 창건되었다는 역사적 사실 외에
선묘낭자와 부석(浮石)이 등장하는 창건설화 조차도 동일해서, 그 연유가
무척이나 궁금했던 사찰이었습니다.
영주의 부석사는 그 유명세로 인해 이미 여러번 다녀올 기회가 있었지만
서산의 부석사는 마땅한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가 이번에 마침
그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사찰을 둘러보니 영주의 부석사에 비해 전체적인 규모는 작은 편이었지만
고즈넉한 산사의 정취를 흠뻑 느껴볼 수 있는 정감어린 풍경들이
가득한 곳이었습니다.
천천히 사찰을 돌아보면서, 가을빛이 완연히 물들어 가고 있는
부석사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아 보았습니다.
산문을 지나 구불구불 이어진 길을 따라 조금 더 오르니
비로소 부석사의 건물들이 숲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더군요.
주차장은 비어 있었고 경내를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
그야말로 조용한 산사의 모습이었습니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끌던 운고루의 모습입니다.
문득 영주 부석사의 안양루를 떠올리게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부석사의 창건설화를 대체로 요약하자면, 신라의 승려였던 의상대사가
불경을 공부하기 위해 당나라로 유학을 떠났던 것으로 부터 유래합니다.
당나라에서 열심히 공부에 매진하고 있을 때, 아랫마을에 살고 있던
선묘라는 이름을 가진 낭자가 의상대사를 몰래 흠모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의상대사가 공부를 마치고 신라로 돌아가려고 하자, 그 소식을 전해 들은 낭자가
의상대사를 찾아와 마음을 고백하고 함께 신라로 돌아가길 청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불도를 닦는 사람으로서 그 마음을 받아 들일 수 없었던 대사는
단호히 거절하였고, 이에 크게 낙심한 낭자는 바다에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용이 되어, 의상대사가 탄 배가 안전하게 신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보호해 주었다고 합니다.
훗날, 의상대사가 사찰을 창건할 때 그 지역에 이미 터를 잡고 살고 있던
사람들에 의해 방해를 받거나 곤욕을 치르게 될때마다, 선묘낭자가
다시 용의 모습으로 나타나 커다란 바위를 하늘로 들어 올려 사람들을
물리치고 사찰을 굳건히 세울 수 있도록 도와 주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찰의 이름도 '공중에 떠있는 바위'란 뜻의 부석사(浮石寺)라 이름 짓고
선묘낭자의 넋을 기리고 있다는 내용으로, 서산과 영주의 두 부석사에서
공통적으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는 창건설화였습니다.
금강문을 지나 천천히 계단을 오르면서 사찰을 둘러 보았습니다.
계단을 오르며 되돌아본 금강문의 모습입니다.
사찰 경내의 모습입니다.
마침 방문객도 거의 없어서 경내는 조용하고 고즈넉한 모습이었습니다.
법당 너머로 한창 물들고 있던 단풍의 모습이 오히려 왁자지껄하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법당마루에 자리잡고 있는 두 마리의 코끼리 형상이 특이해서 찍어 봅니다.
이 건물에는 안양루라는 현판이 걸려 있더군요.
영주 부석사에도 같은 이름의 건물이 있지만, 그 모습은 사뭇 다른
형태였습니다.
사찰을 돌아보고 있는 동안, 마침 경내를 거닐고 계시던 스님을 발견하곤
서산의 부석사와 영주의 부석사, 두 사찰의 이름과 창건설화가 왜 같은 지를
여쭈어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스님께서 친절히 설명해 주시기를, 창건연대로만 보자면 서산의 부석사가
영주 부석사에 비해 3년 정도 더 빠르다고 알려 주시면서, 당나라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의상대사가 서산의 부석사를 먼저 창건하신 뒤 영주로 가서 다시 사찰을 지었는데
건립 시기가 비슷하다보니, 후세 사람들에 의해 같은 이름과 설화가 곁들어진 것으로
추측을 한다는 말씀도 덧붙여 주셨습니다.
다만, 영주의 부석사가 무량수전으로 인해 더많이 유명세를 타고 있는 것일 뿐,
두 사찰 모두 의상대사에 의해 건립되어 현재까지 전해져 오고 있는 천년고찰임에는
틀림없다는 말씀도 함께 덧붙여 주셨습니다.
비로소 궁금증이 풀리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동안, 두 사찰 중 어느 곳이 진짜인지 아닌 지에 대한 궁금증을 가졌던 것이
아무 소용없는 궁금증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두 사찰은 분명히 의상대사에 의해 창건되었으므로, 그러므로 창건설화 역시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두 사찰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궁금증을 가득 안고 찾아왔던 서산 부석사에서 스님의 말씀을 듣고나니
그제서야 사찰의 이런저런 풍경들이 더 새롭게 느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그 풍경 속에 서있으니 마음마저 환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극락전 뒷편으로는 부석사라는 글자가 새겨진 작은 돌기둥과
숲으로 이어지는 오솔길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발견한 스님 모습의 작은 불상들...!
머리에는 뜨게질로 만들어진 이쁜 모자까지 쓰고 있더군요.
극락전 뒷편 산신각으로 향하는 돌계단의 모습입니다.
왠지... 저절로 발걸음이 이끌려질 듯한, 터벅터벅 걸어오르고 싶은
계단의 모습이었습니다.
건너편으로 마애불의 모습도 보이더군요.
마애불 앞을 지키듯 서있는 커다란 돌기둥의 모습입니다.
마애불에 관한 내력을 알려주는 안내판이 없어 언제 조성되고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다만, 마애불의 모습이 비교적 선명하고 마모가 많이 되지 않은 것으로 봐선
비교적 멀지 않은 시기에 조성된 것으로 짐작해 볼 뿐이었습니다.
마애불 앞에서 내려다본 사찰의 풍경입니다.
멀리 바다의 풍경까지 바라볼 수 있는 곳이었지만, 날씨가 좋지않아
바다는 보이지 않더군요.
석탑 사이에 놓여있는 작은 불상의 모습입니다.
산신각의 모습입니다.
산신각에서 내려다본 사찰의 풍경입니다.
산신각을 내려오면서 사찰의 가을 풍경을 카메라에 담아 봅니다.
사찰의 모습이 전체적으로, 요란스럽지 않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사찰의 건물과 또 그 사이사이에 자리잡고 있는 나무들도 서로 부대끼지 않으면서
그저 무심히 자리잡고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렇게, 서산 부석사를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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