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 장욱진 회고전 < 가장 진지한 고백 >을 관람하고...(2)

2023. 9. 26. 06:05세상 이야기

 
 
 

덕수궁에 위치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장욱진 회고전 < 가장 진지한 고백 >을 만나고 왔습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서양화가 중 한 명인 장욱진 화가의 작품들 중에서
엄선된 270점의 작품들을 전시하는 회고전으로, 학창시절부터 1990년
작고할 때까지 장욱진의 미술 활동을 총망라해 유화, 먹그림, 매직펜 그림,
판화, 표지화와 삽화, 도자기 그림 등을 한자리에 모아 놓은 대단한 전시였습니다.
모든 그림들을 카메라에 다 담아 볼 수는 없었지만, 그 중 개인적으로
눈길을 끌던 작품들을 카메라에 담아 보았습니다.
1편에 이어 또다른 간추린 작품들을 올려 봅니다.
 
< 그림에 대한 설명은 미술관에서 제공한 설명을 그대로 옮겼습니다.
설명이 없는 그림은 별다른 설명이 없었던 그림입니다.>
 
 
 

나무와 새

경성 제2고등보통학교 출신 화가들이 조직해 개최한 <2.9동인전>에
출품한 작품이라고 합니다.
국립중앙박물관 근무 시절, 직장 동료이기도 했던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김원룡 교수가 전시회에 찾아와 당시 한 달 월급이었던 2만 환을 봉투 째 놓고
구입해 간 작품으로도 유명하다고 합니다.
김원룡 교수는 이 작품에 대해 <야조도>라는 이름을 붙여 주기도 했는데
작품에 대해 평하기를 <화면의 주조는 표현할 수 없이 밝고 깊은 독특한
푸른색이고 그것이 새의 흑색과 잘 조화해서 사람을 고요한 환생의 세계로
끌어 당기고 있었다.>라고 평했다고 합니다.
 
 
 

나무와 까치/까치*

이 그림은 소재의 유기적 구성을 통한 하나의 세계를 보여준다기 보다는
기호화된 상형문자들이 병렬로 배치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합니다.
유화 물감을 바르고 닦는 과정에서 번지고 스며드는 효과가 마치
수묵화 같은 느낌을 주며, 작품의 시적 분위기를 더하고 있다고 합니다.
 
 
 

진진묘

진진묘는 장욱진 화가의 부인인 이순경 여사의 법명이라고 합니다.
장욱진은 명륜동 집에서 기도하는 여사의 모습을 지켜보다가 화상(畵想)이
떴다며 갑자기 덕소 화실로 향했고, 그 추운 곳에서 일주일 간 오직 제작에만
몰두했다고 합니다.
그림을 완성한 장욱진은 그길로 부인에게 달려와 득의의 작품이라며
그림을 건네고 한동안 심하게 앓았다고 합니다.
 
 
 

사찰

장욱진이 명륜동 자택의 안방에 걸어 두었던 작품이라고 합니다.
그림의 아랫 부분에 사찰의 대분 역할을 하는 일주문이 있고, 그 일주문에
어린 여자아이의 손을 잡은 여인이 기둥에 기대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일주문 양 옆에 심어진 나무 위에는 길상을 상징하는 까치와 봉황(또는 닭)이
각각 앉아 있어 더욱 신성한 느낌을 준다고 합니다.
 
 
 

가족

가족을 주제로 한 그림들이 여러 점이 있더군요.
 
 
 

가족

화면 네 귀퉁이에 정자와 원두막, 해와 달을 그려 넣고
그 가운데에 다시 둥근 구획을 주어 가족을 그려 넣은 그림이라고 합니다.
옷을 입고 있지 않은 가족을 그림으로써 '자연'으로서의 가족의 성격을
부각 시키고 있다고 합니다. 앞에 어슬렁거리고 있는 강아지의 모습이
재밌게 비쳐지는 그림이었습니다.
 
 
 

가족

가족을 표현한 다른 그림들과는 달리 이 그림은, 12년 간의 덕소 생활을
청산하고 가족이 있는 서울 명륜동 집에 살면서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하는
여유로움이 반영된 그림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어머니상像

 
 
 

가족

1964년 반도화랑에서 열린 장욱진의 첫 번째 개인전에 출품된 작품이라고 합니다.
당시 반도호텔에 머물던 일본인 사업가에게 판매된 이후 공개된 적이 없다가
이번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극적으로 발굴되어 60년 만에 출품되었다고 합니다.
장욱진의 그림 가운데 최초의 가족도라는 점에서 미술사적 의미가 큰 작품이라고 합니다.
 
이 그림은 장욱진이 항상 머리맡에 걸어 둘 만큼 애착을 가졌던 작품이며
생애 처음으로 돈을 받고 판매한 작품이라고 합니다.
장욱진은 이 그림을 판매한 돈으로 막내딸에게 바이올린을 사줬다고 합니다.
그림은 액자를 제외한 그림의 크기가 가로 16.5cm  세로 6.5cm의 아주 작은
그림으로, 자세히 보아야만 그 모습을 제대로 확인해 볼 수 있었습니다.
 
 
 

가족도

이 그림은 위의 그림이 일본인에게 팔린 뒤, 세월이 지나 아쉬운 마음에
다시 그린 그림으로 전해진다고 합니다.
위 그림의 제작시기는 1955년이며, 이 그림은 1972년에 그려진 그림으로
남양주 덕소에서 작품활동을 하면서 가족과 함께 하고 싶은 그리움과 소망을
그림 속에 잘 표현했다고 합니다.
이 그림 역시 위 그림과 마찬가지로 아주 작은 크기의 그림이었습니다.
 
 
 

무제 --- 수안보 풍경

수안보 풍경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비슷한 그림들이 여러 점 있었는데
그중 이 그림 만을 옮겨 봅니다.
 
 
 

닭과 아이

민화의 특성으로 꼽히는 단순성, 해학성, 상징성이 엿보이는 작품이라고 합니다.
아이보다는 닭을 주인공 삼아 그림의 중앙에 배치한 작품으로, 닭을 쫒으며
놀고 있는 아이의 모습과 그림 하단에 배치된 나무와 집 등에서 언뜻 무료하게
흘러가고 있는 한적한 시골의 풍경을 엿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 그림이었습니다.
 
 
 

안뜰

장욱진 화가가 세상을 뜨기 두 달 전인 1990년 10월에 그린 두 점의
마지막 유화 작품 중 한 점이라고 합니다.
말년에 지금까지 본인이 시도했던 여러 방식들을 다시 한 번 회고하는
측면에서 그려진 작품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하늘을 향해 비상하는 새의 모습이 인상적인 작품이었습니다.
1988년에 그린 작품으로 이미 노년에 접어든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보며
다시 한 번 날고 싶은, 막연한 희망을 표현한 그림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가로수

장욱진의 고향 인근의 국도 풍경을 그린 그림으로 알려져 있다고 합니다.
독특한 그림 구성으로 인해, 이 그림을 소장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무척 많아
유족이 이 그림을 일부러 숨겨 둘 정도였다고 합니다.
 
 
 

풍경

명륜동 시기에 그려진 작품이라고 합니다.
장욱진 화가는 산세를 그릴 때 붉은 기운이 감도는 고동색을 진하고 편편하게
바른 다음, 초록색의 가로줄로 구불구불한 산줄기를 표현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표현은 고구려 무용총에 그려진 수렵도를 연상시킨다고 합니다.
 
 
 

해와 달과 호랑이

비슷한 그림이 몇 점 더 있었는데, 마땅한 설명이 없어 그림에 대한 주제를
파악하긴 어려웠지만 옛 민화, 또는 그림동화를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누워 있는 아이

화가가 덕소 화실에 걸어 놓고 감상하던 그림이라고 합니다.
유화임에도 수묵 담채적 표현이 돋보이며, 대칭을 이루는 나무, 새, 집, 해,
아이, 개, 언덕 위의 희미한 능선이 조화를 이루는 그림으로, 왼편 나무 위의 새는
어딘가를 응시하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보이는데, 앉아 있는 나무가
휘어져 있어 기다림의 무게가 느껴진다고 합니다.
언덕에 누워서 대상을 바라보고 있는 아이의 시선은 감정의 긴장에서
해방을 느끼는 듯한 표정이라고 합니다.
제목은 '누워 있는 아이'이지만, 화가가 덕소 화실에 걸어 놓고 감상하던
그림이라는 것에서 유추해 볼 수 있듯, 자신의 모습을 표현한 것으로
느껴지는 그림이었습니다.
 
 
 

무제

올이 굵은 마대천 위에 엷게 바탕칠을 한 후 바로 그려내어 캔버스의 결이
그대로 드러난 작품이라고 합니다.
폭포가 흐르는 심산유곡과 자연의 한 가운데에 들어와 있는 도인의 모습에서
탈속적 경지가 느껴지는 작품이라고 합니다.
 
 
 

세 그루 나무

1987년에 그려진 그림으로, 바람에 나부끼듯 비스듬히 늘어서 있는
세 그루의 나무와 그 나무 주변을 비스듬히 날고 있는 새 한마리가 있습니다.
어쩌면 노년기에 접어든 화가 자신의 모습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느껴지는 그림이었습니다.
 
 
 

가족과 나무

나무는 마치 먹으로 그린 듯 일필휘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실제 짙은 녹색으로 그려져 나무의 강렬한 생명력이 유난히 강조된
그림이라고 합니다.
나무 아래에는 초막에서 신발을 벗고 낮잠을 즐기는 사람과 차를 달이고 있는
동자가 묘사되어 한가로우면서도 이상적인 풍경을 그리고 있다고 합니다.
 
 
 

달맞이

언덕 위로 둥근달이 아련하게 떠 있고, 언덕 위에는 벌거벗은 아이들이
자연속으로 환원된 듯 자유롭게 뛰어 놀고 있습니다.
언덕에 거꾸로 서있는 것처럼 보이는 두 아이는 실제로는 언덕에 누워
달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라고 하며, 그 사이로 동산을 오르고 있는
강아지 한 마리가 재미를 더하는 그림이라고 합니다.
 
 
 

무제

나무 위에 나란히 그려져 있는 집들은 초기 작품에서는 나무의 뒤편에서 부터
등장하기 시작하다가, 점점 이 작품에서 처럼 뒤가 아닌 위쪽으로 자리 잡으며
마치 나무가 둥근 지구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고 합니다.
 
 
 

기도하는 여인

위로 오르는 여인과 아래로 내려가는 까치의 대비가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합니다.
흰옷을 입고 하늘을 향해 두 손을 모은 여인은 장욱진의 작품에서 불공을 드리는
인물 도상에서 변형된 것이라고 합니다.
그림 아래 작은집에 앉아 있는 가족의 모습이 보이는 것으로 봐선 기도를 드리는
여인은, 화가의 부인인 이순경 여사일 것으로 짐작되는 그림이었습니다.
 
 
 

장욱진 화가가 담뱃불을 붙이고 있는 모습입니다.
화가는 생전에 던힐파이프를 즐겨 사용했다고 합니다.
 
< 그림은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 툭툭 튀어 나온다. 마음속으로 부터......
그러기 위해서는 마음이 밝은 거울이나 맑은 바다처럼 순수하게 비어 있어야 한다.
사람의 마음 속에는 잡다한 얼룩과 찌꺼기들이 많다.
기쁨, 슬픔, 욕심, 집념들이 엉겨서 열병처럼 끓고 있다.
그것을 하나하나 지워간다. 다 지워 내고 나면 조그만 마음만 남는다.
어린이의 그것처럼 조그만...... 이런 텅 비워진 마음에는 모든 사물이
순수하게 비친다. 그런 마음이 돼야 붓을 든다.>
------ <주간경향> 1979.10.7
 
 
 

< 장욱진 선생님 >     오수환

왼손에 앉아 있는 까치의 모습이 재밌게 느껴지는 초상화였습니다.
 
 
 

< 생각에 잠긴 장욱진 >     이만익

 
 
 

< 장욱진 초상 >     이만익

 
 
 

< 장욱진 초상 >     최종태

 
 
 

'무제'라는 제목으로 김정이 그린 장욱진 화가의 초상화입니다.
 
그림에 적혀져 있는 글귀를 옮겨 봅니다.
< 혜화동 장선생댁에 최경한, 이만익, 김정, 박한진 4인 방문하다.
김정 저서에 서문을 받다. 14시 15분에 집 나와 헤어지다.
(약간 취기가 있어 옷을 벗으셨다.)>
 
 
 1편을 보고 싶으시면 클릭 ★

https://tame62.tistory.com/2530

 

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 장욱진 회고전 < 가장 진지한 고백 >을 관람하고...(1)

덕수궁에 위치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장욱진 회고전 < 가장 진지한 고백 >을 만나고 왔습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서양화가 중 한 명인 장욱진 화가의 작품들 중에서 엄선된 270점

tame62.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