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4. 24. 08:33ㆍ박물관.문화재
국보 제84호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을 보고 왔습니다.
예전엔 '서산마애삼존불'로 불리던 문화재로, 햇살을 받으면 드러나는
미소 띤 얼굴로 더 유명한 곳이었습니다.
그 신비스러운 '백제의 미소'를 보고 왔습니다.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을 찾아가던 날은 다행히도 하늘은 맑고
따사로운 봄 햇살이 눈부시게 내리쬐던 날이었습니다.
어쩌면 삼존상의 미소를 제대로 볼 수 있을거란 기대가 부풀어지던 날씨였습니다.
삼존상 앞에 도착했을 땐 오전 10시 30분 경으로, 아직 산그림자가
삼존상을 가리고 있을 무렵이었습니다.
뒤돌아보니 태양이 산마루 위의 나뭇가지에 걸려 있었습니다.
오래지 않아 중천으로 떠올라 산그림자를 걷어 낼 기세였습니다.
삼존상을 바라보며 천천히 햇살을 기다려 보기로 했습니다.
삼존상을 좌측에서 바라본 모습입니다.
우측과 좌측, 그리고 정면에서 바라보는 모습이 모두 확연히 차이가 있는 편이었습니다.
잠시 후, 산그림자가 얼굴에서 걷히면서 드디어 미소가 드러나고 있었습니다.
중앙의 여래입상을 좀 더 가깝게 찍어 봅니다.
입가에 엷은 미소가 번지고 있는 중입니다.
삼존상은 중앙의 불상이 <석가여래입상>이며 좌측이 <제화갈라보살입상>
우측이 <미륵반가사유상>이라고 합니다.
제화갈라보살은, 석가에게 장차 부처가 될 것이라는 예언을 했던 보살로,
불교에서는 과거불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우측의 미륵반가사유상은 미래에 다가올 부처를 의미한다고 하므로,
삼존상은 과거, 현재, 미래 삼세불을 표현한 양식이라고 합니다.
삼존상은, 우리나라 마애불 중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꼽힌다고 합니다.
자연적으로 비바람을 피할 수 있도록 커다란 암벽을 비스듬히 파내고 들어간 뒤
마애불을 조성하였다고 합니다.
그것이 천 년이 훨씬 넘는 세월에도 백제의 미소를 그대로 간직할 수 있었던
비결이 되었을 것입니다.
드디어 산그림자가 모두 걷히고 삼존상이 햇살을 받으며 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햇살을 정면으로 받으며 꽃봉오리가 아침 햇살을 받아 만개하듯
아름다운 미소가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부드러우면서도 자애로운, 온화하면서도 친근감이 듬뿍 느껴지는,
그러면서도 천진스러움과 순수함까지 엿보이는 마애불의 미소였습니다.
마애불을 좌측에서 다시 바라본 모습입니다.
정면과는 또 다른 미소가 느껴지더군요.
좌.우의 마애불도 역시 햇살을 받으며 그 은은한 미소를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마애불은 절벽의 암벽이나 거대한 바위면에 불교의 주제나 내용을
조각으로 형상화한 것을 일컫는 말입니다.
약 천오백 년 전의 미소를 마주하고 있으니 문득 마음이 편안해지며
모든 잡념과 근심이 사라져 버리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1958년 문화재 현장 조사를 하던 중, 지나가던 한 나무꾼이 '인바위'라는 곳에
옛날 힘이 센 장사가 부처님을 만들었다는 말을 듣고 가보니 깊은 산중에
마애여래삼존상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 사진은 바위에 올라서서 약 15도 각도 위에서 내려다 본 모습입니다.
흔히 말하는 얼짱 각도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미소가 한층 더 도드라지며 살짝 장난끼 가득한 아이의 얼굴을 엿보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방긋 웃는 아기의 얼굴을 보는 듯도 합니다.
해설자분의 말씀에 따르면 이렇게 햇살이 정면으로 비춰질 때가
마애여래삼존상의 온화한 미소가 가장 잘 드러나는 때라고 하더군요.
운 좋게도 가장 아름다운 백제의 미소를 바라보는 행운을 누리게 된
셈이었습니다.
마애여래삼존상이 있는 곳의 전체적인 모습입니다.
발견 당시에는 현재 사람들이 관람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없었으며
커다란 바위의 중간에 새겨져 있어서 맞은 편 산중턱에서만 마애불을
바라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 후 마애불의 보존을 위해 축대를 쌓고 비바람을 피하기 위한
집을 지어 관리해 오다가, 원래의 백제의 미소를 되찾아 주기 위해
2007년 철거하였다고 합니다.
마애불을 바라보고 있는 동안, 한 무리의 초등학생들이 마애불을 향해
달려오고 있더군요. 부모와 함께 체험학습을 나온 모양이었습니다.
그 중 한 아이가 다른 아이에게 말하기를, '이게 삼촌상이래.'하고
말합니다. 삼촌상?? 잠시 생각하다가 순간 웃음이 터졌습니다.
아마 안내판에 적혀 있는 '마애여래삼존상'을 숨이 찬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삼촌상으로 잘못 읽은 듯 보이더군요.ㅎ
중앙의 석가여래입상의 높이는 2m80cm라고 합니다.
마애여래삼존상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기 전 현지 주민들은 삼존상을
산신령으로 여기며 숭배했다고 합니다.
그 후 국보로 지정되고 문화재로 관리가 되면서, 현지 주민들을 위해
맞은 편 산중턱에 산신각을 지어 그 신앙을 달랬다고 합니다.
이렇게, 천년의 미소... 신비스러운 백제의 미소를 만나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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