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5. 10. 13:36ㆍ나비 이야기
천마산으로 모시나비를 보러 갔다가 기막힌 짝짓기 장면을 만났습니다.
뭔~ 이런 일이 다 있는 지... 보면서도 믿기지 않을 장면이었습니다.
모시나비를 따라 숲속을 천천히 걷는데, 문득 발 아래 풀잎 아래에서
파닥이는 모시나비의 날개짓이 보이더군요.
무슨 일인가~하고 풀잎 위로 올려 놓고 바라보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처음엔 나비들의 흔한 구애 장면으로 생각했는데, 가까이에서 바라보니
짝짓기 장면이더군요. 그것도 갓 우화해서 날개도 제대로 펴지지 않은
암컷을 향해 두 마리의 수컷이 서로 차지하기 위해 다투고 있는 장면이었습니다.
풀잎 위로 올려 놓은 모습입니다.
모시나비들이 서로 뒤엉켜 있는 모습입니다.
동그라미 속이 암컷의 모습입니다.
갓 우화해서 아직 날개도 펴지지 않은 모습인데, 번데기에서 우화를 하자마자
바로 수컷에게 짝짓기를 당한 모양이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①번 녀석은 짝짓기를 하고 있는 중이었고 ②번 녀석은
계속 날개를 파닥이며 방해를 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①번 녀석은 그 방해를 저지하려는 듯 ②번 녀석의 아랫 날개 하나를 발로
꼭 잡고 절대 놓아주지 않더군요.
암컷만 그 사이에 끼여서 속절없이 이리 휘둘리고 저리 휘둘리는 중이었습니다.
아직 날개가 펴지지 않았으니 마땅한 저항도 못해보고 두 마리의 수컷 사이에서
정신없이 당하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보다 못해 ①번 녀석이 쥐고 있던 ②번 녀석의 날개를 풀어 주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자유로워진 ②번 녀석은 날아가지 않고 구애가 더 적극적이 되더군요.
이런~~~ 불한당 같은 녀석들 같으니...
아무리 자연의 세계라지만, 이런~~~ 삐리리한 녀석들 같으니...
갓 태어난 암컷에게 이게 당췌~ 뭐하는 짓이람...
이런~~~ 전자발찌를 채워야 할 수컷 녀석들 같으니...ㅎㅎ
왼쪽의 녀석이 짝짓기를 성공한 ①번이고 오른쪽의 녀석이 ②번 방해꾼입니다.
이미 짝짓기가 이루어졌는데도 포기하지 않고 ②번 녀석은 계속 꽁무니를
암컷을 향해 들이밀고 있는 중입니다.
수컷들의 움직임에 따라 암컷은 가엾게도 계속 속절없이 휘둘리고 있었습니다.
발을 뻗어 나뭇잎을 잡고 버텨보기도 하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하지만, 끝내는 방해꾼 녀석이 포기를 하더군요.
이미 상황이 끝났음을 깨달았는지, 암컷에게서 떨어져 다른 곳으로 날아가 버리더군요.
드디어 평화가 찾아온 것이었습니다.
짝짓기 중인 두 녀석에게 마땅한 장소를 찾아주기 위해 나뭇가지에 올려 주었습니다.
나뭇가지를 기어오르던 암컷이 힘에 부친 것인지, 아니면 마땅한 자리를 찾은 것인지
올라가기를 멈추고 가만히 있더군요.
하지만, 사진을 찍는 동안 암컷이 힘에 부치는지 그대로 툭 떨어져 버리더군요.
그래서 편하게 짝짓기를 하고 또 암컷도 얼른 날개를 펴기를 바라는 마음에
햇살이 잘 드는 나무 토막 위에 자리를 잡아 주었습니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난 뒤에 다시 돌아와 보니 조금 더 위로 올라가서
자리를 잡고 있더군요.
하지만 암컷의 날개는 여전히 조금도 펴지지 않은 채 그대로였습니다.
사진을 찍고 있는데 다시 암컷이 움직이더니 아래로 떨어져 내립니다.
그러더니 이렇게 풀잎 아래에 자리를 잡더군요.
녀석이 원하는 자리 같아서 사진만 한 장 찍고 자리를 떠났습니다.
암컷이 제대로 날개를 펴고 날아 오를 수 있을 지... 걱정이 되더군요.
모시나비 암컷은 짝짓기를 하고 나면 이렇게 배 아래에 수태낭을
달고 다닌다고 하는군요.
평소의 암컷들은, 흡밀을 하기 위해 꽃을 향해 날아들 때도 있지만
대체로 풀밭에 숨어 있거나 땅바닥에 앉아서 쉬고 있는 모습을 더 많이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수컷들은 그런 암컷을 찾아내기 위해 흡밀을 하지 않는 대부분의 시간을
풀밭 위를 낮게 천천히 날아다니는 것으로 하루를 보내더군요.
이렇게, 모시나비의 기막힌 짝짓기 장면을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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