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고비의 유혹~!

2018. 4. 7. 07:00숲속 이야기



제목처럼, 유혹하는 장면인지..

아니면 이미 짝을 이룬 후에 수컷이 암컷을 위해

봉사하는 장면인 지는 확실치 않지만 사진에 잡힌

녀석들의 행동으로 보자면, 수컷이 암컷을 유혹하기 위한

행동에 더 가까워 보이는 편이었습니다.


동고비와 대화를 나눠보지 않아서 알 수는 없지만

아래에 붙인 설명은 혼자만의 생각으로 재구성해 본 것입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언제부터 인지는 모르지만 인공새집을

둥지 삼아 열심히 집 단장을 하고 있던 동고비 암컷으로 부터

비롯됩니다.

집 단장이 거의 끝나갈 무렵의 어느 날, 수컷 한 마리가 찾아와

둥지 위에 앉아 부리로 둥지를 쪼아대기 시작합니다.




그동안 사진을 찍으면서 지켜본 상황에 따라 추측을 해보면,

암컷이 열심히 둥지를 리모델링 하는 동안 주변의 수컷들은

그 암컷과 짝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구애를 펼치는 듯 보였습니다.

주변의 나무 위에 앉아서 목청껏 울어대기도 하고 암컷의 관심을

끌만한 무언가를 입에 물고와 각각의 방법으로 짝이 되기를

원하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둥지가 완성이 안된 암컷은 묵묵히 리모델링에만 열심일 뿐

수컷들의 구애를 무심히 받아 넘기는 편이었습니다.

이 날 찾아온 수컷도 바로 그 구애를 하기 위해 찾아온 녀석인 듯

보였는데, 둥지를 쪼아대며 암컷이 반응하길 기다리고 있더군요.





잠시 후 둥지의 입구로 집 주인인 암컷이 빼꼼히 고개를 내밀더니

수컷의 부름에 응답을 합니다.

놀랍게도 수컷의 부리엔 암컷을 위한 선물이 준비되어 있더군요.

날벌레 한 마리가 떡하니 물려져 있었습니다.

그리곤, 자신있게 암컷에게 그 선물을 내 보입니다.





암컷도 그 선물을 찬찬히 들여다 봅니다.

수컷은 꼼짝않고 암컷의 반응을 기다립니다.





수컷에겐 더할나위 없이 긴장되는 순간일 것입니다.

선물로 가져온 먹이를 암컷이 제발 받아 주기를 간절히 바랄 것입니다.





그 간절한 소망이 이루어 지려는 듯.. 암컷이 거의 뽀뽀라도 하듯

얼굴을 가까이 들이 댑니다.





하지만... 가져온 선물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인지...

슬쩍 고개를 돌리고 맙니다.





수컷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서

암컷의 마음을 돌리려 안간힘을 쓰는 것 같습니다.





지난 번에는 다른 수컷이 이렇게 개미를 물고 와서 구애를

한적이 있었지만, 암컷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떠난 적도 있었습니다.

어쩌면 이 둥지의 주인은 꽤 콧대 높은 암컷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더군요ㅎ





암컷이 선물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결국 몸을 돌리고 맙니다.






그리곤, 가까운 나무 위로 훌쩍 날아가 버리더군요.

왠지.. 수컷의 뒷 모습이 짠~해 보이네요...ㅎ





암컷이 떠난 뒤에도 수컷은 못내 아쉬운 듯..

쉽게 자리를 떠나지 못합니다.

이 선물 구하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

이 날벌레 잡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 라고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은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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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나 봅니다.

입에 물고 있던 벌레는 스스로 먹어 버렸는 지 아니면 버렸는 지는

알 수 없었지만, 기필코 암컷의 마음에 들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대단한 듯 이번엔 방법을 바꾸어 열심히 집 단장을

하기 시작하더군요.

둥지 외부를 부리로 열심히 찍어대며 단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더니 둥지 안으로 들어가서 청소를 하기 시작합니다.

이것저것 부리로 물어서 밖으로 버리는 중입니다.





'나 좀 봐봐~ 이 정도로 집안일도 잘 도와주고 다정한 남자야~

그니까 그만 튕기고 나랑 같이 살자~!!'

하고 어필하는 듯 보이더군요ㅎ





그러나, 암컷은 끝내 마음을 돌리지 않더군요.

근처 나뭇가지 위에 앉아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기만 할뿐

마음을 열어 주지는 않은 것 같았습니다.

혹시.. 이 암컷도 사람처럼.. 인물을 따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이 살짝 들기 시작하는 것은.. 기분 탓이겠지요ㅎ


잠시 후, 수컷은 결국 포기하고 둥지를 떠나더군요.

이번엔 실패했지만 다른 암컷에게는 더 멋진 선물을 준비해서

꼭 짝을 이루고 번식에 성공하기를 기원해 주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한바탕 유혹의 소동이 끝나고 잠시 비어있는 둥지에

문득 곤줄박이 한 마리가 나타났습니다.





둥지 속을 기웃거리며 잠시 살펴보더니 다른 곳으로 훌쩍

날아 가더군요.

둥지를 찾으러 다니는 녀석인지는 알길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어디서 보고 있었는 지 재빨리 집주인인 동고비가

날아오더군요.

곤줄박이가 날아간 방향을 잠시 째려보고 있는 중입니다.





다른 둥지에서 만난 또 다른 수컷 한 마리입니다.

이 둥지의 주인인 암컷이 좀 전에 집을 비운 것을 모르고

구애를 하러 온듯 보였습니다.

역시 부리에는 암컷을 위한 선물인 벌레를 물고 있네요.





부리로 둥지를 쪼아대며 신호를 보내도 아무런 응답이 없자,

아래로 내려와 둥지 속을 들여다 보더군요.

그제서야 암컷이 집을 비웠다는 것을 알아 채고는 적잖이 당황한 듯

보였습니다.





표정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합니다.

암컷의 마음에 들기 위해 단단히 준비를 하고 왔을 텐데..

무척 허무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ㅎ





쉽게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근처 나뭇가지 위에 자리를 잡고 앉아

한참을 기다리고 있더니, 결국 포기하고 날아가 버리더군요.

만약 암컷이 집을 지키고 있었더라면 성공했을 지는 알수 없지만

왠지.. 바라보는 구경꾼이 더 아쉬워지는 장면이었습니다.

물론, 한번 더 바라볼 수 있었던 극적인 장면을 놓친 아쉬움도

크지 않다고.. 말할 수...없겠지만요..ㅎ






이렇게, 동고비의 유혹 장면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