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야산에서 만난, 동고비의 집 꾸미기~!

2018. 4. 4. 09:23숲속 이야기



화야산에서 열심히

둥지를 단장하고 있던 동고비를 만났습니다.

특이하게도, 딱따구리가 파놓은 나무 구멍이 아닌

높다란 전봇대의 구멍 속에 둥지를 틀었더군요.

전봇대 주변의 숲을 바쁘게 오가며 부리로

나무 껍질이나 낙엽 등을 열심히 물어 나르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찍어 본 것입니다.




동고비가 둥지로 삼은 전봇대의 구멍입니다.

어떤 용도로 저곳에 구멍을 만들어 놓았는 지는 알 수 없지만

구멍의 크기나 넓이가 동고비나 곤줄박이 같은 몸집이 작은

새들이 드나들기 딱 좋은 크기더군요.




다른 몇 개의 전봇대에는 이미 곤줄박이가 터를 잡고

있는 것을 보았는데, 이곳은 동고비가 먼저 선점을 한

모양이었습니다.




물고 온 재료들을 입구에 툭 던져 놓고 다시 날아가기도 하고

구멍 속으로 완전히 들어 갔다가 다시 날아가기도 하더군요.























동고비는 둥지를 단장할 때 진흙을 이용해서 입구를

자신의 몸 만 겨우 드나들 수 있는 정도의 크기로 동그랗게

남겨 놓고 다 막아 버리는 습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전봇대의 구멍은 진흙으로 단장한 흔적이 전혀

보이질 않더군요.


둥지의 내부도 대부분 진흙을 사용한 뒤 나무 조각 등으로

높이를 맞추는 편인데, 어찌된 일인 지 이 녀석은 하염없이

나무 조각이나 낙엽 부스러기 만을 열심히 물어 나르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새들도 꼭 짜여진 본능대로 만 행동하는 것은

아닐 지 모릅니다.


더러는 상황에 따라 응용이 가능할 정도의 지능이나 본능을

갖추고 있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입구의 구멍은 이미 그 크기가 적당해서 굳이 진흙으로

막을 필요가 없고, 내부 또한 인테리어 공사가 필요 없을 만큼의

구조를 갖춰서 나무 조각 등으로 마무리 공사 만 하고 있는

것인 지도 모를 일입니다.




또 다른 이유라면, 전봇대 주변 가까운 거리에 마땅히 진흙을

구할 수 있는 장소가 없어 쉽게 조달이 가능한 재료를 찾아

둥지를 단장하고 있는 것인 지도 모를 일입니다.

마음에 꼭 드는 둥지를 찾았는데, 게다가 둥지를 두고 다퉈야 할

경쟁자도 없는 정말 좋은 둥지인데, 진흙이 없다고 버리고 가긴

너무 아깝고... 그래서 고민 끝에 대안을 찾은 그런 느낌...ㅎ

자연은 언제나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이상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지도 모를 일이니까요...!




나무 조각을 물어오는 곳은 전봇대에서 반경 50m 내외의

주변 숲이었습니다.

바닥에서 재료를 찾기도 했지만 나무 위를 돌아다니며 부리로

나무 껍질을 뜯어 내기도 하더군요.


무작정 눈에 보이는 대로 물고 가는 것은 아닌 것 같더군요.

여러가지 재료를 병행해서 물고 오는 것을 보면 나름 철저한

계산에 의해서 재료를 선택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나무 조각이나 껍질을 물고 와서 구조를 만들고 그 틈새를 메꿀

재료로는 낙엽 부스러기를 이용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번엔 너무 큰 재료를 구해왔나 봅니다.

입구에 걸려서 애를 먹고 있는 중입니다.





고개를 돌려서 구멍 속으로 겨우 밀어 넣기에 성공합니다.

그 후로도 재료 물어 나르기는 계속 되더군요.





























정면에서 바라본 모습입니다.

구멍 앞이나 주변에 마땅한 디딤판이 없다보니 곧장

구멍을 향해 날아와서 힘겹게 구멍 속으로 들어 가더군요.





이번에도 너무 큰 재료를 물고 왔나 봅니다.

몇 번을 날개짓을 하면서 노력하더니 결국엔 성공하더군요.





























이 녀석은 집 주인이 아닌 또 다른 녀석입니다.

계속 재료를 물어 나르던 집 주인이 잠시 휴식을 취하는 듯

구멍 속에서 나오지 않는 동안 또 다른 녀석이 입에 무언가를 물고

냉큼 날아와 앉더군요.




어쩌면 수컷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하는 행동으로 봐선 선물을 물고 와서 집 주인을 유혹하는

것이 아닐까 싶더군요.

몇 번을 쭈뼛거리면서 구멍 속으로 고개를 넣었다가 뺐다를

반복하지만 집 주인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습니다.

결국 포기하고 근처 나뭇가지 위로 날아가 울음소리로

계속 집주인의 관심을 끌고 있더군요.






이렇게, 화야산에서 만난 동고비의 모습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