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코타 조각과의 특별한 만남이 있는 곳... 잔아문학박물관에서~!

2018. 10. 17. 07:00세상 이야기



얼마 전, 태풍 콩레이가 나라를 떠들썩하게 하던 날

빗속을 달려 오랜만에 양평 서종면에 있는 잔아문학박물관을

다녀 왔습니다.

잔아문학박물관은 다른 여타 문학관에서는 만날 수 없는

특별한 볼거리가 있는 곳으로, 바로 테라코타 조각들을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테라코타는 양질의 점토를 높은 온도에서

구워 만든 상(像)이나 토기를 뜻하는데, 본래의 뜻은

구운 점토를 뜻하는 말이었지만 지금은 미술적 조각 작품의

소재를 일컫는 말로 쓰인다고 합니다.

테라코타 조각은 잔아문학박물관 마당을 들어서면서 부터

어디서든 만날 수 있는데, 특히 내 눈길을 끄는 조각들은

우리나라 대표 문인들과 세계 문호들의 모습을 표현해 놓은

테라코타 조각들이었습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우산을 받쳐 들고 문학관을 들어 서는데

방문객을 가장 먼저 반겨주는 것은 천진난만한 표정을 하고 앉아 있는

세 소녀를 표현한 테라코타 조각이었습니다.





살짝 고개를 들고 하늘을 바라보며 앉아 있는 소녀들의 모습에

호기심이 가득해 보입니다.

가운데 앉아 있는 소녀상의 얼굴 위로는 덩쿨 하나가 머리를 타고 넘어와

장난스레 소녀의 얼굴을 가리고 있더군요.






입구 건물의 처마 아래에 옹기종기 앉아 있는 조각들의 모습입니다.

제각기 책을 한 권씩 들고 있는 모습으로, 각각의 모습들이 재밌게

표현되어 있는 조각들이었습니다.





가장 열심히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의 조각엔 빗방울이 맺혀 있어서

그 모습을 사뭇 더 진지하게 표현해 주더군요.






문학관 정원을 차지하고 있는, 담소를 나누고 있는 여인들의 모습입니다.

처음엔 다섯 명이 둘러앉아 있는 모습이었으나, 세월이 지나면서

이젠 세 명의 모습만 남아 있더군요.






그리고, 가장 눈길을 끄는 노부부의 모습을 표현한 조각상입니다.

처음엔 말끔한 모습이었으나 역시 세월과 함께 색이 바래지고

흔적이 짙게 배여 있는 모습으로 변해 있더군요.




이 사진은 약 4년 전 늦가을에 찍어본 조각상의 모습입니다.

그나마 말쑥한 모습이 남아 있을 때의 모습입니다.

이 조각상을 볼 때 마다 늘 떠오르는 글 한 편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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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나 그런 꿈을 꾼 듯 하다

나 나무처럼 늙었을 때

역시 나무처럼 늙은 그대와 함께

늦은 오후 산책을 나서는 꿈

 

더 이상 할 말이 남아 있지 않을 것이므로

그저 나란히 늦은 오후와

이른 저녁 사이를 걷다가

늙은 나무 옆에서

어느 여행자의 카메라에 들어가는 꿈

 

 

-----조병준...'따뜻한 슬픔'中에서






노부부 조각상의 뒷편에 앉아 있는 개구쟁이 소년들의 모습입니다.






한 녀석을 제외하곤 고개를 들고 무언가를 바라보며 즐거워 하고

있는 모습들입니다.






건물 오른편 공간을 차지하고 앉아 있는 조각의 모습입니다.






빙긋이 미소를 지으면서 방문객들을 신기한듯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문학관 내부로 들어서기 전 만나는 조각상의 모습입니다.

깜찍한 모습과 미소에 방문객들의 마음조차 즐거워지는 그런 모습입니다.






문학관을 들어서면 만나는 커다란 창문이 있는 풍경입니다.

창밖의 풍경이 단풍이 들면 훨씬 더 아름다운 그림이 될 것 같더군요.






잔아문학박물관은 여타 문학관과는 다른 개념의 문학관으로

어느 특정 문인을 추모하거나 기리는 공간이기 보다는, 여러 문학적

자료들을 모아놓은 박물관 형태의 문학관이었습니다.

자칫 지루할 수 있는 문학관의 소재에 테라코타 조각을 결합하여

새롭게 탄생시켜 놓은 공간으로, 문학을 사랑하고 즐기는 사람들을 위한

복합적인 성격을 띠고 있는 공간이라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일 것입니다.





문학적 자료들을 모아놓은 1전시실을 지나 가장 먼저

'어린왕자'의 저자인 생떽쥐뻬리를 만났습니다.





이곳엔 어린왕자와 길들임을 나눈 여우도 있고, 별에 홀로

남겨두고 떠나온 투덜이 장미와 어린왕자를 우리 곁으로 데리고 와준

생떽쥐뻬리도 함께 방문객을 반기고 있었습니다.





어린왕자의 모습입니다.

여우에게 잘 익은 밀밭의 금빛을 떠올리게 했던, 노란 금발을

가진 어린왕자의 모습입니다.






그리고, 그 앞에 진열되어 있는 여전히 낯익은 조각들의 모습입니다.







그리고, 꼭 보고 싶었던 테라코타 조각들을 만났습니다.

현재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우리나라 문인들의 모습을

표현해 놓은 조각들로, 이 조각들을 마주하고 있는 시간이

이 문학관을 자주 찾게 하는 가장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김남조 시인의 모습입니다.

<겨울 바다 > <사랑합니다> 등, 수많은 아름다운 시들로

우리를 행복하게 해준 시인입니다.






문효치 시인의 모습입니다.

나에겐 생소한 이름의 시인이었지만, 이 사진을 찍은 뒤

처음으로 시인의 시를 찾아 읽어볼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 중 한 편을 옮겨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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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고 싶지 않다
이 숲에도 부처님은 계시고
아침 저녁 때맞춰 공양하며
가금씩 입 맞추어 웃기도 하지
 
참으로 말이 필요없는 세상
 
귀 열어놓으면, 여기
미당이나 목월의 시 읽는 소리도 들리고
 
감았던 눈 떠 보면
손잡고 노니는 나방들도 보이지
 
바쁜 사람은 바쁜 사람끼리
잘난 사람은 잘난 사람끼리 놀라 하고
 
나는 여기
작은, 아주 작은
하얀 얼굴에 별빛이나 담아놓고 살지



-----'으아리'.......(문효치)






<즐거운 편지> <조그만 사랑 노래>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황동규 시인의 모습입니다.






<그리운 부석사> <눈부처> <수선화에게> 등등, 우리에게

어쩌면 가장 많은 애송시를 들려주고 있는 정호승 시인의 모습입니다.









































현재, 문화부장관을 맡고 있는 도종환 시인의 모습입니다.

80년대 후반, 접시꽃 당신이란 시집으로 많은 사람들을

슬픔에 젖게 만들었던 시인이었습니다.






영화 <서편제>의 원작자인 이청준 소설가의 모습입니다.

이 테라코타 조각들 앞에서 한동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다가

발길을 돌리기로 합니다.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들의 모습도 찍어 봅니다.







<몽실언니>를 쓴 동화작가 권정생 작가의 모습입니다.







세계 문호들의 모습이 전시되어 있는 제2전시실의 모습입니다.

이곳엔 문학관의 관장이신 김용만 소설가가 세계문학기행을 하면서

수집해 온 수많은 자료들이 함께 전시되어 있는 곳이기도 했습니다.



















제1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는 테라코타 조각들의 모습입니다.

대부분 이미 작고하신 우리나라 문인들의 모습이 전시되어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배따라기> <감자>의 김동인 작가의 모습입니다.







<바다와 나비>의 김기림 시인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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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그에게 수심을 일러준 일이 없기에
흰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청무우밭인가 해서 내려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
공주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삼월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글픈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



-----'바다와 나비'......(김기림)






성북동 길상사의 김영한 법사와의 애틋한 사랑이야기로 유명한

백석 시인의 모습입니다.

당시 기생이었던 김영한 법사와 사랑에 빠졌지만, 집안의 반대로

결국 헤어진 뒤 고향땅이었던 북한으로 돌아가 그곳에서 살다가

1996년 작고하였다고 합니다.

그의 시는 시인을 꿈꾸던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준 것으로도

유명하다고 합니다.






윤동주 시인의 모습은, 조각이 아닌 기왓장에 판화처럼

새겨져 있었습니다.






전시실을 모두 돌아보고 문학관을 나서려는데,

문득 입구를 지키고 있던 직원이 책 한 권을 내밉니다.

무슨 책인가 하고 바라보니, 관장님이 주시는 선물이라고 합니다.

전시실을 둘러보는 동안 관장님을 만나 잠시 대화를 나누었는데

아마도 이 책을 선물로 주라며 일러 두셨던 모양이었습니다.


이 책은 관장이신 김용만 소설가께서 직접 쓰신 시 해설집이라고

하더군요.

시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그야말로 소중하고 횡재나 다름없는

뜻밖의 선물이었습니다.

책 아래의 신문은, 문화일보에 소개된 관장님에 대한 기사로

책과 함께 가져다 놓고 열심히 읽어보고 있는 중입니다.

이곳을 빌어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전시실을 나서니, 그 사이에 태풍이 지나가 버린 듯

비가 말끔히 그치고 구름 사이로 햇살이 간간히 비치고 있었습니다.

천천히 문학관을 나서며 사진을 몇 장 더 담아 보기로 합니다.


























그리고, 문학관을 막 나서려는데 마침 문학관의 주변 정리를

하고 계시던 관장님을 다시 만났습니다.

함께 사진 찍을 것을 부탁드렸더니 차림새 그대로 흔쾌히 모델에

응해 주시더군요. 저와 함께 동행했던 그녀와 함께 찍은 사진입니다.





한동안 대화를 나누며 많은 이야기를 들려 주셨는데, 뜻밖의 선물과 함께

긴 대화도 함께 할 수 있었던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잔아문학박물관은, 소설가 김용만 작가님과 테라코타 도예가이면서

시인인 여순희 여사님 부부가 1996년부터 사재를 털어 마련한

박물관이라고 합니다.






서종문학박물관이란 이름으로 시작했다가 잔아문학박물관으로

이름을 바꾸었다고 합니다.

일반인들에게 문학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문향(文香)을 함께

나누고자 마련했다고 하며, 입구에서 부터 만난 조각상들은

부인이신 여순희 여사님이 직접 빚으신 테라코타 작품들이라고

합니다.




















문학을 사랑하고 문학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꼭 한 번쯤은

이곳 잔아문학박물관을 찾아 보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이곳에는 분명 다른 문학관에서 만날 수 없었던 특별한 만남이

모두를 반겨주고 또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낭만과 동경이 가득한 문인들의 눈빛과 표정을 테라코타 조각들을 통해

마음껏 느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이렇게 잔아문학박물관을 다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