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4. 11. 07:00ㆍ나비 이야기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오면
곳곳에서 피어나는 야생화와 함께
나비들도 그 모습을 하나 둘 씩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내는 나비로는, 알이나 애벌레로
겨울을 나는 나비가 아닌 나비의 모습 그대로
겨울을 보내는 뿔나비와 네발나비일 것입니다.
낙엽이나 나뭇가지에 붙어서 겨울을 나는 이 나비들은
한겨울에도 날씨가 따뜻해지는 날이 며칠 계속되면
놀랍게도 모습을 보여주는 나비이기도 합니다.
그 뿔나비와 네발나비의 틈에 섞여 봄의 시작을 알리는
또 다른 나비가 있는데, 바로 청띠신선나비입니다.
역시 나비의 모습 그대로 겨울을 나는 나비이며
날개의 가장자리를 장식하고 있는 파란색의 굵은 줄무늬가
무척 매력적인 나비입니다.
여러 나비도감을 참조하면, 봄에 나타난 청띠신선나비가
번식을 해서 여름형이 태어나고 다시 번식을 해서 가을형이
태어 난 뒤, 그 가을형이 겨울을 보낸 뒤 봄에 번식을 하는 것으로
되어 있더군요.
하지만, 연 1~2회 발생한다는 애매한 설명이 적혀 있는
나비도감도 있는 것을 보면, 아직 이 청띠신선나비의 생태가
완전히 밝혀진 것은 아닌가 봅니다.
그러나, 어쩌면 그 설명이 맞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비 중에는 같은 종이라 할지라도 지역에 따라 연 1회만
발생하는 개체도 있고 연 2회 발생하는 나비가 있는데, 가령
중부지방에서는 연 1회만 발생하는 나비가 따뜻한 남쪽지방에서는
봄과 여름으로 2회 발생하는 나비가 있다고 합니다.
홍점알락나비가 그 대표적인 나비라고 하네요.
어쨋거나 이 사진 속의 녀석은 혹독한 겨울 추위를 이겨내고
따뜻한 봄 햇살 아래 모습을 드러낸 대단한 녀석임엔 틀림이 없습니다.
보통의 나비들이 1개월을 채 살지 못하는 것에 비한다면
가을에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약 7~8개월 가량 살아 남았고
길게는 10개월 가량 살고 있는 셈이니, 나비들 중에선 장수하는
나비에 속하는 녀석입니다.
봄이 되면 주로 오후 무렵 나타나 나름의 점유행동을 하더군요.
개울 주변이나 대체로 숲 언저리에서 그 모습을 보여 주는데
땅바닥이나 개울 주변의 바위, 또는 낙엽 위에도 내려 앉는 편이었습니다.
그러다가 그 영역으로 다른 청띠신선나비가 날아오면 지체없이
날아 올라 영역 다툼을 벌이곤 하더군요.
가을이나 혹은 여름에 태어나 겨울을 오롯이 보낸 모습이니
녀석들의 모습이 말끔할리가 없습니다.
대부분은 날개가 찢어 졌거나 이미 색이 바랜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고유의 기품과 나비 이름에 걸맞는 특징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편이었습니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청띠신선나비와의
즐거운 해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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