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 29. 06:00ㆍ나비 이야기
아직 나비의 세계로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 놓기 전
딱히 소일거리가 없어 카메라를 챙겨 든채 자전거를 타고
카메라에 담아 볼 마땅한 대상을 찾아 강변을 배회하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일전에 강변의 풀밭에서 큰주홍부전나비를 만나 그 매혹적인
주홍빛 날개에 반해서 한동안 이리저리 쫒아다녔던 기억이 있어서,
혹 큰주홍부전나비라도 다시 만나기를 은근 기대하며 강변을
천천히 달리고 있었습니다.
그때 엉겅퀴 주변을 어지럽게 날아다니고 있는 여러마리의
배추흰나비 무리가 눈길을 끕니다.
저 배추흰나비라도 카메라에 담아보자며 자전거를 세우고
카메라를 꺼내 듭니다.
그렇게 배추흰나비와 놀고 있는 중에 문득 근처 개망초 꽃잎 위에서
흡밀을 하고 있는 특이한 나비 한 마리가 눈길을 끕니다.
흰나비처럼 보이기도 하고 또 아닌 듯도 해서 일단은 무조건
사진으로 남겨 두기로 하고 잠시 녀석을 따라 다니며 열심히
셔터를 눌러 봅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검색을 해보니 '풀흰나비'라는 이름을 가진
녀석이더군요.
날개 옆면의 연녹색 무늬가 국방무늬를 연상케 한다고 해서
나비애호가들 사이에선 예비군나비라는 재밌는 별칭이
붙어있는 나비이기도 합니다.
거의 전국적인 분포지를 가지고 있지만, 주로 강변이나 하천이
가까운 풀밭에서 서식하는 편이어서 배추흰나비만큼 쉽게
만날 수 있는 녀석은 아니라고 합니다.
더군다나 강변과 하천의 개발이나 자전거도로나 공원 같은
편의시설이 확장 되면서 점점 개체수도 줄어 들고 있어서
이제는 더 만나기 어려운 나비가 되었다고 합니다.
나비에게 아직 본격적인 관심을 갖기 전인 그 당시로 보자면
그냥 눈앞에 나타났으니 엉겁결에 찍은 셈이었지만, 나비의 세계로
깊숙히 들어와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보자면 운좋게 녀석을 만난
셈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늦은 봄날인데도 햇살이 뜨거워서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히던 2015년 5월의 어느 날, 우연히 조우했던
풀흰나비의 모습을 다시 꺼내 봤습니다.
<클릭하면 큰 사진으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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