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2. 21. 06:30ㆍ나비 이야기
이 사진들은 내가 나비에게 막 관심을 가지기 시작할 무렵
이른 아침의 풀밭에서 찍어본 사진이다.
이 사진들을 가끔 꺼내볼 때면 괜시리 웃음이 나오곤 하는데
풀밭을 걸어 다니느라 등산화가 물에 적신 듯 흠뻑 젖었던 그날의
상황 때문이 아니라, 사진 속 두 나비의 모습에 대한 혼자만의 오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두 나비가 이렇게 나란히 같은 풀잎 위에 앉아 있는 모습이
동물의 세계에서 흔히 생각하듯 엄마나비와 새끼나비로 생각을
한 것이었다.
더군다나 두 나비의 크기도 차이가 나서 앞에 녀석을 엄마나비,
뒤에 따라붙고 있는 녀석을 새끼나비로 이미 단정을 지은 것이었다.
나비에 대해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난 한참 뒤에서야
나비 세계에서는 엄마가 새끼를 양육하는 일이 결코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 사진 속 상황이 수컷이 암컷과의 짝짓기를 위해
다가가고 있었던 상황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었다.
그 상황을 깨닫고 다시 이 사진들을 들여다보니 그제서야 제법 낡아버린
수컷의 모습도 눈에 들어오는 것이, 멋쩍은 헛웃음만 나오는 것이었다.
나비를 만나면 그저 순수하게 카메라로 눈을 맞추었던 그 시절이
어쩌면 나비를 가장 아름답게 대하고 또 사진으로 담았던 시기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을 가끔 해보곤 한다.
요즘 들어 나비를 바라보는 내 마음과 눈빛에 욕심만 가득한 건
아닐까...하는 반성도 드는 것이, 문득 그 순수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이 사진들을 다시 꺼내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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