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8. 17. 06:30ㆍ세상 이야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8월 15일 까지 열리고 있던
초상화 특별 기획전, <시대의 얼굴>을 관람하고 왔습니다.
'셰익스피어에서 에드 시런까지'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전시회로
70점이 넘는 다양한 인물들의 초상화가 복제품이 아닌
원화의 모습 그대로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전시장에 들어서니 초상화의 변색을 방지하기 위해
조명을 관람이 가능한 수준으로만 밝혀 놓고 있어서
카메라로 초상화를 찍어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더군요.
모든 초상화를 찍어 볼 수는 없었지만, 그 중 이미 충분히
알려져 있는 역사적 인물이거나 어느 정도 조명이 충분해서
촬영이 가능한 초상화들만 카메라에 담아 보았습니다.
전시장 입구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초상화인
영국이 낳은 세계 최고의 극작가, '월리엄 셰익스피어'의 모습입니다.
이 그림은 지금까지 알려진 셰익스피어의 초상화 가운데
유일하게 살아있을 때 그렸을 것으로 추정되는 그림이라고 합니다.
'넬 귄'이라는 이름의 여인의 초상입니다.
넬 귄은 1600년대 중후반에 영국에서 활동한 배우로
공개 연극무대에서 활동한 최초의 여성 중 한 명이라고 합니다.
어린 시절엔 빈민가 출신으로 극장 관객들에게 오렌지를 팔면서
하루하루를 연명했지만, 이후 극장의 희극배우로 활동하게 되면서
국왕 찰스 2세의 눈에 들어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다고 합니다.
찰스 2세의 수많은 정부 중 가장 인기가 많았다고 하며
국왕과의 사이에서 두 아들을 두었다고 합니다.
만류인력의 법칙을 발견하여 물리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너무나도 유명한 '아이작 뉴턴'의 모습입니다.
이 초상화는 고드프리 넬러라는 이름의 화가가 1702년에
그린 그림으로, 뉴턴은 죽을 때까지 이 초상화를 소장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합니다.
진화론으로 유명한 <종의 기원>을 쓴 '찰스 다윈'의 모습입니다.
인류역사상 가장 파격적인 아이디어로 평가받는 진화론을
창조한 인물로, 이 초상화는 사망하기 한 해 전인 1881년
런던 린네협회를 위해서 제작한 작품을 다윈 사후에
다시 그린 작품이라고 합니다.
'월리엄 모리스'의 초상화입니다.
이름과 함께 미술 공예 운동의 창시자, 디자이너, 사회주의자라는
수식어가 함께 붙어 있더군요.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가장 영향력있는 예술가 중 한 명으로
공장식 대량 생산에 반발해 중세 장인정신을 되살리고자 했던
'미술공예운동'을 대표하는 인물이라고 합니다.
'메리 시콜'의 초상화입니다.
메리 시콜은 자메이카 출신의 간호사로, 크림전쟁 때
간호활동을 펼친 것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라고 합니다.
당초 나이팅게일의 간호단에 참가하려 했지만, 흑인이라는 이유로
거부 당한 뒤 혼자서 전쟁터로 달려가 그곳에서 군인들을 위한
간호소를 운영했다고 합니다.
곧 그 명성이 전해졌고 전쟁이 끝난 뒤에는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흑인 여성이 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이 초상화는 지금까지 전하는 메리시콜의 유일한 초상화이며
60대 황혼기에 접어든 모습이라고 합니다.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모습입니다.
20세기 최고의 미녀로 일컬어지는 여배우로 8번의 결혼과
이혼으로 유명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20세기 인물 사진의 거장으로 손꼽히는 유서프 카시가
1946년에 촬영한 사진이라고 합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가수 중 한 사람인
'에드 시런'의 모습입니다.
이 초상화는 북아일랜드 출신의 초상화가 콜린 데이비슨이
그린 것으로, 실물보다 크게 제작한 두 점의 초상화 가운데
한 점으로, 에드 시런이 조용히 생각에 잠겨 있는 순간을
포착하고 있다고 합니다.
영국의 절대 군주였던 '헨리 8세'의 모습입니다.
1509년 18세의 나이로 왕위에 오른 뒤, 재위 기간동안
여섯 번 결혼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의 치세는 나라 밖에서는 야심적인 면모로, 나라 안에서는
무자비함으로 요약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헨리 8세의 초상화 옆에는 그의 딸로 25세에
왕위를 계승한 뒤, 유럽의 변방에 불과했던 영국을 훗날
세계를 호령하는 제국으로서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
'엘리자베스 1세'의 초상화가 걸려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초상화 전시에서 가장 보고 싶었던
초상화이기도 합니다.
이복 언니였던 '피의 메리'로 불렸던 메리 1세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 엘리자베스 여왕은 평생 결혼을 하지 않고
'처녀 여왕'의 이미지를 고수하며 영국을 통치했다고 합니다.
왕의 권력을 빼앗은 자의 당당함이 돋보이는
'올리버 크롬웰'의 초상화입니다.
올리버 크롬웰은 영국 역사상 유일하게 귀족 신분이
아닌 사람으로 최고 통치자의 자리에 오른 사람이라고 합니다.
찰스 1세 당시 내전이 발발하자 뛰어난 군사력으로
의회파를 도와 승리를 이끌었으며, 찰스 1세를 처형한 뒤
세상을 떠날 때까지 스스로 영국을 통치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왕위'에는 오르지 않았다고 합니다.
'찰스 에드워드 스튜어드 왕자'의 초상화입니다.
<가질 수 없는 권력을 꿈꾼 자>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초상화로, 크롬웰에 의해 처형된 찰스 1세의 증손자라고 합니다.
영국에서 추방된 스튜어트 왕가의 후손으로 로마에서 태어나
왕위 복권 운동의 중심에 있었지만 실패한 인물이라고 합니다.
이 초상화는 17세에 그려진 작품이라고 합니다.
'윌리엄 윌버포스'의 초상화입니다.
영국 보수당 출신의 정치가로 일생을 노예무역과 노예제
폐지를 위해 헌신한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고 합니다.
20여년 간의 쉼없는 노력 끝에 1807년 드디어 노예무역
폐지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고, 그후 1833년 노예제 폐지법이
의회를 통과하기 직전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이 초상화는 건강악화로 단 한차례만 모델로 섰으며
그나마도 채 완성되지 못한 작품이라고 합니다.
파키스탄 출신의 여성 운동가인 '말랄라 유사프자이'의
초상화입니다.
2009년 그녀의 고향이 탈레반에 점령되었을 때 자신의 삶과
여성 교육 탄압에 대한 글을 써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고 합니다.
2012년 학교 통학버스에서 탈레반 대원이 쏜 총에 머리를 맞고
큰 부상을 입었으나 기적적으로 회복한 뒤, 아동과 여성 운동의
상징적인 인물이 되었다고 합니다.
2014년 최연소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영국 최고의 전쟁 영웅 '허레이쇼 넬슨'의 초상화입니다.
영국의 가장 걸출한 전쟁 영웅 중 한 명으로, 그를 기리는
기념탑이 런던 트라팔가 광장에 있을 정도로 명성에 빛나는
인물이라고 합니다.
1793년 코르시카 전투에서 한쪽 눈을 실명하고 1797년
오른쪽 팔을 잃었다고 합니다.
1805년 트라팔가 해전에서 나폴레옹 함대를 격파하지만
치명상을 입고 전사했다고 합니다.
1798년 나폴리에서 건강을 회복 중이던 넬슨 제독은 해밀턴 경의
부인이던 에마와 사랑에 빠지며 세기의 로맨스를 일으키기도
했다고 합니다.
바로 넬슨 제독과 사랑에 빠지며 세기의 로맨스를 일으켰던
장본인인 '에마 해밀턴'의 초상화입니다.
평범한 대장장이의 딸로 태어나 신분상승이 불가능했던 시대에
자신의 외모와 능력을 발판으로 무용수, 여배우에서 부터
나폴리 여왕의 친구로 까지 성장했던 인물이라고 합니다.
1791년 나폴리 주재 외교관이었던 윌리엄 해밀턴과 결혼하면서
귀족 부인이 되었지만, 이후 건강 회복차 나폴리에 머물던
넬슨 제독과 사랑에 빠지며 세기의 로맨스를 일으켰다고 합니다.
이 초상화는 에마의 스무 살 무렵 모습을 그린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엘리자베스 1세의 초상화 만큼이나 눈길을 끌던
'엘리자베스 공주'의 초상화입니다.
전신을 표현한 커다란 크기의 초상화로, 강렬한 아름다움에
눈길을 뗄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유럽 최고의 신부 후보로 꼽히던 영국의 공주로
이 초상화는 14세의 엘리자베스 공주의 모습을 그린 것이라고 합니다.
왕가 특유의 도도함과 우아함이 그림 밖으로 뿜어져 나올듯
생생한 모습이었습니다.
'앤 하이드와 제임스 2세'의 초상화입니다.
올리버 크롬웰에 의해 영국 왕정이 붕괴된 후, 대륙에서
망명 생활을 하던 제임스 2세는 클래런던 백작의 딸 앤 하이드와
사랑에 빠진 뒤, 비밀리에 결혼까지 하게 됩니다.
그러나, 왕정이 회복된 후 더 좋은 배우자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이들의 비밀 결혼은 부정당하게 되었지만, 다행히
당시 영국 국왕이던 형 찰스 2세의 도움을 받아 공식적인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제임스 2세는 후에 형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르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앤 하이드의 모습만을 찍어본 것입니다.
<엘리자베스 1세를 향한 헌신적인 사랑>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월터 랠리'의 초상화입니다.
엘리자베스 1세의 총애를 한 몸에 받았던 인물로, 시인이며
탐험가였고 군인이며 정치가였다고 합니다.
엘리자베스 1세 사후에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하게 되는
인물이라고 합니다.
제 1대 캐플 남작인 '아서 캐플'과 그 가족을 그린 이 초상화는
전시관의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울 만큼 커다란 작품이었습니다.
아서 캐플 남작은 영국 내전 당시 찰스 1세의 편에 섰다가 결국
종전 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는 인물이라고 합니다.
이 초상화는 캐플 가족들이 가장 안락한 생활을 누리던 시절
제작된 작품이라고 합니다.
< 이 사진은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3대 런던데리 후작 '찰스 베인 스튜어트'의 초상화입니다.
현재까지도 영국 군(軍) 초상화의 상징으로 평가받고 있는
멋진 초상화로, 위풍당당하며 자신감에 넘치는 기병대 장교의
모습을 실감나고 화려하게 표현한 작품이었습니다.
유명한 할리우드의 여배우 '오드리 헵번'의 사진도
초상화 가운데 함께 걸려 있었습니다.
패션업계에서 가장 성공한 모델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케이트 모스'의 사진도 있었습니다.
<엘리자베스 1세의 충성스러운 신하>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헨리 리'의 초상화입니다.
14살의 나이로 궁정에 들어간 뒤 평생 영국 왕실을 섬겼던
인물이라고 합니다.
<대서양 노예무역의 생존자>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아유마 술레이만 디알로'의 초상화입니다.
디알로는 세네갈의 부유한 성직자 집안 출신으로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흑인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1730년 노예매매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붙잡혀
미국으로 팔려간 뒤, 3년 간의 고생 끝에 런던으로 오게되고
결국 노예 신분을 벗어난 뒤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고 합니다.
굉장히 강렬한 인상을 풍기는 초상화였습니다.
'자하 하디드'의 <영원히 변화하는 초상화>입니다.
자하 하디드는 이라크 출신의 건축가로 '곡선의 여왕'이라고
불릴만큼 뛰어난 건축가였으며, 서울의 동대문디자인플라자도
그녀에 의해 탄생된 건축물이라고 합니다.
LCD 화면을 이용해서 소프트웨어로 끝없이 색채를 변주하는
이 작품은 소프트웨어의 무작위 적인 선택에 의해 색채를
창출해 내기 때문에, 이미지가 두 번 반복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평정>이라는 제목이 붙어있는 현재의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홀로그램 초상화입니다.
홀로그램으로 여왕을 묘사한 최초의 초상화라고 하며,
엘리자베스 여왕을 영국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영국을 통치한
군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브론테 자매들의 초상화입니다.
왼쪽이 <애그니스 그레이>의 작가 '앤 브론테', 가운데가
<폭풍의 언덕>의 작가 '에밀리 브론테', 오른쪽이 <제인 에어>를 쓴
'샬럿 브론테'라고 합니다.
자매들을 그린 그림 중 유일하게 남은 것이라고 합니다.
<18세기 가장 영향력있는 초상화가>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조슈아 레이놀즈'의 초상화입니다.
18세기 영국을 대표하는 화가로 왕립미술원의 초대 원장을
맡기도 한 인물이었다고 합니다.
젊은 시절의 자신의 모습을 담은 이 그림은 작업 중인 자신을
묘사한 자화상이라고 합니다.
'앤젤리카 카우프먼'의 초상화입니다.
스위스 출신의 신고전주의 화가로, 왕립미술원 최초의
여성화가라고 합니다.
카우프먼은 화가로서의 정체성을 표현한 자화상을 많이
그렸는데, 이 그림 역시 자화상이라고 합니다.
소설가이자 시인인 '래드클리프 홀'의 초상화입니다.
여성으로, 동성애가 불법이던 시절 공개적으로 동성 연인과
함께 살기도 했으며, 남성복을 입고 다니면서 본명인
마거리트보다는 존(John)으로 불리길 더 원했다고 합니다.
데이비드 호크니의 <찰리와 함께한 자화상>입니다.
데이비드 호크니는 현존하는 가장 유명한 영국 현대 미술가 중
한 명으로, 소묘, 회화, 판화, 디지털 기술을 아우르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그림은, 호크니 본인과 뒤에 앉아서 그림을 바라보고 있는
친구인 큐레이터 찰스 데어 샤이프스, 그리고 이 그림을
바라보고 있는 관람객과의 삼자 간의 시선 구성이 흥미로운
작품이라고 합니다.
< 조화 >라는 제목의 '폴 베즐레'의 작품입니다.
폴 베즐레는 영국 20세기 추상미술의 선구자로 1926년
파리에 정착한 뒤, 본명인 마저리 왓슨 월리엄스를 폴 베즐레로
개명했다고 합니다.
이 작품은 자화상 형태로 자신이 그린 그림이라고 합니다.
'도리스 진케이슨'의 초상화입니다.
화가이며 무대 디자이너, 무대의상 디자이너이기도 했던 그녀는
다양한 연극과 영화에서 무대의상와 무대장치를 설계했으며
1936년에는 초호화 대서양 횡단 여객선 퀸메리호의 레스토랑
벽화를 그리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 그림은 1929년 경 자신이 그린 자화상이라고 합니다.
초상화 특별전을 관람하고 나오면서 찍어본 거울연못의
반영입니다.
정자 주변엔 배롱나무꽃이 활짝 피어 있었습니다.
전시되어 있는 작품 중 다수는 영국 밖에서 처음으로 전시된
귀한 작품들이라고 합니다.
현재 영국의 국립초상화미술관이 2023년 까지 문을 닫고
공사를 진행 중이라 가능한 일이었다고 하며, 이 전시를
성사시키기 위한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들의 소중한 노력과
뜨거운 열정이 이루어낸 값진 전시였다고 합니다.
사진으로는 모두 표현할 수 없었지만, 아름다운 색채와
섬세하게 표현된 세계적인 초상화들을 직접 눈과 마음으로
충분히 경험하고 공감할 수 있었던 멋진 시간이었습니다.
이렇게, <시대의 얼굴> 전시를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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