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5. 29. 00:43ㆍ세상 이야기
회사 근처에 있는 어느 집 화단으로 겹작약꽃을 구경하러 갔다가 놀랍게도 엉겅퀴를 만났습니다.
야생화인 엉겅퀴를 도심속에서 그것도 집 뜰 안에 있는 화단에서 만난 것도 신기했고
또 고향을 떠난 이후로 처음 그 모습을 만나고 보니 반가운 마음까지 들기도 했습니다.
경상도가 고향인 나는 이 꽃을 어릴적 부르던 억센 발음 그대로 '엉컹퀴'라고 불렀고
또 그것이 이름인줄 알았는데 검색을 해보니 '엉겅퀴'가 표준 발음이라고 하는 군요.
어릴적 고향의 들판에서 숱하게 엉겅퀴를 보면서 자랐는데, 약간 징그럽고도 또 가시가 있는
모양새 때문에 엉겅퀴를 무척 싫어 했더랬습니다.
더군다나 꽃을 만지면 끈적한 것이 손에 묻곤 해서 더더욱 싫어 했더랬습니다.
그리고 엉겅퀴꽃을 한번도 꽃이라고 생각해 본적이 없었지요.
그런데 오늘 사진을 찍어 놓고 보니 엉겅퀴도 하나의 꽃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잠시, 어릴적 뛰어 놀던 고향의 들판과 산이 떠오르면서 향수에 젖어 보는 것이었습니다.
엉겅퀴꽃이 피던 시기의 고향의 봄은, 산은 싱그러운 초록으로 물들고 들판은 제법 무성해진 풀들로
뒤덮이던 시기였습니다. 그러면 드디어 망태나 지게를 둘러메고 소에게 먹일 풀을 베러 다니곤 했었지요.
그렇게 어릴적엔 징그럽다고 생각했던 엉겅퀴를 오늘 검색해 보니 의외로 놀라운 사실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어린 새순은 나물로도 먹는다고 하고 뿌리는 여러가지 효능이 있어서 중요한 약재로도 쓰인다고 하네요.
그리고 역시 꽃에 관한 여러가지 전설이 얽혀 있기도 했습니다.
또 한가지 놀랍고도 새로운 사실은 엉겅퀴가 영국 스코틀랜드의 국화(國花)라고 하는 사실이었습니다.
스코틀랜드의 국화가 된 사연은 이러했는데, 옛날 덴마크가 스코틀랜드를 침략해서 정복당할 위기에
처하게 되었답니다. 겨우 마지막으로 하나의 성에 고립된 채 저항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 달도 없는
캄캄한 밤에 드디어 덴마크 병사들이 소리를 죽인채 기습 공격을 감행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모든 병사들이 맨발로 살금살금 성을 향해 진격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 어린 병사 하나가 엉겅퀴를 발로 밟게 되면서 가시에 발이 찔리자, 그만 비명을 지르고 만 것이지요.
그 소리를 듣고 기습 공격을 알아 차린 스코틀랜드 병사들이 횃불을 밝히고 반격을 시작하면서
덴마크군을 쳐부수고 나라를 지켜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 이후로 엉겅퀴는 스코틀랜드의 국화가 되었다고 하네요.
이런저런 모든 사실들을 알고 나니, 엉겅퀴가 더 이상 징그럽게 여겨지진 않네요.
이제는 오히려 고향의 향수를 자극하는 꽃이 되었으니 말입니다.
내일 다시 엉겅퀴를 구경하러 가봐야 할것 같습니다. 겹작약이나 그 화단에 피어있는
다른 꽃들에 비하면 그 모습이 흉해 보이긴 하지만 그러나 분명 녀석도 꽃은 꽃이니까요.
꽃으로서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바램은 다른 꽃들과 마찬가지 일테니 말입니다.
아래의 꽃들이 바로 엉겅퀴와 함께 피어있는 '겹작약'꽃들입니다.
그 모습이 요란스러우면서도 굉장히 이쁜 꽃이네요.
엉겅퀴가 기죽을 만 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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