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면 듣고 싶은 노래...<가을 우체국앞에서~>

2012. 9. 15. 20:07세상 이야기

 

 

 

 

 

 

오래전, 내가 파주에 살고 있었을 때
<시인과 농부>라는 이름의 카페에 자주 들른 적이 있었다.
지금은 고인이 된 친구와 나의 단골 장소같은 곳이었는데
그로부터 두어 해 후에 큰 건물이 들어서면서 그 카페는 허물어지고
사라져 버렸지만, 그 당시엔 참으로 특이한 곳이었었다.
현재 파주시 금촌동 사거리 근처의 큰 길가에 어울리지 않게
그 카페가 있었다.

 

 

 

 

 

 

다 허물어져 가는 듯한 건물에 간판은 상호가 씌어진 긴 널판지를
입구에 세워 둔 것이 전부였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넓지 않은 공간에 가냘픈 몸매와 작은 키에
단정히 단발머리를 빗어 내린 여주인이 그닥 상냥하지도 않게
손님을 맞곤 했는데, 바닥은 흙바닥에 가까웠고 벽은 붉은 벽돌이었으며
군데 군데 그 벽돌 위로 흘러내린 촛농과 벽에 걸린 마른 꽃다발까지
결코 세련된 풍경은 절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고보니 작은 벽난로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탁자위에는 다른 장식품 대신 낙엽이나 조약돌이 담긴 접시가 놓여져 있었고
중앙의 탁자위에는 화려한 장미나 백합대신 주인이 손수 들판에서 꺾어온
소박한 들꽃이 꽃병에 꽂혀져 있었다.
그녀는 시를 즐겨 쓰는 사람이었고 중학교 시절 자기 방을 갖고 싶다고 떼를 쓰자,
아버님이 그날로 냇가의 돌을 지게로 날라다가 방을 만들어 주셨는데
서른 중반이 되도록 아직도 그 방에서 지낸다는 말도 들은 기억이 있다.

 

 

 

 

 

 

나는 가끔 혼자 토요일 오후에 그 곳엘 들르곤 했는데
나무 탁자를 마주하고 앉아 편지를 쓰거나 커피 한 잔을 즐기고
돌아오곤 했었다.
커피잔은 또 얼마나 크던지... 그 커피를 다 마셔야 하는 일이 때로는
고역이 되기도 할 정도였다.
가끔 그곳에서는 작은 음악회를 열기도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특이한 공간의 특이한 주인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느날, 그날도 커피를 즐기거나 혹은 편지를 쓰기 위해
카페에 들렀다가 탁자 위에 놓인 엽서를 발견했다.
주홍빛 바탕에 노랫말이 적힌 이쁜 엽서였는데
주인에게 물어보니 고양시 노래 동인에서 가져다 놓은 것으로,
위탁 판매를 해주고 있다고 했다.
엽서엔 <가을 우체국앞에서>란 제목의 노랫말이 적혀 있었고
노래를 만든 사람의 이름도 적혀 있었지만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당시 편지 쓰기를 즐기던 나는 엽서가 얼마나 이쁘던지
여러장을 사 왔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일반 엽서가 50원이던 시기에
그 엽서의 가격은 무려 250원이었었다.
이렇게 <가을 우체국앞에서>란 노래를 처음 알게 된 것이었다.
그 후로도 여러번 그 엽서를 사왔고 그 엽서에 적힌 노랫말이
추억이 되어 갈 무렵에 비로소 나는 세상에 알려진 이 노래를 들을 수가 있었다.

 

 

 

 

 

 

지금도 이 노래를 들으면 내 기억은 어느새 그 시절로 되돌아가 있곤 한다.
어쩌면 나에게는 가장 빛나던 낭만의 시절이었는지도 모른다.
그 허름한 카페의 문을 밀고 들어서던 내 모습과 함께
수많은 추억들이 눈부신 별빛처럼 함께 되살아 나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 엽서를 받았던 사람들이 누구인지, 한때 내가 편지 쓰기를 즐겼는지조차
희미한 기억이 되어 가지만 이 노래를 들으면 아직도 아련한 감상에
사로 잡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더군다나 이 노래는 지금 사랑하고 있는 사람과 나에게도 특별한 노래이다.
전부는 아니지만 그녀와 나를 이어준 인연중에 이 노래의 역할도
어느 정도는 포함이 되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나에겐 특별한 노래가 된 이 <가을 우체국앞에서>란 노래...
노랫말처럼 노란 은행잎이 바람에 날리는 가을이 오면
꼭 한번 취해보고 싶은 노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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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우체국앞에서>...(노래:윤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