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1. 26. 08:15ㆍ세상 이야기
늦가을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주말 오후에 양평 서종면에 있는
잔아문학박물관을 다시 찾아가 보았습니다.
이번이 벌써 네 번째 방문으로, 작년 초가을에 들러본 후 1년을 넘겨
다시 이곳을 찾아 보았습니다.
잔아문학박물관은 다른 개념의 문학관으로, 어느 특정 문인을 추모하는
공간이 아니라 여러 문학적 자료들을 모아놓은 박물관 형태의 문학관입니다.
문학을 사랑하고 즐기는 사람들을 위한 복합적인 성격을 띠고 있는
공간이라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일 것입니다.
더군다나 이곳에선 여느 문학관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한 볼거리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테라코타 인형들로, 테라코타는 양질의 점토를 높은 온도에서
구워 만든 상(像)이나 토기를 뜻하는데, 본래의 뜻은 구운 점토를 뜻하는
말이었지만 지금은 미술적 조각 작품의 소재를 일컫는 말로 쓰인다고 하네요.
잔아문학박물관에서는 우리나라 대표 문인들과 세계 문호들의 모습을
바로 테라코타 조각들로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입니다.
테라코타 조각들은 마당을 들어서면서 부터 곳곳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이미 오래 되어 퇴색되어 가는 모습도 있지만, 여전히
작은 이야기가 가득한 공간입니다.
늦가을의 정취가 가득한 정원을 거닐며 그 모습들을 찍어 봤습니다.
그리고 그 조각들 속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노부부의 조각상입니다.
이 조각을 볼 때마다 떠오르는 글 한 편이 있습니다.
언젠가 나 그런 꿈을 꾼 듯 하다
나 나무처럼 늙었을 때
역시 나무처럼 늙은 그대와 함께
늦은 오후 산책을 나서는 꿈
더 이상 할 말이 남아 있지 않을 것이므로
그저 나란히 늦은 오후와
이른 저녁 사이를 걷다가
늙은 나무 옆에서
어느 여행자의 카메라에 들어가는 꿈
-----------조병준...'따뜻한 슬픔'中에서
다섯 아이가 앉아있는 이 조각들은 예전에 본적이 없는 새로운
조각들이더군요.
비가 내린 뒤여서인지, 정원엔 떨어진 단풍잎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더군요.
잔아문학박물관 안으로 들어가 보기로 합니다.
잔아박물관은 소설가 김용만 작가님과 테라코타 도예가이면서
시인인 여순희 여사님 부부가 1996년부터 사재를 털어 마련한 박물관이라고 하며,
서종문학박물관이란 이름으로 시작했다가 잔아문학박물관으로
이름을 바꾸었다고 합니다.
일반인들에게 문학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문향을 함께 나누고자
마련했다고 하며 입구에서 부터 만난 조각상들은 부인 여순희 여사님이
직접 빚으신 테라코타 작품들이라고 합니다.
입구로 들어서니 나란히 손님을 맞고 있는 두 조각상이 보입니다.
황순원 소설, '소나기' 속의 두 주인공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문인들의 사진~
이름만 들어도 금새 고개가 끄덕여질 문인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제 1전시실 <한국문학관>입니다.
이곳엔 여러 문인들의 친필 원고와 문학사를 엿볼 수 있는 서적들,
여러 문인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과 작고한 문인들의 모습을 빚어 놓은
테라코타 조각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입니다.
그 문인들의 모습을 담은 테라코타 조각입니다.
'오감도'의 시인 이상과, '배따라기'의 김동인, '상록수'의 심훈처럼
오래된 문인들의 모습도 있지만 최근에 작고한 '귀천'의 시인 천상병의
모습도 찾아 볼 수 있더군요.
김남주 시인의 모습은 사진과 테라코타 판화로 만들어져 전시실에
놓여져 있더군요. 시인이지만 유신을 반대하던 사회운동가로 활동했으며
전사 시인, 혁명 시인이란 수식어가 따라 붙었는데, 스스로도 시인이 아닌
'전사'라고 칭했다고 합니다.
1994년 췌장암을 이겨내지 못하고 4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인연'의 수필가 피천득의 얼굴은 나무 판화로 새겨져 있더군요.
역시 나무 판화에 새겨진 '등신불' '사반의 십자가'의 소설가 김동리입니다.
'표본실의 청개구리'를 쓴 염상섭, 농민문학의 개척자로 불리는
소설가 이무영의 얼굴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전시실 한켠에 놓여져 있는 잔아 상(像)입니다.
박물관의 이름으로 쓰이고 있는 '잔아'는, 원래 김용만 관장님이
마지막 소설의 주인공 이름으로 정해 놓은 것이 었다고 하는군요.
27세 여자아이의 모습입니다.
제 2전시실로 통하는 복도에는 김용만 관장님의 자전적 문학론이
목판에 새겨져 이렇게 걸려 있더군요.
제 2전시실 '세계문학관'으로 들어섰습니다.
이곳엔 테라코타 조각으로 재탄생한 세계 문호들의 모습과
김용만 관장님이 세계 각국을 여행하면서 수집한 많은 자료들로
이야기를 꾸며둔 공간이라고 합니다.
제 2전시실에 놓여져 있는 또 다른 테라코타 인형들~
책을 읽어주는 엄마와 아이들의 모습입니다.
세계문학관에 전시 되어 있는 수많은 자료들 중, 세계문호들의
모습을 재현해 놓은 테라코타 조각들만 카메라에 담아 보았습니다.
가장 먼저 만나는 조각상은 러시아의 시인 '푸슈킨'입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 하지 말라>라는
'삶'이란 시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는 푸슈킨의 아내 나탈리야의 사진이 걸려 있더군요.
푸슈킨은 당시 미모로 소문이 나있던 13년 연하의 나탈리야를
격렬한 구애 끝에 결혼에 성공하게 되지만, 그러나 미인 아내를 얻은 대신
짧은 생을 마감하고 맙니다.
미인의 곁에는 언제나 이런저런 소문이 끊이질 않았던가 봅니다.
결국 나탈리야가 바람을 피운다고 소문을 퍼뜨린 프랑스인 귀족과
부득이한 결투 끝에 총에 맞아 37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으니 말입니다.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의 모습입니다.
나폴레옹의 러시아 침략을 다룬 소설, <전쟁과 평화>를 쓴 인물입니다.
<폭퐁의 언덕>의 작가, 에밀리 브론테의 모습입니다.
<제인 에어>를 쓴 샤롯 브론테와는 자매 사이라고 하네요.
폭풍의 언덕을 남기고 채 서른을 넘기지 못한 채 결핵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사포'라는 이름의 생소한 이름의 여자 조각상입니다.
BC 610~580년경 지중해의 바다인 에게해 레스보스 섬에서 활동한
고대 그리스의 유명한 서정시인이었다고 하는군요.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유명한 세익스피어의 모습입니다.
영국이 낳은 세계 최고의 극작가로 다른 설명이 필요없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4대 비극으로 일컬어지는 <햄릿> <리어왕> <멕베드> <오델로>등 약 37편의
희극을 남겼다고 하네요.
우리에겐 장발장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레 미제라블>를 쓴
빅토르 위고의 모습입니다.
<노틀담의 곱추>도 그의 소설이며 시인, 소설가, 극작가로서 20여권의
시집도 남겼는데 프랑스 낭만파의 대표 시인이기도 했다고 하네요.
<노인과 바다>의 작가 헤밍웨이의 모습입니다.
1954년 '노인과 바다'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고 다른 대표작으로는
1차 세계대전에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쓴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무기여 잘있거라> 가 있습니다.
만년엔 항공사고로 인한 후유증으로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1961년
엽총으로 자살을 하면서 생을 마감했다고 하네요.
<변신>이라는 소설로 우리에게 익숙한 '프란츠 카프카'의 모습입니다.
어떤 남자가 어느 날 잠에서 깨어보니 벌레로 변신해 있었고
그 기막힌 현실 속에서 가족들과 겪게 되는 과정을 그린 소설입니다.
헝가리에서 태어난 유대계 소설가로 생전엔 몇 편의 소설만 발표했으나
생을 마감한 뒤 그의 친구에 의해 유작들이 세상에 발표 되면서
세계 문학사에 그 이름을 남기게 되었다고 하네요.
독일의 대문호, 괴테의 모습입니다.
설명이 필요없는 인물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파우스트>같은
걸작을 남겼으며 세계 문학사의 거인 중의 한 사람으로,
자신만의 다재다능함으로 방대하고도 다양한 저서들을 남겼다고 합니다.
시인, 비평가, 언론인, 화가, 무대연출가, 정치가, 교육가, 과학자.등
다양한 활동을 하기도 했다고 하는군요.
20세기 중국 문학의 거장이라고 일컬어 지는 '루쉰'의 모습도
조각되어 있더군요. 어쩌면 한자를 우리말로 그대로 읽은 노신(魯迅)으로
더 익숙한 인물입니다.
영국의 소설가 '디킨스'의 모습입니다.
일반적으로 영국이 낳은 가장 위대한 소설가로 인정되고
생전에도 그 어떤 작가보다도 폭넓은 인기를 누렸다고 하네요.
일본의 소설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모습입니다.
소설 <설국>으로 196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으며, 동양에서는
타고르 이후로 두 번째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고 하네요.
<죄와 벌>의 작가, 도스토예프스키의 모습입니다.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은 도스토예프스키가 남긴 마지막 작품이자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 받고 있다고 하네요.
그는 이 소설을 끝낸 몇 달 뒤에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돈키호테>의 작가 '세르반테스'의 모습입니다.
세르반테스는 스페인의 가난한 외과의사의 아들로 태어나 정규교육을
거의 받은 적이 없지만 천부적인 재능으로 세계가 기억하는
불후의 명작들을 남겼다고 하네요.
판화로 제작되어 있는 문호들의 모습도 있었습니다.
<신은 죽었다>고 말한 '니체'와 소설 <이방인>을 쓴 까뮈의 모습입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 텔레스'와 <신곡>을 쓴 단테의
모습입니다.
고대 그리스의 시인으로 <오딧세이>를 쓴 인물로 추정되는 '호메로스'와
프랑스의 소설가 '발자크'의 모습입니다.
제 3전시실 <어린이 문학관>에는 2014년 '어린이 시화공모전' 당선작들이
전시실을 가득 채우고 있더군요.
어린이 문학관의 모습은 카메라에 담지 않았습니다.
전시실을 돌아 본 후 돌아나오는데 직원분께서 차 한 잔을 권하더군요.
차를 마시며 전시실의 커다란 창을 통해 찍어본 연못 주변의 풍경입니다.
전시실을 나온 뒤 잠시 연못 주변을 거닐어 보았습니다.
촉촉히 비에 젖은 가을 풍경이 차분하게 길 위에 내려 앉아 있었습니다.
떨어지다가 거미줄에 걸린 단풍잎도 있고~
나뭇가지 위로 포르르 날아와 앉은 오목눈이도 있습니다.
그리곤 비에 젖은 깃털을 열심히 고르고 있더군요.
아직 채 떨어지지 않은 몇 개의 단풍잎이 마지막 가을 풍경이
되어 주고 있더군요.
그렇게 잔아문학박물관의 정원에도 가을이 끝나가고 있었습니다.
문학을 사랑하고 문학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꼭 이곳
잔아문학박물관을 찾아 보시길 바랍니다.
이곳에는 분명 다른 문학관에서 만날 수 없었던 특별한 만남이
모두를 반겨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낭만과 동경이 가득한 문인들의 눈빛과 표정을 테라코타 조각들을 통해
마음껏 느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이렇게 잔아문학박물관을 다시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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