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1. 8. 09:55ㆍ세상 이야기
두물머리의 가을이 보고 싶어 용문행 전철에 몸을 싣습니다.
마음 내킬 때 마다 툭하면 달려 가는 곳... 가깝기도 하지만 두물머리는
늘 아련한 향수같은... 그 무엇이 있는 곳입니다.
양수역에서 내린 뒤, 문득 창문으로 역 뒷편의 풍경을 살펴 봅니다.
저 노란 은행나무가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어느 집 마당에 서있는 은행나무 고목 한 그루... 마침 노란 단풍이
절정이었습니다.
내가 은행나무 단풍을 열심히 찍고 있는 동안, 주인 할아버지께서
의자에 앉아 그런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계시더군요.
은행나무 단풍이 너무 이뻐서 구경왔다고 말씀 드렸더니 툭 한 마디
하십니다. "근데, 성가셔." 어쩌면 할아버지에겐 은행나무의 낙엽을
치우는 일이 더 귀찮은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갈빛으로 변해버린 부들밭도 지납니다.
부들도 솜털같은 씨앗을 날리며 열심히 가을을 보내고 있는 중입니다.
갈대밭도 지납니다. 모두 완연한 가을빛입니다.
연밭은 푸른 잎을 모두 떨구고, 긴 줄기만 무성하게 서있더군요.
양수역에서 내린 뒤 곧바로 두물머리를 향해 걷기보다는, 천천히
이 산책로를 따라 걸어보는 운치도 그만입니다.
작은 쉼터는 은행나무의 노란 낙엽이 역시 그 운치를 더해줍니다.
두물머리로 향하는 입구 산책로는 이제 단풍이 한창이더군요.
나무의 형태가 하트를 연상케 합니다.
누가 일부러 다듬어 놓은 것도 아닌데, 여러 해를 봐오는 동안
늘 저렇게 하트 모양이더군요. 그래서 나 혼자 '하트나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카페 수밀원의 야외 마루에 누군지 이렇게 낙엽으로 하트를 만들어 놓았더군요.
부디 그 사랑이 영원하기를 바랍니다.
양수역 앞, 작은 카페의 야외 탁자 위에 놓여져 있던 작은 꽃병~
이렇게 두물머리의 가을 끝자락을 보고 왔습니다.
어쩌면 모두가 순간이 될, 머물지 않는 풍경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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