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산 산기슭, 약수터에서 만난 새들의 이야기~!

 

오랜만에 아차산 아래 산기슭의 약수터를 찾아보았습니다.

언젠가 이곳을 우연히 지나치다가 새들이 약수터에 고여 있는

물을 마시러 날아드는 것을 보고는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본 적이

있었는데, 문득 다시 그 약수터가 생각이 나서 발길을 옮겼습니다.

약수터는 여전히 새들의 놀이터였습니다.

 

 

 

현재 이 약수터는 검사 결과 '음용부적합' 판정이 난 상태여서

식수로는 사용할 수 없더군요.

그래서 약수터를 찾아오는 이들도 없었습니다.

 

 

 

 

기다리고 있는 동안 가장 먼저 약수터를 찾아온 방문객은 직박구리였습니다.

요즘 공원이나 숲속, 그리고 주택가 주변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녀석들입니다.

 

 

 

 

약수터로 물을 마시기 위해 내려 앉기 전, 특유의 시끄러운 울음소리를 내며

먼저 주변을 경계하더군요.

 

 

 

 

녀석들의 울음소리는 정말 시끄러워서 여러 마리가 함께 모여서

떠들고 있을 땐 귀가 아플 정도였습니다.

 

 

 

 

때로는 몇 마리가 함께 몰려와 서로 망을 봐주면서 물도 마시고

또 목욕을 즐기기도 하더군요.

 

 

 

 

직박구리가 목욕을 즐기고 있는 모습입니다.

녀석들의 목욕은 요란스러운 편이어서, 사방으로 물을 튀기며 여러 번이나

물을 향해 뛰어 들기도 하더군요.

 

 

 

녀석들도 각각의 성격이 있는 듯 목욕하는 방법도 제각각이더군요.

어떤 녀석은 슬쩍 물을 묻히고 마는 녀석도 있고 어떤 녀석은 두어 번 물로

뛰어 드는 것으로 목욕을 끝내는 가 하면, 깔끔한 녀석들은 다섯 번이 넘도록

계속해서 물로 뛰어 들면서 오랫동안 목욕을 즐기는 녀석도 있더군요.

 

 

 

녀석들이 목욕을 즐기는 시간은 구분이 없는 듯 보였습니다.

아침부터 물로 뛰어 드는 녀석이 있는 가 하면, 늦은 오후 무렵에 약수터를

찾아오는 녀석들도 있었으니까요.

 

 

 

 

목욕이 끝나면 이렇게 나뭇가지 위로 올라가 열심히 깃털을 고릅니다.

녀석들의 목욕 장면도 어찌보면 자연의 신비였습니다.

 

 

 

 

쇠박새는 여러 마리가 번갈아가며 수시로 약수터를 찾아 오더군요.

크기가 아주 작고 동작도 빠른 편이라 카메라에 담기가 쉽지 않은 편이었습니다.

 

 

 

 

녀석들은 그닥 경계심도 없이 잠시 약수터로 내려 앉았다가 이렇게

물 한모금 마시고는 금새 근처 나뭇가지로 날아가 버리더군요.

 

 

 

 

그리고, 다음으로 찾아온 손님은 놀랍게도 곤줄박이였습니다.

녀석은 약수터가 아닌 파이프 위로 날아와 앉더군요.

 

 

 

 

역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잠시 주변을 돌아봅니다.

숲속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아주 귀여운 녀석입니다.

 

 

 

 

그러더니 이렇게 고개를 숙여 파이프 속으로 흘러 내리는 물을 마시더군요.

그리곤 금새 포르르 날아가 버립니다.

 

 

 

 

이번엔, 이제껏 한 번도 본적이 없었던 녀석이 약수터를 찾아 왔습니다.

한참을 검색해 본 뒤에야, 녀석의 이름이 '검은머리방울새'란 것을 알았습니다.

 

 

 

 

나무와 나무 사이를 무리를 지어 날아다니더니 이렇게 약수터 근처로

날아와 앉더군요.

 

 

 

 

하지만 녀석들은 약수터 위로 올라서지 않고 낙숫물을 받아 먹더군요.

 

 

 

 

 

이녀석이 무리를 이끄는 리더인가 봅니다.

물을 마신 뒤에 아래를 내려다보며 망을 보고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또 다른 검은머리방울새들이 흘러내리는 물을 마시고 있더군요.

동작이 어찌나 빠르고 민첩한 지, 무리를 지어 포르르 내려 앉았다가

또 금세 포르르 날아가 버렸습니다.

 

 

 

참새 정도의 크기로 여러 마리가 무리를 지어 나무 위를 날아다니고

있었는데, 늦가을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겨울철새라고 하네요.

겨울엔 주로 오리나무의 열매를 찾아 다니며, 우는 소리가 아름다워

애완용으로 기르기도 한다고 합니다.

 

 

 

 

산까치라고도 부르는 어치도 약수터를 찾아 왔습니다.

여름엔 깊은 산속에서 생활하다가 겨울이면 산기슭으로 내려와서 생활하는

습성이 있다고 하는군요.

 

 

 

이 뜻밖의 출현에 당황스러워졌습니다.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녀석의 모습을 보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두어 해 전에 동구릉 숲에서 녀석을 찍어보려 종일을 따라 다니며

고생아닌 고생을 한 적이 있었는데, 오늘은 뜻하지 않게 너무도 쉽게

녀석의 모습을 찍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깃털이 참 아름다운 녀석입니다.

녀석도 목이 마른 지 약수터로 훌쩍 내려와 앉습니다.

 

 

 

 

그리고 맛있게 물을 마시고 있는 중입니다.

가까이에서 바라보고 있는 내 카메라에도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눈치더군요.

 

 

 

 

어치는 두뇌도 뛰어난 편이어서 도토리를 개울물에 담궈 두었다가

떫은 맛이 빠지면 꺼내서 먹기도 하고, 먹이를 감춰 두는 습성도 있다고 합니다.

 

 

 

 

며칠 뒤 다시 찾은 약수터는 한파탓에 꽁꽁 얼어 있더군요.

두꺼운 얼음이 약수터를 채우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쇠박새가 어김없이 약수터를 찾아 왔더군요.

 

 

 

 

두꺼운 얼음 사이로 부리를 집어 넣고 쪼듯이 물을 마십니다.

 

 

 

 

쇠박새라는 이름의 '쇠'는 '작다'라는 뜻의 우리말이라고 하네요.

쇠박새라는 이름은, 작은 박새란 뜻으로 몸집이 아주 작은 편입니다.

숲속 어디에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녀석입니다.

 

 

 

 

이 녀석은 유리딱새 암컷입니다.

역시 물을 찾아 날아왔다가 근처 나뭇가지에 앉아서 쉬고 있는 중입니다.

 

 

 

 

땅으로 내려 앉은 뒤 낙엽을 헤치며 먹이를 찾다가 다시 나무 위로

날아오르기를 반복하더군요.

 

 

 

 

유리딱새 수컷은 깃털이 파란색으로, 일반 딱새와는 다르더군요.

암컷은 색깔의 구분이 어려울 정도였지만 날개 양쪽에 하얀 반점이

있는 것이 일반 딱새라고 하네요.

 

 

 

 

내가 따라 다니는 것이 귀찮은지, 결국은 멀리 날아가 버리더군요.

반가웠다... 유리딱새야~!

 

 

 

 

약수터 근처 소나무에선 쇠딱따구리 한 마리가 열심히 먹이를 찾고 있더군요.

 

 

 

 

 

이 녀석들 역시 딱따구리 종류 중에선 가장 몸집이 작은 녀석입니다.

머리에 붉은 깃털이 보이지 않는 것으로 봐선 암컷인가 봅니다.

 

 

 

 

비교적 개체수가 흔한 편으로, 숲이나 공원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녀석입니다.

나무와 나무 사이를 빠르게 옮겨 다니며 먹이를 찾더군요.

 

 

 

 

멧비둘기도 약수터를 찾아와서 물을 마시더군요.

산비둘기라고도 부르는 녀석입니다.

 

 

 

 

어지간히 목이 마른 듯, 부리를 깊숙히 집어 넣고 오랫동안 물을 마시더군요.

약수터는 이렇게 새들에겐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장소였습니다.

 

 

 

 

며칠 뒤, 다시 찾은 약수터에서 이번엔 청설모를 만났습니다.

새들도 여전히 약수터를 찾아오고 있었지만, 약수터를 향해 조심스럽게

다가오고 있는 청설모를 만난 건 뜻밖이었습니다.

 

 

 

녀석도 경계심이 어찌나 심한지, 몇 번을 나무를 오르내리며 주변을 살핀 뒤에야

천천히 약수터를 향해 내려오더군요.

 

 

 

 

그런 녀석을 놀래키지 않으려 최대한 꼼짝않고 앉아서 녀석의 모습을

찍어 보았습니다.

 

 

 

 

나무타기 기술로만 보자면 아마도 청설모가 최고일 것입니다.

나무와 나무 사이를 멀리뛰기 하듯 건너 다니는 모습을 보면

다람쥐를 훨씬 능가하는 나무타기 선수일 것 같더군요.

 

 

 

 

이렇게, 아차산 기슭의 약수터는 산속 모든 동물들의 놀이터겸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공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