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 22. 08:35ㆍ숲속 이야기
담쟁이는 담이나 건물 또는 나무를 타고 자라는 대표적인 덩굴식물로,
한여름 푸르고 싱싱한 잎으로 건물 전체를 감싸고 있는 모습은 빼어난 운치를
자랑하기도 합니다.
가을엔 아름다운 붉은 단풍을 보여주기도 하고 잎이 다 지고 난 후엔
남빛이 도는 흑색의 작은 열매를 겨우내 매달고 있기도 합니다.
그 담쟁이넝쿨로 둘러싸인 어느 건물엔 그 열매를 먹기 위해 여러 새들이
날아들고 있었습니다. 그 건물 앞을 지나다가 문득 그 광경을 목격하곤
담쟁이 열매를 향해 날아드는 새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보았습니다.
이 녀석은 딱새 암컷입니다.
담쟁이넝쿨을 아슬아슬하게 붙잡고 열매를 먹고 있더군요.
날아와서 열매를 몇 개만 따 먹고는 또 금새 포르르 날아가 버립니다.
같은 녀석인지 아니면 다른 녀석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한 번 다녀간 뒤엔
거의 30분 또는 한 시간 간격으로 다시 찾아 오더군요.
담쟁이넝쿨의 열매입니다.
전체적인 규모로 봐선 새들이 겨울 내내 먹고도 남을 정도의 양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딱새와 함께 담쟁이넝쿨을 향해 날아드는 또 다른 녀석은 직박구리였습니다.
이 녀석들도 곡예를 하듯 담쟁이넝쿨을 움켜 잡고 열매를 따 먹더군요.
딱새와 먹이를 두고 다투지는 않았지만 녀석들이 날아오는 소리가 들리면
딱새는 얼른 자리를 피해 버리더군요.
직박구리는 먹이에 대한 욕심과 그 먹이를 둘러싼 영역 개념이 강한
새라고 합니다. 녀석들에겐 긴 겨울을 충분히 보내고도 남을 식량창고나
다름없는 곳이었습니다.
다시 날아온 딱새 암컷~
이 녀석들도 이 긴 겨울을 무사히 보낼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모든 녀석들이 건물 벽을 타고 힘들게 먹이를 구하는 것 만은 아니더군요.
이 녀석은 땅에 떨어진 열매를 손쉽게 찾아 먹고 있는 중입니다.
딱새 수컷도 날아 왔네요.
이 녀석은 유리딱새의 암컷입니다.
생김새가 딱새와 거의 흡사한 편이지만 다르기도 합니다.
먹이를 먹으러 날아오면서도 주위를 경계하는 것을 잊지 않습니다.
재빨리 열매를 따 먹고는 고개를 들어 바쁘게 주위를 살핍니다.
가지를 재빠르게 옮겨 다니면서 열매를 따 먹더니 이내 다른 곳으로
포르르 날아가 버리더군요.
이 파란 깃털을 가진 녀석은 유리딱새의 수컷입니다.
녀석은 건물 벽을 향해 날아드는 대신 바닥에 떨어진 열매를 찾고 있더군요.
열심히 낙엽을 헤집으며 열매를 찾고 있는 중입니다.
사진으로만 봐왔던 유리딱새 수컷을 이렇게 직접 찍을 수 있다는 건
정말 뜻밖의 행운이었습니다.
커다란 소나무 뒤에 숨어서 녀석의 모습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카메라 셔터 소리에도 도망가지 않고 모델이 되어 주더군요.
정말 보면 볼수록 이쁘고 아름다운 녀석이었습니다.
딱새와 크기나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깃털의 색깔이 확연히 다르더군요.
이 녀석이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딱새 수컷입니다.
푸른 빛이 도는 유리딱새의 깃털에 비해 일반 딱새는 검정색과 주황색이
섞여 있는 모습입니다.
유리딱새의 암컷을 위에서 찍어 본 모습입니다.
꽁지 부분만 푸른 빛을 띠고 있습니다.
일반 딱새의 암컷입니다.
꽁지 부분이 진한 고동색을 띠고 있더군요.
좌측이 일반 딱새, 우측이 유리딱새의 암컷입니다.
언뜻 보면 구분하기가 어렵지만, 꽁지 부분 깃털의 색깔이 다르고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일반 딱새는 날개 부분에 흰 점이 있습니다.
수컷과 암컷 모두 날개에 흰 점을 가지고 있더군요.
다시 직박구리를 만났습니다.
두 마리씩 짝을 지어 날아오기도 하고 한 마리가 조심스럽게 날아와
얼른 열매를 먹고 날아가기도 하더군요.
아마도 직박구리들에겐 서열 기준이 정확히 존재하는 것 같더군요.
먹이를 먹을 때도 더 강한 녀석이 날아오면 약한 녀석은 황급히 자리를 피하거나
식사를 마칠 때 까지 근처 나뭇가지에 앉아 기다리는 편이었습니다.
공원이나 숲속, 그리고 주택가 어디서든 녀석들의 시끄러운 울음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광범위한 서식지와 뛰어난 생존본능을 자랑하는 녀석들입니다.
공원의 산수유나무, 혹은 열매가 있는 모든 나무에는 어김없이 직박구리가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었는데, 그 열매를 먹기 위해 지빠귀 류의 새들이
접근을 하면 가차없이 공격을 해서 쫒아내더군요.
생긴 모습 만큼이나 탐욕스러운 녀석들이었습니다.
이 녀석은 화단을 타고 자란 담쟁이넝쿨의 열매를 먹고 있는 중입니다.
이렇게 새들의 세계를 마음껏 엿볼 수 있는 것도 겨울이라는 계절이
가져다 주는 묘미 중 하나일 것입니다.
우연히 목격한 담쟁이넝쿨에서 바라본 또 다른 새들의 세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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