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공원에서 다시 만난 청딱따구리, 그리고 꿩의 수컷 장끼~!

2015. 3. 16. 08:45숲속 이야기

 

 

겨울 철새들이 떠나버리기 전, 콩새를 만날 수 있을까..하고

주말 오후 올림픽공원을 찾아 보았습니다.

예전에 콩새를 만났던 장소와 혹 콩새가 있을만한 장소를 열심히

돌아 다녔지만 결국 콩새를 만날 수는 없었습니다.

터벅터벅 발길을 돌리는데, 산수유나무 아래에서 움직이고 있는

새 한 마리가 문득 눈에 들어 옵니다.

 

 

 

 

청딱따구리였습니다.

지난번에도 콩새 대신 우연히 청딱따구리를 사진에 담아볼 기회가

있었던지라, 그냥 지나치려다가 다시 카메라를 꺼내 들었습니다.

 

 

 

 

머리에 붉은 깃털이 없는 것을 보니 암컷이네요.

 

 

 

 

부리로 땅을 파헤치고 있는 것을 보니 또 개미를 찾고 있나 봅니다.

 

 

 

 

청딱따구리는 개미를 무척 좋아한다고 하네요.

녀석들은 다른 딱따구리에 비해 나무를 쪼아 먹이를 찾는 일이

드문 편이더군요.

 

 

 

 

오히려 이렇게 땅을 파헤치거나, 나무에 붙어 있더라도 나무 구멍을 찾아
부리를 깊숙히 찔러 넣은 채 먹이를 찾고 있는 편이었습니다.

 

 

 

 

원래 경계심이 많은 녀석들인데 배가 많이 고픈지, 내가 다가가도

별로 개의치 않아 보입니다.

 

 

 

 

내가 오리걸음으로 살금살금 거의 2m 거리로 가까이 다가갔는데도

여전히 땅만 열심히 파헤치고 있습니다.

 

 

 

 

이렇게 고개를 들고 주변을 살피긴 해도 가까이 다가와 있는 사람의 형상이

눈에 뜨이진 않나 봅니다.

 

 

 

 

더러 나를 빤히 바라보면서도 전혀 개의치 않더군요.

아예 투명인간 취급을 하고 있습니다.

 

 

 

 

오로지 땅만 열심히 파헤치고 있는 중입니다.

 

 

 

 

하지만 먹이를 찾는 일이 쉽지만은 않은가 봅니다.

 

 

 

 

산수유나무 주변의 풀밭을 모두 파헤칠 기세입니다.

 

 

 

 

할 수만 있다면 삽을 들고와 같이 땅을 파헤쳐 주고 싶더군요.ㅎ

 

 

 

 

곧 봄이 오고 따뜻한 봄햇살이 잠자고 있던 나무들과 씨앗들을

깨우기 시작하면, 새들도 짝짓기를 시작할 것입니다.

 

 

 

 

그러면 본격적인 번식기가 시작되고 새끼들을 키우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간이 찾아 올 것입니다.

 

 

 

 

이 녀석은 암컷이니, 알을 낳고 품어야 하며 양육의 책임도 수컷에 비해선

훨씬 더 많이 힘이 들겠지요.

 

 

 

 

번식기를 위해 부단히 체력을 비축해야 할 시기일지도 모릅니다.

 

 

 

 

숲에서 청딱따구리를 만나면 사실 제대로 카메라에 녀석들의 모습을

담기가 어렵더군요.

 

 

 

 

경계심이 심해서 어느새 알아채고 슬금슬금 나무 뒤로 숨어 버리거나

높은 꼭대기를 향해 올라가 버립니다.

 

 

 

 

대체로 새들이 경계심이 소흘해 질때는 먹이에 정신이 팔려 있을 때더군요.

이 녀석도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거의 코앞에서 자기를 찍고 있는 내 존재를

알아채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 아님 무시하고 있는 것인지 아리송해 지더군요.

 

 

 

 

덕분에 내 카메라만 신이 났습니다.

 

 

 

 

한참동안 땅을 파헤치던 녀석이 배를 채운 것인지, 주변을 둘러보다가

나무 위로 훌쩍 날아가 버리더군요. 그렇게 청딱따구리와의 조우가

끝이 났습니다.

 

 

 

 

시간이 흘러 햇살도 하늘도 저녁빛이 물들기 시작할 무렵,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터벅터벅 공원을 빠져 나오고 있는데

토성의 그늘진 언덕 아래에 웅크리고 있는 무언가가 눈에 들어옵니다.

바로 꿩이었습니다.

 

 

 

꿩의 수컷, 장끼였습니다.

꿩은 암컷을 까투리, 새끼를 꺼병이라고 부른다는군요.

 

 

 

 

내가 카메라를 들이대니 잽싸게 달아나기 시작합니다.

꿩의 걸음은 굉장히 빠른 편에 속합니다.

 

 

 

 

꿩은 날개짓보다 빠른 걸음에 더 적응이 잘되어 있는 새입니다.

꿩이 날기 위해서는 날개에 힘을 모아야 하는 시간과 어느 정도의

활주로를 필요로 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꿩은 천적을 만나거나 사람의 눈에 뜨이면 날기보다는

이렇게 먼저 달아나기 부터 합니다.

 

 

 

 

토성의 언덕 위로 도망치던 녀석은 대나무숲으로 몸을 숨겨버리더군요.

그래서 돌아 설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길 옆 수풀에서 다른 꿩을 만났습니다.

올림픽공원에서 살아가는 꿩의 숫자가 한두 마리가 아닌가 봅니다.

 

 

 

 

이 녀석은 그나마 먹이를 찾기 위해 움직일 뿐 정신없이 달아나지는

않더군요. 그나마 간이 큰 녀석인가 봅니다.

 

 

 

 

어쩌면 공원을 오가는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해를 입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미 터득한 녀석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어릴적 숲을 걷다보면 가끔 바로 몇 걸음 앞에서 갑자기 날아오르는

꿩을 여러 번 만난적이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녀석들이 둔하다기보다는 날기 위한 준비 시간이 필요한 때문으로,

웅크린채 날개에 잔뜩 힘을 모으는 시간이 필요한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가까이 다가올 동안 날아가지 못하고 있다가

바로 몇 걸음 앞에서 그제서야 푸드득 날아오르는 것입니다.

그러면 화들짝 놀라는 것은 늘 사람들의 몫입니다.

 

 

 

 

꿩의 날개는 둥글고 짧아서 멀리 날지를 못한다고 하는군요.

대신 발과 발가락이 발달 되어 빨리 달릴 수가 있다고 합니다.

 

 

 

 

꿩은 우리나라 전역에서 볼 수 있는 대표적인 텃새이며, '꿩'이란 이름은

아마도 울음소리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되더군요.

 

 

 

 

녀석들의 울음소리는 아주 큰 편으로, '꿩' '꿩' 하고 우는 소리가

숲을 울릴 정도였습니다.

 

 

 

 

이 사진을 끝으로 녀석도 내가 귀찮은지 수풀 속으로 몸을

숨겨 버리더군요.

비록 콩새는 만나지 못했지만 청딱따구리와 꿩을 만날 수 있었던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꿩대신 닭이 아닌, 진짜 꿩이었으니까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