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6. 1. 08:35ㆍ나비 이야기
남양주시와 구리시의 경계가 되는 왕숙천 주변으로 나비를 찾아 나섰습니다.
두어 해 전에 이곳에서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3급인 '꼬리명주나비'를 만났던
기억을 떠올리며 왕숙천을 찾았지만, 꼬리명주나비의 서식지는 이미 아파트
공사 현장으로 변해 버린 뒤였습니다.
하지만 왕숙천 주변 풀밭을 거닐며 나비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보기로 했습니다.
먼저, 엉겅퀴 꽃잎 위에 앉아 있는 흰나비를 만났습니다.
흰나비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우리가 풀밭에서 만날 수 있는 나비는
대체로 '배추흰나비'입니다.
날개에 특이한 무늬를 지니고 있는 이 녀석들은 <풀흰나비>로 불리는 녀석입니다.
우리나라 전역에 서식하며 여름철에는 날개의 색이 연둣빛에 가깝게
변한다고 하네요.
개망초 꽃잎 위에 앉아 있는 모습이 정말 아름다워 보입니다.
배추흰나비도 개망초 꽃잎 위로 날아와 앉습니다.
다시 엉겅퀴 꽃잎 위에 앉은 배추흰나비를 만났습니다.
다른 엉겅퀴 꽃잎 위에선 꽃잎 하나를 두고 두 마리가 날아와 앉습니다.
한 녀석이 심술이 난듯 다른 녀석에게 시비를 걸어 봅니다.
하지만 두 녀석 모두 다른 곳으로 날아가 버리더군요.
잠시 후, 다른 녀석이 날아와 앉습니다.
그리고 곧 뜻밖의 일이 벌어지더군요.
문득 또 다른 녀석이 날아와 날개를 펄럭이며 주변을 맴돌기 시작합니다.
아마도 짝짓기를 위한 애정공세를 펼치는 듯 보이더군요.
하지만, 꽃잎 위에 앉아 있는 녀석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몸짓으로
계속 거부의 의사를 표시합니다.
하지만 녀석의 구애는 계속 됩니다.
계속 주변을 맴돌면서 몸을 부딪히기도 하고 날개를 팔랑이며 스스로를
과시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꽃잎 위의 녀석은 꿈쩍도 않습니다.
이렇게 꽁무니를 뒤로 빼면서 거부 의사를 강하게 표현합니다.
애정공세를 펼치던 녀석은 결국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날아가 버리더군요.
신기하고도 재밌는 장면이었습니다.
배추흰나비들은 마음에 들지 않은 상대가 다가오거나 또는 짝짓기를 거부할 때
이렇게 몸통을 들어 올리는 것으로 거부의 표시를 하더군요.
그러면 상대는 몇 번 정도 더 구애를 하다가 결국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날아가
버리는 편이었습니다.
풀밭에선 이미 짝짓기에 성공한 두 녀석을 만났습니다.
풀밭에 숨어서 짝짓기를 하고 있더군요.
이 녀석들은 나뭇잎 아래 그늘에 몸을 숨기고 짝짓기에 열중입니다.
개망초 꽃잎 위에 신혼방을 차린 녀석들도 있습니다.
유채꽃밭은 온통 흰나비들의 놀이터였습니다.
수많은 흰나비들이 유채꽃밭 속을 날아 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유채꽃밭에서 어김없이 만난 짝짓기 장면~!
배추흰나비는 알을 낳을 때 한 곳에 집중해서 낳는 것이 아니라,
풀잎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면서 군데군데 몇 개의 알을 낳더군요.
아마도 천적으로 부터 애벌레를 보호하고 번식률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보였습니다.
수레국화 꽃잎 위에서도 흰나비를 만났습니다.
샤스타데이지 꽃잎 위에서도 흰나비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샤스타데이지의 꽃향기를 맡으며 짝짓기를 하고 있는 배추흰나비 한 쌍~!
이렇게 왕숙천에서 나비들을 만나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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