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7. 30. 08:51ㆍ나비 이야기
구리시 왕숙천을 따라 걷다가 개망초꽃 위를 천천히 날고 있는
특이한 모양의 나비 한 마리를 발견하곤 카메라를 꺼내들고 따라가 보았다.
이제껏 본 나비중 처음 보는 모양의 나비였다.
잠시잠시 개망초꽃 위에 앉을 때 마다 그 모습을 찍어 보았다.
집에 돌아와서 검색을 해보니, '꼬리명주나비'란 이름의 나비였다.
호랑나비과의 나비인데, 날개 끝에 길게 꼬리모양의 돌기가 뻗어 있고
날개 색이 명주 옷감을 닮아서 꼬리명주나비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날개 바탕색이 흰빛을 띠고 있는 녀석들은 수컷이라고 했다.
날개를 펴고 마치 바람을 음미하듯 천천히 꽃과 꽃 사이를 날아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깜짝 놀랄 일이 눈 앞에서 벌어졌다.
꼬리명주나비를 따라 가고 있는데 왕잠자리 한 마리가 순식간에
나비를 낚아 챈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풀숲 사이로 내려 앉았다.
멍하니 바라보다가 얼른 사진을 찍었는데 그새 다른 곳으로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자연의 법칙이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근처에서 만난 또 다른 나비 한 마리~
호랑나비 색이 선명하게 느껴지는 녀석이었다.
망초 꽃잎 위를 날고 있는 같은 색상의 또 다른 나비 한 마리를 만났다.
검색을 하면서 꼬리명주나비의 암컷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암.수의 색상이 흡사 다른 종을 보듯 뚜렷하게 구분되는 특이한 나비였다.
다음 날, 꼬리명주나비를 만났던 장소를 찾아 이곳 저곳을 뒤져 보다가
뜻밖의 광경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풀숲에 앉아 꼼짝도 않고 있는 녀석을 만났는데 사진을 찍다가 보니
한창 알을 낳고 있는 중이었다.
노란색의 작은 알을 줄기를 따라 낳고 있었다.
꼬리명주나비의 애벌레는 쥐방울덩굴의 잎만을 먹고 성충으로 자란다고 한다.
그래서 알을 낳을 때는 쥐방울덩굴을 찾아 알을 낳으며, 바로 꼬리명주나비의
서식지가 된다고 한다.
알을 다 낳고는 어디론가 훌쩍 날아가 버렸다.
정확히 세어볼 수는 없지만 60개~70개 정도가 되는 것 같았다.
주변의 쥐방울덩굴을 찾아 잎을 뒤집어 보니 벌써 부화한 까만색 유충들이 보였다.
쥐방울덩굴에 몸을 숨기고 있는 꼬리명주나비의 유충들~
곧 나비가 되어 하늘로 날아오를 것이다.
예전엔 자주 발견되던 나비였지만 외래식물들의 득세와 도시화 현상으로
쥐방울덩굴이 점차 줄어들면서 꼬리명주나비도 그 개체 수가 많이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현재,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3급'으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평택시에선 진위천 송탄정수장 앞에 쥐방울덩굴을 심어
꼬리명주나비의 서식지를 만들어 주었다고 한다.
내가 꼬리명주나비를 만났던 곳도 곧 큰 국책사업이 벌어질 곳이어서
서식지가 사라질 것이 분명한 곳이었다.
가급적 환경의 보존으로 이 아름다운 나비를 오래토록 볼 수 있었으면 좋을 듯 싶었다.
꼬리명주나비의 짝짓기 장면~
비교적 구애 과정을 거치는 다른 나비들에 비해 신속하게 이루어지는 편이었다.
수컷이 날아다니는 암컷을 뒤따라가 낚아채듯 풀밭으로 내려 앉은 뒤
거의 반강제적으로 짝짓기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다시 알을 낳고 있는 암컷을 만나고~
꼬리명주나비의 유충은 1년에 두 번 발생을 하는데, 4~6월경과
7~9월경이라고 한다. 가을에 발생한 유충은 그 상태로 겨울을 보낸 뒤에
봄에 나비로 부화한다고 한다.
아무튼 반가웠다. 꼬리명주나비야~ 담에 또 만나자^^
그렇게 풀밭을 빠져 나오다가 다시 만난 광경~
이번엔 암컷이 잠자리의 먹이가 되고 있었다.
곤충의 세계에서 먹이사슬의 최상위 포식자에 속하는 잠자리의 포악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꼬리명주나비를 위협하는 위험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다.
거미줄이나 사마귀의 공격도 자연 생태에선 어쩔 수 없는 위험일 것이다.
가을이 올때 까지 몇번 더 이곳을 찾아볼 생각이다.
무더위가 한풀 꺽이고 나면 더 많은 꼬리명주나비의 날개짓을
볼 수 있으리란 기대가 생겼기 때문이다.
꼬리명주나비... 반가운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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