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4. 1. 08:10ㆍ여행 이야기
제주 여행의 마지막 날인 사흘 째 아침, 일기예보에는 흐리고
늦은 오후부터 비가 내린다는 소식에 많은 걱정을 했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다행히도 더없이 화창한 날씨였습니다.
이래저래 이번 제주 여행은 날씨 운이 따라 준 즐거운 여행이었습니다.
다시 해안도로를 따라 마지막 날의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모슬포를 막 벗어나 해안도로로 접어 들었을 때 우리의 발길을 멈추게 한
구조물입니다. 안내판을 보니 '서림연대'라는 이름이 붙어 있더군요.
산방산 앞에서 보았던 산방연대와 같은 형태의 구조물로, 봉수대와 같은
통신수단의 역할을 하는 구조물이었습니다.
서림연대가 있는 곳은 주택이 몇 채 보이지 않는 한적한 곳이더군요.
산 정상에 설치되어 있는 봉수대와 기능면에서는 차이가 없으나 연대는
주로 낮은 언덕이나 해안가에 설치되어 낮에는 연기로 밤에는 횃불로
정치적, 군사적 신호를 주고 받았다고 합니다.
도로가 해안이 아닌 큰길과 잠시 합쳐지는 곳에서 만난 제주의 시골풍경입니다.
파릇파릇 곡식이 자라는 밭과 길게 이어진 돌담, 그리고 여러 색깔의 지붕들이
어찌나 정겨워 보이던지요.
제주 여행 중, 가장 내 눈길을 끌던 것도 저 돌담이었습니다.
제주의 진짜 풍경을 보는 것 같아 자꾸만 눈길이 가더군요.
다시 해안도로를 따라 가는 길에 만난 분홍빛의 이쁜 집입니다.
시골 마을에서 확 눈에 뜨이는 집이어서 처음엔 카페로 생각했는데, 이웃 분께서
현재 사람이 살고 있는 일반주택이라고 알려 주시더군요.
그리고는 신기해 하는 우리 모습이 특이해 보였던지, 혹시 부동산에서
나오셨냐고 물으십니다.ㅎㅎ
제주의 대문 구실을 하는 '정낭'의 모습입니다.
특이한 풍습 중 하나로, 제주에는 예로부터 삼다(三多)와 삼무(三無)가 있었는데,
삼다는 돌과 바람과 여자, 삼무는 도둑과 거지와 대문이라고 합니다.
대문이 없는 대신 저 나무 막대를 가로 지른 정낭과 막대를 지탱하는 정주석이
대문 구실을 하였는데, 소나 말의 출입을 막는 구실도 하였지만 막대를
걸쳐 놓은 숫자에 따라 집 주인의 부재를 이웃에게 알리는 역할도 하였다고 합니다.
막대 세 개를 모두 내려 놓으면 집에 사람이 있으니 들어오라는 뜻,
막대 두 개를 내려 놓으면 잠시 외출 중이니 곧 돌아온다는 뜻,
막대 한 개를 내려 놓으면 이웃마을에 갔으니 오늘 중으로 돌아온다는 뜻,
사진처럼 막대 세 개를 모두 걸쳐 놓으면 멀리 외출 중이어서 며칠 있다가
돌아온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계속 해안도로를 따라가며 이런 저런 풍경을 카메라에 담아 봅니다.
제주 해안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방사탑입니다.
마을의 허술한 방향으로 사악한 기운이 침범하여 마을에 재앙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둥글게 쌓아올린 돌탑으로, 탑 위에는 까마귀 같은 새나 돌하르방
모양의 자연석, 또는 사람 얼굴이나 새 모양을 조각한 돌을 올려 놓았다고 합니다.
방사탑 근처 작은 쉼터엔 해녀들의 쉼터인 불턱도 있었습니다.
소라 모양의 조형물도 보이네요.
그리고, 다른 방사탑 두 기가 더 세워져 있었습니다.
자연석을 이용한 듯한 이 조형물은 재밌는 모양이어서 찍어 봅니다.
수월봉도 만났습니다.
자동차로 수월봉 전망대가 있는 곳까지 올라갈 수가 있더군요.
뒷편의 둥근 지붕이 있는 건물은 고산기상대라고 하더군요.
수월봉 전망대에서 바라본 차귀도의 모습입니다.
9월 경이면 이 수월봉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일몰이 장관이라고 하더군요.
와도와 고산포구의 모습입니다.
고산포구 너머로 풍력발전기 단지가 있는 신창해변이 바라 보였습니다.
고산포구의 모습입니다.
고산포구에서는 차귀도 트레킹을 위한 배를 탈 수 있는 선착장이 있더군요.
제주 여행 중 기회가 된다면 차귀도 트레킹을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아주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차귀도 풍경: http://blog.daum.net/tame62/1204
차귀도 트레킹 후, 고산포구를 지나 계속 해안도로를 달렸습니다.
신창해변이 가까워지니 이곳 저곳에서 풍력발전기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더군요.
그 풍경도 찍어 봅니다.
길가에서 졸고있는 듯한 모습의 특이한 농부상도 만났네요.
자전거 행렬도 만났네요.
제주엔 무덤 주변도 이렇게 돌담이 둘러쳐져 있었습니다.
바람으로 부터 무덤의 유실을 방지하고 소와 말로부터 무덤이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무덤 주변에 돌담을 쌓았다고 하더군요.
역시,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풍습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신창해변을 따라 여행을 계속했습니다.
이곳 신창해변은 관광객들에겐 일몰 포인트가 되기도 한다더군요.
풍차 너머로 지는 석양의 풍경이 나름 운치가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으로 만난 풍경은 월령마을이었습니다.
마을 길로 들어서는데 가장 먼저 벽화가 방문객을 맞이하더군요.
벽면 전체를 장식하고 있는 벽화입니다.
이 벽화 외에도 수많은 벽화들이 담장을 장식하고 있었습니다.
월령 마을에서 가장 특이했던 풍경은 마을 전체가 온통 선인장으로 뒤덮여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담장 위에서도 선인장이 자라고 있더군요.
담장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집의 텃밭에서도 선인장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이 선인장은 한때 건강식품으로 각광을 받았던 백년초라고 하네요.
마을의 어느 카페에 그려져 있는 벽화입니다.
해변의 바위 위에도 온통 선인장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알고보니 국내 유일의 선인장 야생군락지로 천연기념물 제429호로
지정되어 있는 곳이더군요.
어떻게 이곳에서 이렇게 선인장이 자라게 되었는지, 정말 신기한 광경이었습니다.
선인장군락지에는 이렇게 산책로가 설치되어 있어서 해변을 따라 산책을
즐길 수도 있었습니다.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탓인지, 관광객들의 모습은 거의 보이질 않더군요.
도로가 마을을 통과하는 것이 아니다보니 일부러 알고 찾아오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쉬운 곳으로, 특이한 풍경이 있는 곳이니 제주 여행중에 꼭 한 번
들러보아도 좋을 곳이었습니다.
월령리를 지나 협재해변에 이르렀을 때 드디어 하늘이 흐려지기 시작했습니다.
구름이 많아지기 시작하더니 얼마지나지 않아 하늘이 온통 짙은 회색 구름으로
뒤덮여 버리더군요. 일기예보가 아주 틀린 것은 아니었나 봅니다.ㅎ
천천히 늦은 점심을 먹고 제주 여행의 마지막 코스로 관음사를 돌아보기로
결정합니다.
관음사로 가는 길에 도깨비도로라고도 부르는 '신비의 도로'가 있어서
들러보기로 합니다.
이 사진은 신비의 도로 종점에서 바라본 광경입니다.
분명 여기서 바라봐도 오르막이 확실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모든 차량이 신비의 도로 시점에서 시동을 끄고 기어를 중립에 놓으니
정말 저절로 오르막으로 보이는 도로를 따라 자동차가 움직이더군요.
시작 지점에서 바라봐도 분명히 오르막으로 보입니다.
누군가 물을 부었는데 물도 오르막 방향으로 흘러 가더군요.
저 버스도 시동을 끄고 도로를 따라 내려(?)가고 있는 중입니다.
우리도 차를 몰고 와서 체험을 해보았는데 정말 오르막을 향해 자동차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더군요.
실제 측량을 해보면 오르막으로 보이는 곳이 3도 정도의 내리막이며
주변 지형으로 인한 착시현상으로 오르막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하지만 눈으로 보기에는 정말 신기한 곳이었습니다.
신비의 도로를 지나 관음사에 도착을 했습니다.
일주문에는 한라산관음사라는 현판이 걸려 있었습니다.
일주문 옆의 대불의 모습입니다.
석불로, 크기가 아주 큰 대불이었습니다.
일주문 안으로 들어서니 놀라운 풍경이 눈에 들어 왔습니다.
사천왕문에 이르는 길 양측에 삼나무 그늘 아래로 셀 수 없이 많은 불상이
놓여져 있는 광경이었습니다.
이 불상들은 모두 시주에 의해 제작된 것으로 보이더군요.
불상 각각엔 시주한 사람의 이름이 모두 새겨져 있었습니다.
사천왕문을 지나니 이번엔 돌탑 위에 줄지어 앉아 있는 불상들이 눈에
들어 왔습니다.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습니다.
이 석상의 주인공은, 관음사를 창건한 '해월당 봉려관"스님이라고 합니다.
제주 화북동에서 태어났으며 34세의 늦은 나이로 출가해 해월굴에서
6년 여의 수도 끝에 깨달음을 얻었다고 합니다.
해월당 봉려관 스님이 수도했다는 토굴인 해월굴의 모습입니다.
언덕 위에 금빛 찬란한 불상이 바라보였습니다.
미륵대불의 모습입니다.
미륵대불 뒷편으로는 수많은 작은 석상이 놓여져 있더군요.
미륵대불 앞에서 내려다 본 관음사 경내의 모습입니다.
미륵대불 뒷편의 석상들의 모습입니다.
약 1미터 크기의 석상으로, 이 불상들 역시 시주자의 이름이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봐선 앞으로도 계속 그 숫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였습니다.
관음사를 돌아보고 나오는 길에 사천왕문 안에서 일주문을 향해
찍어 본 사진입니다.
이렇게 관음사를 돌아보는 것으로 제주 여행을 모두 끝냈습니다.
많은 추억거리와 아름다운 제주의 풍경을 마음껏 감상하고 간직할 수 있었던
즐거운 여행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공항 가는 길에 백종원의 3대 천왕에 소개 되었던 고기국수로 유명한,
'장수물식당'에 들러 국수 한 그릇으로 저녁을 먹고 서울로 돌아 왔습니다.
사흘 동안, 짧지만 행복은 아주 길게 느껴졌던 제주 여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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