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2. 29. 07:30ㆍ여행 이야기
크리스마스 날 아침, 창문을 열어보니
하늘은 맑고 햇살은 눈부시게 쏟아지고 있더군요.
며칠동안 포근했던 날씨가 다시 추워진다는 일기예보가 있었지만
어쩐지 집에서 몸을 움츠리고 있기엔 아까운 날씨였습니다.
곰곰 생각해보다가 그동안 꼭 한 번 다녀오고 싶었던
철원의 노동당사를 떠올리고 서둘러 발길을 옮겼습니다.
노동당사의 전경입니다.
건물 앞 뜰에는 하얗게 눈이 쌓여 있더군요.
노동당사는 해방 후, 철원이 북한 땅이 되었을 때
북한이 공산독재정권 강화와 주민 통제를 목적으로 세운
북한 노동당의 철원군 당사라고 합니다.
당시 노동당사 인근은 인구 3만 명 정도의 철원 시가지가 있었던
곳이었으나 6.25 전쟁으로 모두 파괴되고 이 노동당사 건물만
현재 남아 있다고 합니다.
천천히 노동당사를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이 건물은 철근을 쓰지 않고 오로지 시멘트와 벽돌만으로 지어진
건물이라고 합니다.
6.25 전쟁의 참상을 말해 주듯 건물 외벽엔 수많은 포탄과 총알 자국이
이곳저곳에 남아 있더군요.
예전엔 내부까지 구경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안전을 이유로
출입을 금지하고 있더군요.
건물 뒷편의 모습입니다.
북한은 이곳에서 철원 일대를 관장하면서 양민 수탈과
애국지사를 체포 구금하면서 고문과 학살 등 수많은 만행을
자행한 곳이라고 합니다.
건물 뒷편 방공호에서 발견된 수많은 인골들과 만행에
사용된 듯한 실탄과 철사 등이 그 끔찍했던 만행의 흔적을
대변해 주었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분단이 가져다 준 뼈아픈 역사의 현장이며
그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건물이었습니다.
현재는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 제22호로 지정 관리하고
있다고 합니다.
건물 외벽의 포탄 자국들입니다.
가까운 곳에 위치한 백마고지를 중심으로 이곳 철원 역시
뺏고 뺏기는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라고 합니다.
건물의 좌측 뒷편에서 내려다 본 모습입니다.
노동당사 옆에는 옛 철원경찰서 터도 남아 있더군요.
지금은 거의 흔적이 남아 있지 않은 듯, 이렇게 돌무더기 몇 개만
옛 터임을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노동당사를 돌아 본 뒤, 도피안사를 향해 다시 발길을 옮겼습니다.
도피안사 역시 꼭 한 번 찾아보고 싶었던 곳이었습니다.
이름에서 느껴지는, 묘한 신비감이 깃들어 있는 사찰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노동당사와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서 찾아 가기도
어렵지 않은 곳이었습니다.
도피안사의 산문입니다.
'개화산도피안사'라고 적혀 있더군요.
도피안사의 전경입니다.
규모가 크지 않은 고즈넉한 사찰이었습니다.
도피안사는 신라 경문왕 5년에 도선국사에 의해서 창건되었다고 합니다.
창건 설화로는, 도선국사가 현재 국보 제63호로 지정되어 있는
철조비로자나불좌상을 제조한 뒤 당시 철원에 있던 안양사로 봉안하기 위해
불상을 옮기던 중, 갑자기 불상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부근 일대를 찾아보니 현재의 자리에 불상이 앉아 있는 것을
발견하고 암자를 지어 불상을 모신 것이 도피안사의 창건 설화라고 합니다.
'피안'의 뜻은 불교에서 '진리를 깨닫고 도달할 수 있는 이상적 경지'를
나타내는 말이라고 합니다.
절 이름인 도피안사는 그 피안에 이르렀다는 뜻으로, 깊게는
철조불상이 영원한 안식처인 피안에 이르렀다 하여 지어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아마도 창건 설화에 바탕을 두고 지어진 듯 보였습니다.
사천왕문 앞에 세워져 있는 안내판에는 '깨달음의 언덕으로 건너간다'라는
뜻이라고 적혀 있더군요.
오랫동안 명맥을 유지해 오던 도피안사는 6.25 전란 중에
완전히 파괴되었으나, 1959년 철원을 지키던 15사단장 이명재 소장과
군인들에 의해 다시 재건되었다고 합니다.
법당 앞의 석탑은 보물 제223호로 지정되어 있는 석탑입니다.
통일신라 후기에 조성된 석탑이라고 하네요.
그리고, 법당 안으로 들어가 국보 제63호인 철조비로자나불좌상을
만나보기로 합니다.
창건 설화에 등장했던 바로 그 불상으로, 국보로서 손색이 없을 만큼
아름다운 모습이었습니다.
불상의 뒷면엔 불상을 조성한 기록이 새겨져 있는데
무려 1500명에 달하는 신도들의 발원에 의해 불상이 조성되었다고 합니다.
불상의 광배는 사라지고 없지만 불상과 좌대가 거의 온전한 상태로
남아 있다고 하는군요.
사실... 법당 안에서 사진 촬영을 하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지만
처음엔 철불을 구경만 하기 위해 들어 갔다가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욕심을 주체하지 못하고 결국 몇 장 찍고 말았습니다.
사진을 정리하면서 올릴 지를 고민하다가 올려 두기로 합니다.
잘못된 행동이니 사찰 관계자 분들께 죄송한 마음을 전합니다.
도피안사를 돌아보고 마지막 여행지인 직탕폭포로 향했습니다.
고석정부터 모두 거리가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서 하루 여행코스로
돌아보기에 더할나위없는 코스였습니다.
직탕폭포의 모습입니다.
생각보다는 규모가 크지 않더군요.
한국의 '나이아가라'라는 표현도 있지만, 폭포가 산이 아닌 냇가에
위치하고 있다는 연관성만 뺀다면 그 표현은 쫌...ㅎㅎ
하지만, 신기한 모습임에는 틀림 없었습니다.
이렇게, 철원으로의 짧은 여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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