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 29. 06:35ㆍ나비 이야기
< 사진은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나비애호가들이 가장 사진으로 담기 어렵거나
좀체 거리와 기회를 허락하지 않아 까칠(?)하기로
손꼽는 나비들이 있다면, 아마 어리세줄나비 역시
그 대상에 포함되고도 남을 것이다.
그 모습을 만나기도 그리 쉬운 편은 아니지만,
만났다고 하더라도 어찌나 예민하게 구는 지 정확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한곳에 좀처럼 오래 머물러 주지않는 습성과
아주 작은 움직임에도 후다닥 달아나버리기 일쑤인
이 나비를 따라다니다 보면 딱, 성질버리기 좋은 대상이었다.
자연에서 새와 곤충들, 그리고 숲에서 살아가는 모든 동물들이
자신의 몸을 보호하기 위해 예민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당연한 행동이겠지만, 다른 나비의 행동과 비교해 봤을 때
어리세줄나비가 유독 더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결코 기분 탓 만은 아닐 것이다.
어리세줄나비는 5월 중순 경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나비로
역시 숲속에서만 만날 수 있는 나비이다.
밤에는 나뭇잎 사이에 몸을 숨기고 있다가 낮 동안에는
땅으로 내려앉아 무언가를 빨아먹는 모습을 보여 주는데,
물기가 축축한 곳이나 동물의 배설물이 있는 곳에 잘 모여드는
습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아직 생활사가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비밀스러운 나비라고 하며
주로 중부 이북 지방에서 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석주명 선생의 <조선 나비이름 유래기>를 참조하면
<이 종류는 학문상으로는 세줄나비류에 속하나 외양은
완전히 다르다. 세줄나비의 전부가 검은 바탕에 흰 무늬가
있는 것에 반해, 이 종류는 백색 바탕이고 날개의 시맥에 따라
검은 선이 있으니 일견 흰나비류로도 보인다.
그래서, 세줄나비 앞에 '어리'를 붙인 것이다.>라고 설명되어 있었다.
어리의 뜻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일부 동물 명사나 식물 명사 앞에 붙어, ‘모자라는’,
또는 ‘덜 갖추어진’의 뜻을 더하는 말.>이란 설명이 붙어 있었다.
세줄나비에 속하긴 하지만, 그 형태가 세줄나비와 다르므로
부족함을 뜻하는 '어리'를 이름 앞에 붙였다는 설명이었다.
아래 사진 속의 어리세줄나비들은 뜻하지 않았던 곳에서
요행히 여러마리를 한꺼번에 만나는 행운을 누리면서
그나마 조금 쉽게 찍어 볼 수 있었던 모습들이다.
올해는 더 많은 나비들에게서 그런 행운이 찾아와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사진들을 꺼내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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