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긴 겨울을 보내며 다시 꺼내보는 나비 사진...... 갈구리나비~!

2022. 1. 25. 23:48나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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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구리나비를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은,
나비의 가냘프고 깜찍해 보이는 모습에 비해
갈구리라는 이름이 너무 어울리지 않고 또한
가혹하기 까지 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갈구리나비는 이른 봄인 4월에서 5월 경에 모습을 보여주는
흰나비과에 속하는 봄나비로, 숲 언저리 또는 숲과 가까운
풀밭을 나풀나풀 날아다니는 나비이다.

갈구리나비라는 다소 특이한 이름을 얻게 된 배경에는
날개의 모양이 큰 몫을 차지했는데, 석주명 선생의
<조선 나비이름 유래기>에 기록된 내용을 옮겨 보자면,
'일본명은 앞날개(윗날개)의 끝에 있는 노랑색을 표현하는 것이나
노랑색은 수컷에만 있고 암컷에는 없는 것으로, 오히려 날개 끝이
갈구리 모양으로 된 특징을 잡는 것이 수컷과 암컷에 공통된 것이요,
또 나비 전체를 통해서도 특징이 되는 것이니, 갈구리나비라고
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라고 적혀 있었다.

윗날개의 끝부분이 뾰족하게 아래로 휘어져 있는 모양이
석주명 선생의 눈에는 갈퀴 또는 갈고리라고도 부르는
일종의
농기구인, 갈구리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했던 모양이었다.
그러나, 이 나비의 생태적 습성을 좀 더 이해하고 이름을 지었더라면
어쩌면, 나비의 이름에 어울리는 훨씬 더 아름다운 이름을
얻게
되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드는 것이었다.

갈구리나비는 낮동안 왕성한 활동을 하다가
늦은 오후 무렵이 되면
밤을 보낼 쉴 곳을 찾아 숲으로 스며드는데,
주로 새순이 돋고 있는
나뭇가지의 끝부분을 골라 자리를 정하고
날개를 접는 편이었다.

그 모습을 눈으로 따라가지 않으면 앉아있는 모습이
흡사 나뭇잎과
비슷해서 그 모습을 찾아내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날개의 색과 형태가 나뭇잎과 동화되면서
구분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이 생태적 습성으로 봤을 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갈구리나비의
날개 모양은 나뭇잎을 흉내낸 모양으로
진화한 것이 아닐까...하는
혼자만의 상상을 해보게 되는 것이었다.
나뭇가지의 끝부분에 앉아 나뭇잎인양 위장하고 있는 것이
그나마 천적의 공격으로 부터 생존확률을 높이는 최선의 선택이
되었을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모든 생물은 움직일 때보다 가만히 앉아 있을 때가 가장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데, 활동을 멈추는 늦은 오후 시간부터
다시 활동을
시작하는 다음 날 아침 무렵까지
가장 효과적인 방어수단은 결국
자신의 모습을 들키지 않도록
위장하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이런 생태적 모습을 고려한다면 개인적으로는
이 나비에게
갈구리라는 이름 대신 '나뭇잎나비'라는 이쁜 이름을
붙여주고 싶은 것이다.

왠지 괜한 아쉬움이 드는 것이었다.

갈구리나비는 수컷과 암컷의 모습이 구분되는 나비로
날개를 펼쳤을 때 윗날개 끝부분에 노랑색이 선명히 나타나면 수컷,
노랑색이 보이지 않으면 암컷으로 구분된다.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해서 봄이 되면 숲이 가까운 초지나
임도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나비이며, 딸기꽃이나 제비꽃 같은
작은 꽃잎 위에 앉아서
흡밀하는 모습을 자주 관찰할 수 있는 나비이다.
'갈고리나비'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국어사전을 참조하면
'갈구리가 갈고리의 방언'이라고 설명되어 있는 것으로 봐선
원칙적으론
표준어인 갈고리나비가 맞는 표현일 것이다.
하지만, 여타 나비도감에서는 여전히 갈구리나비로 표현하고 있고
석주명 선생에 의해 최초로 붙여진 이름이니 고유명사와 마찬가지이므로
갈구리나비라 부르는 것이 오히려 더 타당한 표현이라는 개인적인 생각을
감히 피력해 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