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긴 겨울을 보내며 다시 꺼내보는 나비 사진...... 대왕나비~!

2022. 2. 25. 06:40나비 이야기


< 사진은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대왕나비라는, 대단한 이름을 가진 나비입니다.
왕오색나비가 발생한 후 7월 초 무렵에 발생하는 나비로,
역시 숲속에서만
만날 수 있는 나비입니다.

이 나비에게 '대왕'이라는 최고의 칭호를 붙여준 연유에 대해
석주명 선생의
<조선 나비이름 유래기>를 참조해 보니

이런 설명이 붙어 있었습니다.
그대로 옮겨 적습니다.

<Sephisa dichroa princeps의 屬명이요 種명이다.
학명의 dichroa는 자웅이색
(雌雄二色),
즉 암수가 서로 다른 색과
형태를 가진 것을 의미하는 것인데,
이것은
대왕나비에게서만 보이는 특징은 아니다.

亞種名도 참작하고 그 생태를 보아 대왕접(大王蝶)이란 명예를
이 나비에게
허(許)하였다.>

시원한 설명은 아니었지만, 아마도 학명의 princeps에서
그 이름을 따온 것으로 추측되는
설명이었습니다.


설명에서 처럼, 대왕나비는 암수의 무늬가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 줍니다.

수컷은 발생 시기에 많은 개체를 보여주지만 암컷을 만나는 일은
거의 행운에 가까운
편이어서, 나비애호가들 조차 그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기가 쉽지 않을 정도입니다.
나비의 크기는 대왕이라는 이름과는 다르게
왕오색나비나 은판나비보다 조금 더 작으며

생태적 습성은 비슷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각지에 분포하는 것으로 나타나있으며,
비슷한 시기에 발생하는 비슷한 크기의 다른 나비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번성하고 있는 생태적 모습이 '대왕'이라는

대단한 이름을 얻게 된 이유가 되었을 지도 모른다는...
혼자만의 생각을 문득 가져보는 것입니다.


무더운 여름, 땀을 훔치며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임도(林道)를 걷다가 저만치에서 화들짝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대왕나비를 마주하면,
순간 더위조차도 잊을 만큼 짜릿한 반가움을 느끼게 하는 나비입니다.

올해 역시,
그런 반가움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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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탐사를 다니다보면 주로 산중턱을 따라
허리띠 처럼 구불구불 뻗어있는 임도(林道)를
이용할 때가 많습니다.
임도의 사전적 용어를 찾아보면
<임산물의 수송이나 삼림의 관리를 안정적으로
유지시키기 위해 조성한 도로>라는 설명이 나오더군요.
벌목한 목재를 운반하거나 산림 유지에 필요한 자재와
기계를 운반하는 용도, 그리고 산불이 났을 때
소방차의 진입을 용이하게 한다는 등등의 설명도 함께
덧붙여져 있었습니다.

일각에서는 임도 조성이 자연환경을
파괴한다는 비판론을 펼치기도 합니다.
울창한 숲의 나무들을 베어내고 산허리를 뚝 잘라서
인간의 편리를 위한 도로를 조성한다는 의미에서는
자연 파괴에 해당할 것입니다.
그러나, 나비탐사를 다니면서 느껴본 바로는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자연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드는 것이었습니다.
그저 울창한 정글과도 같았던 숲 사이로
임도가 조성되면서 숲의 다양화가 그 임도를 따라
이루어지고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임도 주변으로 그동안 울창한 숲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식물들이 자라고 그 식물들을 따라
또 새로운 곤충들이 찾아들고, 또 그 곤충들을 먹이로 삼는
새들도 새롭게 숲에서 둥지를 트는 뜻밖의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동식물의 이동 통로 역할은 물론, 그동안 숲으로
막혀 있었던 생물들 간의 교류 또한 임도를 통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적어도 임도가 현재로서는
생태 공간의 쉼터 역할을 해주고 있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는 하고 있고, 또한 틀림없어 보인다는
느낌 역시 강하게 가지고 있는 중입니다.
잠시, 임도에 관한 단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