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빵주~~~!

2010. 6. 13. 21:34추억 이야기

 

 

 

 

 

예전 내가 어떤 장사를 하고 있을 무렵에

시흥에 있는 창고로 날마다 물건을 떼러 간 적이 있었다.

어느 날 그 창고에 어린 진돗개 두 마리가 나타났는데

주인이 고향인 진도에서 수컷은 구십만 원에 암컷은 백만 원에

구입해서 데려온 암수 한 쌍이라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때 부터였다.

어린 강아지가 창고에 나타나면서부터 열댓 명 정도 되는

중간 상인들은 저마다 먹거리를 준비해 와서 강아지들에게

먹이기 시작했는데, 그 먹거리들이 가관이었다.

어떤 사람은 먹다 남은 샌드위치를 가져다 주기도 했고

어떤 사람은 삼각김밥을, 또 어떤 사람은 빵을, 또 다른 사람은

집에서 먹다 남은 음식을 들고 와선 개에게 주기도 했다.

개는 무엇이든 다 먹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 중에서도 가장 압권은 바로 진돗개의 주인인 창고 사장이었는데

어느 날 아침에 두툼한 비닐 봉투 하나를 들고 와선

개들 앞에 와르르 쏟아 붓는 것이었다.

무엇인가 하고 봤더니 감자탕 집에서 사람들이 먹고 남긴 뼈다귀였다.

그것도 고춧가루와 온갖 양념이 그대로 묻어 있는 뼈다귀였는데,

기가 막힌 내가 이런 식으로 먹이를 주는 건 개들에게 좋지 않다고

차라리 개들이 귀여우면 소세지나 하나 사서 주라고

사람들에게 당부를 해도 별반 달라지는 것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두마리의 진돗개중에 조금 덩치가 작던

암놈이 보이질 않는 것이었다.

궁금해서 창고 사장에게 물어 봤더니 결국은 죽고 말았다는 것이었다.

경험이 없어서 무분별하게 먹이를 먹인 것이 그 원인이라며

사장은 스스로에게 그 책임을 돌렸다.

 

이와 비슷한 일이 얼마전 또 일어났다.

내가 다니던 회사에서 키우던 뚜비라는 이름의 개가 한마리 있었는데

나이는 네 살 정도된, 생긴 모습으로만 보자면 완전한 잡종견이었다.

내가 처음 입사했을 때 부터 밖에서 쓸쓸하게 지내는 듯한 뚜비가

안쓰러워 보여서 쓰다듬어 주기도 하고 먹거리도 챙겨다 주어서인지

나와는 굉장히 정이 들어 있는 편이었다.

그런데 내가 회사를 그만두기 며칠 전 갑자기 뚜비가 시름시름 앓더니

그만 숨을 거두고 말았다. 원인을 찾을 수 없는 죽음이었는데

동물병원에선 홍역이거나 폐렴일 것이라는 진단만 해줄 뿐이었다.

 

하지만 내 추측은 달랐다.

병이 원인이 아니라, 음식이 그 원인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 회사에도 나를 포함해서 두어명의 직원이 더 있었는데

가끔 뚜비에게 음식을 주는 광경이 나를 경악하게 했던 것이다.

자장면을 먹고 난 뒤에 남은 양파만 가득한 찌꺼기를 준다거나

식당에서 먹고 남은 생선가시를 주섬주섬 챙겨서 가져다 주기도 하고

암튼 개들이 먹어선 안될 여러가지 음식을 죄다 먹이는 것이었다.

특히 양파는 개에게 치명적인 음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미리 들어서 알고 있던 나는 여러번 말려보기도 하고

나무라듯 말도 해보기도 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결국은 뚜비가 먹은 자장면 찌꺼기 속의 양파가 급성중독을 일으켜서

악성빈혈을 일으키게 한 것이 그 원인이 되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개가 죽음을 앞두고 숨을 몰아쉬며 힘겨워 하고 있던 날,

나는 뚜비앞에 앉아서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그만 불쌍한 생각에

눈물을 주르르 흘리고 말았다.

뚜비가 그런 나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오후 일을 마치고 돌아와서 다시 뚜비에게로 가보니

놀랍게도 다 죽어가던 뚜비가 벌떡 일어나 앉아 있었다.

그리고 먹이를 열심히 받아 먹으며 살려고 하는 의지를

확연히 보여주는 듯 했다.

내 눈물이 잠시 뚜비에게 살아야 겠다는 의지를 불어 넣은 것이었을까...

하지만 다시 살아날 것이란 내 기대도 헛되게 이틀 뒤에

결국은 숨을 거두고 말았다.

뚜비의 몸은 회사앞 커다란 벚꽃나무 그늘 아래에 손수 묻어 주었다.

 

사람들은 개가 무엇이든 다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릇된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개의 무조건적인 식탐이 사람들에게 그런 생각을 들게 했을 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개도 먹어서는 안될 음식이 있는 것이다.

특히 초콜릿과 포도, 양파와 오징어는 개가 먹어선 안될 음식이라고 한다.

사람들의 무관심이 어쨌거나 하나의 생명을 죽게 한 것이다.

 

 

 

 

 

 

 

 

 위의 사진은 사랑하는 여자친구가 키우고 있는 공주라는 이름의 개이다.

올해로 열세살이 되었지만 아직도 건강하고 두눈이 초롱초롱한 것이

전혀 늙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이다.

내가 개를 좋아하도록 만들어 버린 녀석이기도 하다.

어딜 가든 개가 있으면 잘 쓰다듬어 주거나 그 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금새 개랑 친해지기도 한다.

빵주는 내가 녀석을 부를 때 쓰는 애칭과도 같은 것이다.

지금 공주는 그녀의 지극한 보호아래 건강하고 이쁘게 잘 지내고 있는 편이다.

난 공주가 지금처럼 오래오래 살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녀석이 우리의 삶에 이미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주에겐 그런 슬픈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공주를 아프지 않게 하는 방법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땐가는 우리 곁을 떠나겠지만 가급적 편한 삶을 살다가

떠나기를 바랄 뿐이다.

공주의 사진을 찍어 주다가 문득 아쉬운 기억들이 떠올라서

글로 옮겨 보는 것이다...

 

 

사랑한다~ 공주야! 우린 오래오래 잘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