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날, 소백산 자락에서 천년 고찰 부석사를 돌아보고~!

2012. 9. 12. 08:05여행 이야기

 

 

 

이른 아침에 찾아간 부석사에는 부슬부슬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텅빈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작은 우산 아래에 몸을 움츠린채 매표소를 지나

부석사를 향해 걸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짙은 안개가 산자락을 타고 내려와

솜이불인양 하얗게 숲을 덮고 있고 길 옆 과수원에는 초록빛 사과가

비를 흠뻑 뒤집어 쓴채 영글고 있었다.

 

 

 

 

매표소를 지나면서 곧 만나게 되는 일주문~

'태백산부석사'라는 현판이 붙어 있다. 부석사는 태백산과 소백산 사이에

위치해 있지만 경계를 이루던 '고치재'가 국립공원 지정 당시 소백산으로 편입 되면서

현재 부석사의 위치는 소백산 경계 안에 있음을 알리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다.

 

 

 

일주문을 지나니 은행나무 가로수 길이 이어져 있었다.

가을에 찾아오면 단풍이 참 곱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은행나무 가로수 길을 지나 만난 부석사 당간지주~

통일신라 시대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하며 보물 제 255호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부석사의 천왕문~

부슬부슬 내리던 비가 제법 세차게 쏟아지기 시작한다.

천왕문 앞에서 발길을 되돌리기엔 부석사에 대한 호기심이 더 크게 밀려왔다.

 

 

 

 

천왕문을 지나니 나타나는 풍경~

돌계단 너머로 비교적 근래에 지어진 듯한 밝은 색의 건물이 보였다.

 

 

 

 

이 회랑으로 오르는 계단은 꽤 가파른 돌계단이었다.

돌계단을 올라서자, 회랑 사이로 드디어 부석사의 풍경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 건물엔 방문객들을 위한 공간인 듯 자판기가 설치되어 있는 작은 휴게소가 있었다.

커피를 마시며 처마 사이로 바라본 부석사의 풍경~

 

 

 

 

우리가 지나온 회랑을 되돌아 서서 바라본 풍경~

 

 

 

 

 

부석사는 신라 문무왕 16년(656년)에 의상대사가 왕명으로 창건한 사찰로

화엄경의 발원지라고 했다. 그야말로 천년 고찰이었다.

 

 

 

 

그 오랜 역사만큼이나 부석사에는 많은 문화재와 또 의상대사에 관한

신비스러운 전설이 깃들어 있는 사찰이라고 했다.

 

 

 

 

부석사 경내로 들어서면서 가장 먼저 만나는 3층 석탑~

길 좌.우에 놓여져 있는 쌍탑으로 규모가 아담한 편이었다.

 

 

 

 

범종루 위의 큰북~

저녁 일몰 무렵에는 이 큰북을 두드리는 스님의 법고 장면을 구경할 수 있다고 한다.

 

 

 

 

범종루에서 내려다 본 부석사의 풍경~

 

 

 

 

 

건물들은 비교적 깔끔하고 잘 정돈되어 있는 느낌이었다.

근래에 이르러 많은 불사가 일어난 흔적일 것이다.

 

 

 

 

빗속에 잠긴 산사의 풍경 또한 그 나름의 운치가 있어 보였다.

내리는 비가 사찰 마당에 실개천을 만들며 흘러 내리고 있었다.

 

 

 

 

안양루의 모습~

이 안양루 너머에 부석사의 자랑, 무량수전이 있었다.

 

 

 

 

안양루 아래를 지나 계단을 오르며 드디어 만난 무량수전과 석등~

 

 

 

 

 

이 석등은 통일신라 시대를 대표하는 가장 아름다운 석등으로,

현재 국보 17호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열어 놓은 문 안으로 금빛의 부처가 바라보였다.

국보 45호인 소조여래좌상으로, 흙으로 빚은 불상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소조불상 가운데 가장 크고 오래된 불상이라고 한다.

 

 

 

 

그리고 부석사의 무량수전~

현존하는 목조건물중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로, 국보 18호에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최순우의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란 책으로 더 유명해진 부석사의 중심 건물이다.

 

 

 

 

< 무량수전은 고려중기의 건축이지만 우리 민족이 보존해 온 목조 건축 중에서는

가장 아름답고 가장 오래된 건물임에 틀림없다. 기둥 높이와 굵기,

사뿐히 고개를 든 지붕 추녀의 곡선과 그 기둥이 주는 조화,

간결하면서도 역학적이며 기능에 충실한 주심포의 아름다움,

이것은 꼭 갖출 것만을 갖춘 필요미이며 문창살 하나 문지방 하나에도 나타나 있는

비례의 상쾌함이 이를 데가 없다. 멀찍이서 바라봐도 가까이서 쓰다듬어 봐도

무량수전은 의젓하고도 너그러운 자태이며 근시안적인 신경질이나 거드름이 없다.>

( 최순우著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中에서~)

 

 

 

무량수전 뒷편에는 부석사 이름의 유래가 된 부석(浮石)이 있다.

여름이어서 인지 파란 이끼와 몇 가닥의 덩굴이 부석을 덮고 있었다.

바위가 서로 붙어있지 않고 떠 있어서 부석이란 이름이 붙은 것으로 보이며,

저 부석엔 바로 부석사를 창건한 의상대사와 그를 연모했던 '선묘'라는 낭자와의

애틋하고도 신비로운 전설이 깃들어 있다고도 한다.

 

 

 

 

무량수전에서는 아침 예불을 올리는 염불 소리와 목탁 소리가

조용히 부석사 경내로 울려 퍼지고 있었다. 혹 그 예불에 방해가 될까봐 경내를

조심조심 걸어 다녔다. 댓돌 위엔 이른 시간임에도 빗속을 달려와 예불에

동참하고 있는 여러 켤레의 신발들이 보였다.

 

 

 

 

무량수전에서 조사당으로 향하는 언덕 위에 놓여져 있는 삼층석탑~

보물 249호로 역시 통일신라 시대에 세워진 석탑이라고 한다.

불국사 석가탑을 축소해 놓은 듯한 느낌이었다.

 

 

 

 

산길을 따라 올라간 곳에서 만난 응진전과 자인당 건물~

자인당에는 부석사 동쪽에 있었던 절터에서 옮겨왔다는 보물 220호인 석조여래좌상

2구와, 2010년에야 보물 1636호로 지정된 석조석가여래좌상 1구가 안치되어 있었다.

 

 

 

 

국보 19호인 조사당 건물~

의상대사의 초상을 모시고 있는 사당이며, 건물 앞 댓돌에는

의상대사의 지팡이가 자라났다는 선비화라는 나무가 있었다.

비와 이슬을 맞지 않고도 1300여년을 살아온 전설의 나무인데, 이 나뭇잎을

달여 먹으면 아들을 낳는다는 속설 때문에 수난을 당해 지금은 이중의 철창을

설치해 나무를 보호하고 있었다.

 

 

 

다시 바라본 안양루와 석등~

무량수전의 앞 마당에서 바라보는 일몰이나 안양루 너머로 펼쳐지는

영봉들의 장관 또한 부석사의 운치중 하나라고 한다.

그 모든 풍경을 정원 삼아 무량수전이 자리잡고 있었다.

 

 

 

 

비 때문에 찬찬히 부석사를 돌아 볼 수 없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유물관 역시 유물의 보호를 위해 비가 내리는 날은 개방을 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무량수전을 지나 좌측으로 나있는 길을 따라 내려가 보기로 했다.

 

 

 

 

 

비교적 최근에 세워진 것으로 보이는 석조석가여래좌상이 있고~

 

 

 

 

 

야트막한 담장 끝으로 단청이 고운 건물이 보였다.

 

 

 

 

 

다시 되돌아서 바라본 부석사의 풍경~

 

 

 

 

 

장독 위에도 부처상이 놓여져 있었다.

 

 

 

 

 

단청이 고운 건물은 설법전이었다.

이 건물 역시 최근에 지어진 건물인듯 보였다.

 

 

 

 

어느 건물의 마당에서 만난 우물~

의상대사의 호법룡이 살았다는 우물이라고 한다.

의상대사와 선묘낭자의 전설에 관한 설명은 이미 많이 알려진 이야기이므로

생략하기로 한다.

 

 

 

부석사를 돌아나오려니 비가 갑작스레 더 세차게 퍼붓는 것이

처마 아래로 비를 피할 수 밖에 없을 정도였다.

처마 위로 쏟아져 내리는 낙숫물 사이로 범종루의 매끈하고도 고고한 모습이 보였다.

 

 

 

 

아주 멀리 달아나지 않는다면 오늘 여행길은 이 비를 피하기는 어려울 듯 보였다.

비와 함께 찾아온 안개가 울타리인양 부석사를 감싸고 있었다.

역사와 전설이 함께 살아 숨쉬고 있는 이 부석사에서 빗속의 풍경을 만나는 것도

어찌보면 무척 드문 경험일 것이다.

비를 원망하기보다는 이 조차도 여행지에서 만나는 뜻밖의

선물이라 여긴다면 마음 편할 일이었다.

 

 

 

의상대사에 의해 창건된 뒤 화엄종의 본찰로 천년이 넘는 세월을

지켜오고 있는 부석사~

사찰이기 이전에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가 함께 모여 있는 곳으로

그 소중한 가치와 함께 오래토록 보존되어야 할 뜻깊은 곳이었다.

발걸음 하나 하나가 조심스러워 지는 시공을 초월한 천년의 흔적이

그곳에 머물러 있었다.

그렇게 비가 쏟아지던 날, 부석사를 다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