뱁새라고 부르기도 하는 붉은머리오목눈이와 겨울 철새, 되새~!

2013. 1. 28. 08:11숲속 이야기

 

 

어릴적 뱁새라고 부르던 새가 있었습니다.

주로 들판의 덤불이 우거진 곳이나 시누대 숲 사이를 오가며

시끄럽게 울어대던 작은 새였는데, 이 녀석의 이름이

'붉은머리오목눈이'라 불린다는 것은 불과 몇 년 전에야 알게 된

사실입니다.

뱁새라는 쉬운 이름을 두고 왜 이렇게 긴 이름으로

불리게 되는 것인지... 암튼 장자못 주변에서 이번엔

그 붉은머리오목눈이를 만났습니다.

참새보다 더 작고 아주 재빠른 녀석들이었습니다.

 

 

 

이 녀석들을 카메라로 찍어 보는 건 정말 어렵더군요.

좀체 시간을 주지 않습니다.

먹이를 먹거나 이동중일 때도 한 곳에 잠시라도 가만히

앉아 있질 않습니다.

카메라가 따라가면 어느새 다른 곳으로 날아가 버립니다.

 

 

 

먹이를 먹을 때도 주로 덤불속에 몸을 숨기고 있는 편이며,

모습을 드러내더라도 쉴새없이 몸을 움직이는 편이라

헛탕을 치기 일쑤였습니다.

성질 같아선 확 붙잡아서 '가만히 좀 있어~'하고

야단이라도 쳐주고 싶었습니다.

 

 

 

이 녀석들은 텃새입니다.

큰나무가 우거진 산보다는 들판의 덤불이나 관목숲,

갈대밭등지에서 주로 생활하며 40~100마리씩 떼를 지어

다닌다고 하네요.

 

 

 

이동할 때는 먼저 무리의 대장쯤 되는 녀석이

덤불 속에서 나와 주변을 살핀 뒤 천적이나 또 다른 위험이

없다고 판단될 때 주변의 다른 덤불로 날아가면 그 뒤를

몇 마리씩 떼를 지어 무리들이 뒤따르는 방식으로 이동을 하더군요.

그리고 늘 주변을 감시하고 동료들의 안전을 지키는 보초 역할을

하는 새도 있었습니다.

 

 

 

붉은머리오목눈이는 뻐꾸기 탁란의 최대 피해자이기도 하다네요.

뻐꾸기는 주로 붉은머리오목눈이의 둥지에 탁란을 하는데,

뻐꾸기를 길러내는 고달프고도 슬픈 운명의 장난을

고스란히 감당하고 있는 새라고 하네요.

 

 

 

하지만 붉은머리오목눈이도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었나 봅니다.

원래 푸른빛의 알을 낳는데 일부는 흰색의 알을 낳아서

탁란을 방지한다고 하네요.

 

 

 

어릴적 텃밭의 뽕나무에 집을 짓고 알을 낳았던 녀석을

본적도 있었고 시누대에 둥지를 튼 녀석을 본적도 있었습니다.

그땐 녀석들의 모습을 눈여겨 본적이 없었던 것 같네요.

 

 

 

녀석들의 생긴 모습을 보면 오목눈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오목'은 '가운데가 동그스름하게 들어간 모양'을 뜻하는 말입니다.

 

 

 

오목눈이의 눈이 있는 위치가 바로 '오목하게' 들어가 있어서

오목한 곳에 눈이 있는 새라는 뜻으로 '오목눈이'란 이름이 붙은 듯 하네요.

 

 

 

<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 찢어진다 >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자신의 능력이나 형편, 처지를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남이 하는 것을 무리하게 따라 하면

큰 손해를 보게 된다.'는 뜻인데, 과욕을 부리지 말고 분수에 맞게 살라는 뜻이겠지요.

 

 

 

뱁새의 입장에서 보면 이런 속담의 대상이 된 것이 살짝 기분 나쁠 수도 있겠네요.

모양은 화려하지 않지만 충분히 매력적인 붉은머리오목눈이였습니다.

 

 

 

반가웠다... 붉은머리오목눈이야~!!

 

 

 

 

 

이 녀석들은 되새라는 이름의 새라고 하네요.

이름도 생소한데 겨울에 우리나라를 찾는 겨울 철새라고 하네요.

 

 

 

이 녀석들을 사진에 담는 일도 정말 어려웠습니다.

붉은머리오목눈이 만큼이나 경계심이 심해서 좀체 기회를 주질 않더군요.

 

 

 

높은 나뭇가지 위에서 쉬고 있다가 강변 덤불이나 풀밭으로 떼를 지어 내려와

바닥을 헤치고 다니며 먹이를 구하기도 하고, 나무 위에서 열매를 따먹기도 하더군요.

 

 

 

이 녀석들도 맡은 일에 대한 분담이 잘 되어 있는 것 같더군요.

무리를 이끄는 리더와 이동할 때 까지 높은 나뭇가지에 그대로 앉아서 주변을 살피는 보초병,

동료들이 먹이를 먹는 동안 천적을 감시하는 보초병, 이런 식으로 역할을 분담하고 있는 것 같더군요.

 

 

 

위험이 감지되면 동료들에게 재빨리 알리는데, 그러면 일제히 날아올라 주변의

높은 나뭇가지 위로 피하고 마는 통에 녀석들의 모습을 찍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먹이를 먹을 때는 박새나 붉은머리오목눈이와 같은 공간에서 겹치기도 했지만

그다지 신경 쓰는 것 같진 않더군요. 되새는 주로 바닥에서 먹이를 찾는 반면 박새나

붉은머리오목눈이는 그 위에서 풀과 풀 사이를 날아다니며 씨앗을 먹기 때문에

먹이를 다툴만한 일은 없는 것 처럼 보였습니다.

 

 

 

가끔은 한 곳에 수천 마리에서 수만 마리가 떼를 지어 나타나 월동을 하며

저녁 무렵이면 가창오리 군무를 보듯 하늘을 까맣게 뒤덮으며 군무를 보여주기도 한다네요.

 

 

 

이 녀석은 덤불에 가려서인지 내가 가까이 다가가는 것을 아직은

눈치채지 못한 듯 합니다.

덤불 사이로 녀석의 모습을 얼른 찍어 왔습니다.

 

 

 

되새... 왜 이름이 되새라고 붙었을까요??

경상도 사투리에서는 일이 힘들고 몸이 피곤할 때 '되다'라는 말을 쓰는데

그런 뜻으로 이름이 붙었을리는 없고...~

하여간 이름이 되새일 수 밖에 없었던 기막힌 이유가 분명 있었겠지요.

이렇게 붉은머리오목눈이와 되새를 카메라에 담아본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