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2. 20. 08:15ㆍ숲속 이야기
명절 연휴의 마지막 날, 다시 동구릉 숲을 찾았습니다.
이번에도 운좋게 뜻밖의 새들을 만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숲길을 천천히 걷고 있는데,
그때 문득 눈에 비친 어떤 새의 날개짓... 살금살금 다가가보니 청딱따구리였습니다.
좀체 만나기 어려운 녀석들인데 고맙게도 스스로 나타나 준 것이었습니다.
청딱따구리는 오색딱따구리와는 다르게 거의 소리를 내지 않는 편이어서
녀석들을 만나는 것은 거의 운에 가까운 편입니다.
나무를 쪼아서 먹이를 찾기도 하지만 관찰해 본 결과, 대체로 나무옹이 속에 부리를 넣고
조용히 먹이를 찾거나 필요할 때 나무를 쪼기도 하지만 그닥 소리가 큰 편은 아니었습니다.
몸집은 오색딱따구리에 비해 큰 편이며, 암컷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고 하네요.
이 녀석은 머리에 붉은 점이 있는 것으로 봐선 수컷입니다.
내가 바라보고 있는 것을 눈치챘는지 다른 나무로 훌쩍 날아가 버렸습니다.
허탈해 하고 있는데 옆 나무에 동고비 한 마리가 훌쩍 날아와 앉습니다.
그러더니 '넌 뭐니??'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 봅니다.ㅎ
숲을 걸어 나오는데 또 다른 동고비 한 마리를 만났습니다.
비교적 가까이에서 사진을 찍는 데도 별로 개의치 않고 열심히 먹이를 찾고 있었습니다.
이 나무에 먹이가 많은 지, 떠날 줄 모르고 계속 나무를 오르내리며 먹이를 찾더군요.
나도 동고비를 바라보느라 그만 이 나무 앞에서 발이 묶이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다행이었습니다. 이 나무가 오늘의 행운이었던 것입니다.
동고비를 시작으로, 쇠박새 몇 마리와 또 다른 새들도 이 나무를 찾아 왔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나무가 새들에겐 꿀단지였나 봅니다.
쇠박새 서너 마리가 번갈아가며 이 나무를 향해 날아 들더군요.
나무 위를 분주히 돌아 다니며 녀석들도 먹이 찾기에 한창입니다.
제 카메라는 녀석들의 모습을 쫒느라 바빠졌습니다.
온 몸이 회색 깃털인 쇠박새는 박새류 중에서 가장 덜 이쁜 깃털을 가진 녀석들입니다.
박새 무리 속에 섞여서 함께 먹이를 찾기도 하더군요.
근처 나뭇가지로 날아와 앉은 박새입니다.
쇠박새에 비해 훨씬 아름다운 깃털을 가졌습니다.
숲속이나 공원, 들판과 강변 어디에서나 녀석들의 모습을 만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가장 흔한 새를 참새로 알고 있지만 개체수로 따진다면 박새류가 가장 흔한 새에 속한다네요.
오목눈이도 이 나무를 찾아 왔습니다.
박새와 색깔이 비슷해서 박새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오목눈이였습니다.
동작이 빨라서 카메라에 담기가 여간 어렵지가 않았는데,
홀연히 나타났다가 홀연히 사라져 버리기도 하는 녀석들이었습니다.
같은 오목눈이란 이름을 가졌지만 붉은머리오목눈이가 덩굴이 우거진 강변이나
산기슭에서 활동하는 반면, 오목눈이는 숲 속을 날아 다니며 활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텃새로 살아간다고 하는데, 올 겨울에야 이 새를 처음 보았습니다.
쇠딱따구리도 나무를 찾아 왔습니다.
아무래도 동구릉 숲의 새들이 모두 이 나무를 찾아 오려나 봅니다.
날아오자마자 분주하게 먹이를 찾고 있습니다.
딱따구리류 중에서 몸집이 가장 작은 녀석들입니다.
나무를 쪼아서 먹이를 찾기도 하고, 분주히 나무 위를 돌아 다니며
껍질 속에 숨어 있는 먹이를 찾기도 하더군요.
수컷은 뒷머리 양쪽에 빨간 반점이 있다고 하는데, 보이지 않는 것으로 봐선
이 녀석은 암컷인 것 같습니다.
동고비가 다시 나무로 날아 왔습니다.
꿀단지를 다른 새들에게 양보하고 싶지 않았겠지요.
동고비는 나무타기 기술에 있어서는 단연 으뜸이라고 하네요.
나무 위에서 자유자재로 방향을 바꾸면서 나무를 오르내리는 걸 보면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거꾸로 매달린 채 나무 위를 걷듯이 다니기도 하니까요.
용케 떨어지지도 않습니다.
동고비는 겨울이 끝나가는 2월 하순 즈음, 미리 비어있는 딱다구리 둥지를 골라
청소를 하고, 또 다른 새들이 둥지를 넘보지 못하도록 진흙으로 리모델링도 한다고 하네요.
진흙을 물어와서 둥지의 입구를 동고비 자신만 드나들 수 있을 만큼 좁힌 뒤에,
바닥은 나무 조각과 껍질을 깔아서 높이를 조절한다고 하네요. 딱따구리 둥지는
동고비가 살기엔 너무 깊기 때문에 그렇게 리모델링을 한다네요.
암컷이 집을 지을 동안 수컷은 경계를 선다고 하네요.
작은 새들에겐 그들만의 생존 전략과 기술이 있나 봅니다.
쇠박새 무리도 쉬지 않고 나무를 향해 날아 옵니다.
숲 근처 수풀에서 먹이를 찾다가 훌쩍 나무로 날아오곤 하더군요.
쇠박새는 암컷의 크기가 조금 작을 뿐, 생긴 모습으로는 암.수를 구별하기가 어렵다고 하네요.
산새로 분류되지만 산과 들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흔한 텃새라고 합니다.
이 녀석은 나무의 고드름을 잡고 매달려 있네요.
고드름이 녹으면서 맺혀 있는 물방울로 목을 축이려나 봅니다.
다른 고드름에도 쇠박새가 매달려 있습니다.
재밌는 광경이었습니다.
쇠박새가 이 나무로 몰려 드는 것이, 먹이를 찾기도 하겠지만 나무 위의 얼음이
녹으면서 나무 구멍에 고여있는 물을 마시기 위함이 아닐까 싶더군요.
이후로도 한참동안 나무 위는 여러 새들이 찾아와 놀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새들의 놀이터를 운좋게 발견한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근처 나무에서 청딱따구리를 다시 만났습니다.
오늘 두 번이나 녀석과 마주치는 것을 보면 확실히 운이 좋은 날인가 봅니다.
동구릉 숲은 그야말로 새들에겐 가장 좋은 터전일 것입니다.
넓은 숲엔 오래된 소나무와 참나무 고목들이 즐비하고 그 고목들 아래엔 작은 나무와
덤불이 자라며, 숲 사이로 사시사철 마르지 않는 개울이 흐르고 있어 새들에게 충분한 먹이와
서식처를 제공해 주기 때문입니다.
새뿐만 아니라 고라니도 살고 있었습니다.
동구릉 숲에서 새를 따라다니면서 눈으로 확인한 새의 종류만 해도 20종이 넘더군요.
쇠딱따구리도 다시 만났습니다.
먹이를 찾느라 정신이 팔려서 카메라가 다가가도 별로 개의치 않았습니다.
뒷머리에 붉은 깃털이 있는 걸로 봐선 숫놈인가 봅니다.
딱따구리의 수컷들은 모두 머리에 붉은 무늬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잠시 나뭇가지 끝에 앉아 모델이 되어 준 뒤, 다른 나무로 훌쩍 날아가 버렸습니다.
동구릉 입구에선 딱새 숫놈 한 마리를 만났습니다.
작은 나무의 부러질듯한 가지에 앉아 열매를 따 먹고 있더군요.
장자못에서 녀석을 한참 따라 다닌 적이 있었는데, 이곳에서 만나니 반가운 마음이 듭니다.
남아있는 열매가 워낙 많아서 겨울동안 양식 걱정은 없을 듯 보였습니다.
아무쪼록 겨울을 잘 보내고 봄이 오면, 이쁜 암컷을 만나 번식에 성공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딱새 옆에는 박새 한 마리도 날아와 열매를 따 먹고 있었습니다.
동구릉 숲의 오후가 이렇게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이 사진은, 눈사람이 아닌 눈다람쥐입니다.ㅎ
나무 위에 쌓인 눈이 녹으면서 기막힌 형상을 만들었더군요.
흡사 하얀 다람쥐를 보는 듯 합니다.
다른 나무 위에서 만난 또 다른 형상입니다.
개구리가 웅크리고 있는 모습을 닮은 것 같기도 한데......
바라보기엔 평화로워 보이는 숲이지만 그 숲속으로 한 발짝 들어서면
그 숲을 터전 삼아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새들의 세상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상, 동구릉 숲에서 만난 새들의 소소한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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