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회기동 벽화골목이 들려주는, 우리 시대의 자화상들...!

2013. 4. 15. 08:33세상 이야기

 

 

지난 해 여름에 들러 보았던

회기동 벽화거리를 다시 찾아 보았습니다.

전국적으로 벽화거리가 이곳 저곳에서 생겨나고 있는 요즘,

통영의 동피랑마을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벽화거리라면

회기동의 벽화거리는 그림의 수준이나 내용면에서 최고로 평가되기에

손색이 없을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회기동 벽화거리의 그림들은 경희대 미대 소속의 학생들이

2009년 부터 '공공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그리기 시작한

것이라고 합니다.

회기동 벽화거리는 대학생들이 그린 그림들 답게 시사적이면서도

사회를 향한 풍자와 미래를 향한 희망과 절망을 표현한 그림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지난 해에 비해 사라져 버린 그림들도 있었지만 새로 생겨난

그림들도 여러 점 있더군요.

다시 그 그림들을 카메라에 담아 봤습니다.

 

 

 

회기동 벽화거리는, 회기역에서 경희의료원으로 가는 길 중간 즈음에

<아리랑슈퍼>가 있는 골목이 입구가 됩니다.

입구엔 이렇게 악어백을 물고 있는 초록색 악어가 그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 옆의 벽에 그려진 작은 그림 하나~

태블릿 PC와 SNS의 홍수속에 갇혀 사는 요즘 젊은 세태를 풍자한 그림으로 보였습니다.

 

 

 

흑백 결혼식 사진과 손을 잡고 있는 연인의 그림자가 겹쳐져 있는 그림도 있었습니다.

사랑보다는 조건이 우선시 되는 요즘의 결혼 세태에 비해, 사랑과 믿음이 결혼의

최대 조건이었던 지난 시대를 그리워하는 그림이 아닐까 생각해 봤습니다.

우리도 결혼에 이를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연인의 뒷모습인지도 모르지요.

 

 

 

이 벽화는 인종차별을 풍자하는 그림으로 보였습니다.

피부색은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일 뿐이라는 내용을 객관식 문제로 표현한 것 같더군요.

 

 

 

나란히 그려져 있는 또 다른 그림입니다.

 

 

 

 

새장을 나온 새가 자유를 찾은 듯이 보이지만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더 큰 새장속에

갇혀 있다는 뜻의 그림으로, 사회적 동물이 된 인간의 모습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그림으로 보였습니다.

 

 

 

어느 집 앞의 시멘트 벽에 그려져 있는 그림 하나~

외줄타기 하듯 힘들고 위태로운 청춘의 모습을 풍자한 그림으로 보였습니다.

 

 

 

길게 늘어선 벽에 그려져 있는 작은 그림 하나~

꼭두각시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인간의 모습을 풍자한 그림이네요.

 

 

 

이 그림은 가뭄으로 고통받고 있는 아프리카를 표현한 그림이라고 합니다.

비가 내리기를 염원하면서 흑인 소년이 직접 빗방울을 그리고 있네요.

 

 

 

외로움을 표현한 오스텅 블루의 시, '사막'은 벽화거리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같은 그림인듯 벽을 따라 길게 그려져 있는 그림 하나~

수평선 너머 다른 나라에 살고 있는 여러 인종을 표현한 그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늘엔 '행운'을 뜻하는 Good Luck 이란 글자가 적혀 있고~

 

 

 

 

스페인어로 '감사하다'라는 인사를 하는 흑인 소녀~

세계화속에서 우리나라의 밝은 미래를 표현한 그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심슨 가족을 표현한 그림도 있었습니다.

 

 

 

 

뒤엉켜 살아가고 있는 인간군상의 모습을 풍자한 그림으로 보이네요.

언뜻 만원전철 속, 지옥철의 모습을 떠올리게도 합니다.

 

 

 

잘못된 만남을 표현한 재밌는 그림입니다.

< 친구야, 미안해! 하지만 난 그녀를 포기할 수 없어 >라고 말하고 있네요.ㅎ

 

 

 

황토족발집 옆으로 난 작은 골목 안에도 벽화 몇 점이 그려져 있더군요.

인간의 진화 과정을 표현한 그림으로, 마지막 진화의 모습이 돼지입니다.

비만과 탐욕에 찌든 인간의 모습을 풍자한 그림인 것 같더군요.

 

 

 

'THE FORGOTTEN WAR'는 잊혀진 전쟁이란 뜻으로 한국전쟁을 뜻한다고 하네요.

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전 사이에서 잊혀져 가는 한국전쟁을 상징하는 단어라고 합니다.

여인의 몸과 함께 '취급주의'가 새겨진 포스터를 표현한 벽화도 있었습니다.

 

 

 

이 벽화는 화분과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더군요.

벽화에 맞춰 화분을 장식해 놓은 듯 보였습니다.

 

 

 

어느 상점의 셔터문에 그려진 벽화~

각기 생각은 다르면서도 한결같이 '네 맞아요'를 외치는 예스맨들의 모습을

풍자한 그림처럼 보이더군요.

 

 

 

무엇을 줍고 있는 거니? 또 무엇을 떨어뜨린 거니??

 

 

 

 

어느 건물 앞, 정화조 통풍구를 활용해서 그린 벽화~

 

 

 

 

돼지저금통을 들고 서 있는 소녀~

이 그림의 제목은 <오빠, 등록금에 보태 써~>라고 합니다.

높은 등록금에 대한 고충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그림 같네요.

 

 

 

그리고 보일듯 안 보일듯 희미하게 그려져 있는 그림 하나~

 

 

 

 

푸른 하늘을 향해 사다리를 타고 오르는 청춘의 모습도 있습니다.

어찌보면 무모한 도전처럼 여겨질 수 있는 청춘만이 가능한 푸른 꿈이겠지요.

 

 

 

전체 그림입니다.

 

 

 

 

이 그림은 무엇을 표현한 것인지 잘 모르겠네요.

 

 

 

 

몸무게를 재는 저울이 아니라, 재산(asset)을 재는 저울이네요.

모든 기준이 재산의 부와 빈에 따라 움직이는 요즘 세태를 풍자한 그림인 듯 보입니다.

 

 

 

이 그림은 벽화거리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그림 중 하나입니다.

꽃다발을 들고 사랑하는 연인에게 고백을 하기 위해 찾아왔는데

그녀가 다른 남자와 키스를 나누고 있는 장면을 창문을 통해 바라보곤

망연자실해 하고 있는 남자의 모습을 그린 그림입니다.

 

 

 

남자의 뒤로 드리워진 그림자가 더욱 더 어두워져 보이는 슬픈 그림입니다.

 

 

 

 

이 회전 목마를 표현한 그림은 최근 새로 생겨난 그림으로 보입니다.

작년 여름엔 이 그림을 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이 그림도 새로운 그림입니다.

애플사를 상징하는 사과를 입에 물고 있는 두 남녀의 모습입니다.

아이폰을 통해 대화를 나누는 연인의 모습을 풍자한 듯 보입니다.

더불어, 진실된 대화보다는 자기 주장만을 내세우는 요즘 젊은이들의

모습을 풍자한 그림처럼도 여겨지네요.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한 사랑을 꿈꾸는 것일까요?

 

 

 

 

면접장의 모습인듯 하지만 옷과 생김새가 모두 비슷합니다.

개성보다는 사회가 요구하는 틀에 맞추기 위해 비슷한 모습을 지닐 수 밖에 없는

현대인의 모습을 표현한 것 같기도 하네요.

하지만 누군가가 벽화에 낙서를 해놓았더군요.

 

 

 

올해 초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신 어떤 분을 풍자한 그림이네요.

4대강 사업을 비판한 그림인 듯 보입니다.

 

 

 

이 그림도 새로운 그림입니다.

 

 

 

 

역시 새로운 그림입니다.

반값 등록금에 향한 대학생들의 염원을 담은 그림이네요.

투표를 독려하는 글귀가 있는 것을 보면 작년 대통령 선거 전에

그려진 그림인 것 같네요.

 

 

 

졸업을 앞두고 어떤 진로를 선택해야 할지 고민에 빠진 남자의 모습을 표현한

그림으로 보이네요.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이란 조각과 함께 앉아 있는 것을 보면

그 고민이 쉬 끝날 것 같지 않아 보입니다.

 

 

 

여러 비정규직들의 설움을 표현한 그림인 듯 보입니다.

 

 

 

 

< 아직도 그를 믿으십니까? >란 글이 적혀 있네요.

백마탄 왕자를 기다리는 여자들의 마음을 표현한 그림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무리 기다려도 현실에선 결코 나타날리 없는 그를 믿지 말라는 뜻이겠지요.

 

 

 

벽화거리 너머로 목련이 흐드러지고 있었습니다.

 

 

 

 

이 그림이 그려져 있는 담장 옆에는 < Crossroad Blues >란 이름의

작은 카페로 통하는 문이 있더군요. 어쩌면 광고용으로 그려진 그림일 것 같습니다.

Crossroad Blues는 블르스의 위대한 뮤지션이라 불리는 로버트 존손의

노래 제목이라고 하네요.

 

 

 

위의 그림과 함께 붙어 있는 또 다른 그림입니다.

 

 

 

 

좁은 골목의 입구에 그려진 그림입니다.

그림이 쌓아 놓은 에어컨 실외기에 가려져 있더군요.

 

 

 

PLEASE --NO-- DUMPING < 잠깐! 쓰레기를 버리지 마시오.>

몰래 버려 놓은 담배꽁초를 찾아내는 여자의 표정에서 분노가 느껴집니다.

아무데나 담배꽁초를 버리지 말고 깨끗한 도시를 만들어 가자는 뜻의 벽화로 보입니다.

 

 

 

치즈 조각을 갉아 먹느라 고양이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다는 것도 모르는 쥐 한 마리...!

한 치 앞도 모른채 욕망을 주체하지 못하는 우리들의 자화상을 표현한 그림 같기도 합니다.

 

 

 

'한국 표준 20대용 시력표'라는 제목의 이 그림은 도표에 그려져 있는 그림들이

재밌습니다. 20대의 가장 큰 관심사는 학교와 돈 그리고 사랑, 그 다음으로는

성적과 옷, 술, 인터넷, 졸업등이 뜻하는 그림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20대의 고민을 다르게 풍자한 그림처럼 보입니다.

 

 

 

어느 네일아트샵 앞에 그려져 있는 재밌는 그림 하나~

 

 

 

 

어느 집 주차장의 셔터문에 그려진 그림입니다.

우울한 청춘의 모습을 표현한 듯 보입니다.

 

 

 

역시 주차장 셔터문에 그려진 그림입니다.

백설공주를 죽이기 위해 찾아온 계모 왕비와 백설공주의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독이 든 사과 대신에 수류탄을 들고 있고, 그 수류탄을 만든 제조회사의 상표는

애플의 로고가 붙어 있네요. 미국의 경제적 힘의 논리앞에서 잔혹동화가 되어버린

우리나라의 현실을 표현한 그림처럼 보여지기도 합니다.

 

 

 

< 당신은 피터팬이었어요.>

이 문구가 의미심장하게 다가 옵니다.

한 때 우리는 누구나 환상과 모험을 동경하던 어린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그 동심의 세계를 잊고 산지 오래 되었지만요.

당신도 한 때 피터팬이었음을 기억하라는 이 한 마디가

괜한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더 많은 벽화들이 있었지만 이번엔 내 눈길을 잡아 끄는 벽화들만 카메라에 담아 왔습니다.

회기동 벽화거리의 그림들은 우리 시대의 자화상을 위트와 풍자를 섞어

다분히 해학적으로 표현한 그림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회기동 벽화거리는 앞으로 '스토리텔링 조성 사업'에 따라

3년에 걸쳐 더 많은 벽화들이 그려질 예정이라고 합니다.

서울의 새로운 명물이 될 곳이었습니다.

그렇게 회기동 벽화거리를 다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