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종임금의 비(妃), 정순왕후의 한이 서린 곳... 사릉(思陵)

2014. 3. 3. 08:33박물관.문화재

 

 

단종임금의 왕비였던 정순왕후가 묻혀 있는 사릉(思陵)을 다녀왔습니다.

오래 전부터 꼭 한 번 들러보고 싶었던 곳이었는데 오늘에서야 실천에

옮긴 것이었습니다.

버스에서 내린 뒤 입장료를 지불하고 천천히 사릉으로 들어섰습니다.

주말인데도 사릉은 인적도 없이 고요하기만 합니다.

 

 

 

능을 호위하듯 늘어선 소나무들 사이로 사릉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현충문 앞에서 바라본 사릉의 모습입니다.

 

 

 

 

정순왕후 송씨는, 열다섯의 나이로 당시 한 살 연하였던 단종과 혼인하여

왕비가 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단종이 세조에게 왕위를

찬탈당하고 상왕으로 물러남에 따라 정순왕후도 의덕왕대비로 봉해졌다고 합니다.

 

 

 

그러나 사육신 사건으로 인해 단종이 노산군으로 강등된 뒤 영월로 유배되자,

정순왕후도 부인으로 강봉되어 궁에서 쫒겨 나게 되었다고 합니다.

 

 

 

부인으로 강봉된 뒤 동대문 밖 초막에 기거하면서 남루한 삶을 살다가

8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세조는 말년에 정순왕후가 기거할 집과 식량을 주었지만 모두 뿌리치고

시녀들이 동냥해 오는 음식과, 말년엔 자줏물을 들이는 염색업으로 생계를

꾸렸다고 합니다.

 

 

 

사릉의 모습입니다.

전체적으로 능에 어울리지 않게 아담하고 소박해 보이는 모습입니다.

 

 

 

이 돌은 '예감'으로, 제향 후 축문을 태우는 함이라고 합니다.

예감의 뚜껑은 나무로 만들어지는 것이 보통이었으나 사릉에서는

돌로 만들어져 현재까지 남아 있다고 합니다.

 

 

 

날은 흐렸지만 바람 한 점 불지 않고 새소리만 고요한 정적을 깨뜨리고 있었습니다.

 

 

 

 

사릉의 전체 영역은 다른 능에 비해서 넓은 편은 아니었지만

울창한 소나무숲이 우거진 풍경은 꽤 운치가 있었습니다.

 

 

 

이미 사진작가분들이 이 소나무숲의 풍경을 찍기 위해 자주 들르는

명소 중의 한 곳이 되었다고 합니다.

 

 

 

정순왕후는 돌아가신 후에 장례는 대군부인의 예로 치러지고

묘가 조성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미 친정도 몰락한 후여서 단종임금의 누나였던 경혜공주의 시댁인

해주 정씨 묘역에 안장되었다고 합니다.

 

 

 

그 후 숙종임금대에 이르러 단종이 복위되면서 정순왕후도 부인에서

다시 왕후로 복위되고, 무덤도 능으로 격상되면서 사릉이라는 능호를

받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릉에는 다른 능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한 광경이 있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능이 조성되면 능역에 해당하는 곳의 모든 무덤들을

이장해야 했는데, 사릉에는 비각 뒷 편으로 지척에 여러 기의 무덤들이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능을 조성할 당시, 그동안 정순왕후의 무덤을 관리하고

더불어 제사까지 지내온 해주 정씨의 공로를 인정하여 무덤들을

이장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복위 되었다고 해서 정순왕후의 한이 조금이라도 풀린 것은

아닐 것입니다. 단종의 무덤인 장릉은 머나 먼 강원도 영월에 있어서

죽어서도 영영 만날 수 없는 처지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단종의 죽음을 전해들은 정순왕후는 매일 같이 산에 올라

단종의 유배지인 동쪽을 바라보며 구슬피 통곡했다고 합니다.

그 통곡소리가 산 아래 마을로 들려오면 마을 여인들도 함께

땅을 치고 가슴을 치며 함께 울었다고 합니다.

 

후세 사람들은 그녀가 통곡하던 산봉우리에 동망봉(東望峰)이란

이름을 붙이고 염색업을 하며 생계를 꾸렸던 골짜기를 자줏골이라

불렀다고 합니다.

 

단종의 능인 영월 장릉에는 이곳 사릉에서 옮겨간 소나무 한 그루가

자라고 있었는데, 사릉에도 장릉에서 옮겨온 소나무가 자라고 있었습니다.

그렇게나마 두 분의 한을 풀어 드리고 싶은 후세 사람들의 간절한

소망에서 비롯된, 염원과도 같은 소나무였을 것입니다.

 

그렇게 사릉을 다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