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알락나비와 여러 나비 이야기~!

2016. 7. 25. 08:00나비 이야기



흑백알락나비 여름형을 만났습니다.

흑백알락나비는 봄형과 여름형의 모습이 다른 대표적인 나비로,

봄형은 5월 초에, 여름형은 7월 중순 무렵 발생합니다.

천마산 임도에 내려 앉은 녀석의 모습을 만났습니다.




























봄형과 여름형을 비교해 놓은 모습입니다.

봄형의 모습은 대부분 흰빛이 강한 편이지만, 여름형은 검정색이 강하고

호랑나비에 가까운 모습입니다.






























나비들 중에는 흑백알락나비처럼 1년에 두 번 발생하는 나비도 있지만

딱 한 차례 모습을 보였다가 사라져 버리는 나비들도 많습니다.

애호랑나비와 쇳빛부전나비, 모시나비 등은 봄날 한 철 모습을 보였다가

사라져 버리는 나비들이며, 은판나비와 왕오색나비, 대왕나비 등은

여름 한 철 모습을 보였다가 사라지는 나비들입니다.


우리가 가장 흔히 만날 수 있는 호랑나비나 흰나비, 노랑나비 등은

1년 중 여러 번 '한살이'를 되풀이하는 편이라, 이른 봄부터 늦가을 무렵까지

그 모습을 만날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의외로 다른 나비들에 비해 꽤 오랫동안 나비의 모습으로 활동하는

녀석들도 있습니다. 여름에 발생하여 나비의 모습 그대로 겨울을 넘긴 뒤에

이듬 해 봄까지 활동하다가 번식을 하고 사라지는 나비들이 있습니다.

약 8개월에서 길게는 10개월 정도까지 나비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편이니

나비 세계에서는 장수하는 편에 속합니다.

멧노랑나비나 네발나비, 신선나비 종류들이 그런 나비들에 속합니다.





대왕나비 한 마리가 먹이를 찾기 위해 땅바닥을 열심히 기어 다니고 있는 중입니다.

7월 초에서 8월 초 무렵까지 여름 한 철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녀석들입니다.

길어야 겨우 한 달 정도를 나비로 살고 나머지 시간은 알과 애벌레로 더 오랜

시간을 보내는 편입니다.




나비가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자랑하는 시간은 불과 며칠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우화해서 세상에서 모습을 보이는 순간부터 나비도 치열한 생존 경쟁에

휘둘리게 되는 것입니다.

주변의 수많은 천적들로 부터 위협을 받고 안으로는 종족 번식을 위해

같은 수컷들과도 끝없는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깨끗한 모습으로 세상에 나온 뒤에 천적들의 공격이나 수컷들과의

영역 다툼, 또는 자연적인 이유들로 나비들은 급격히 낡아 버립니다.

날개 윗면의 곱던 무늬는 색깔이 퇴색되거나 희미해지고 날개 가장자리는

찢어지고 떨어져 나간 모습이 됩니다.




이 대왕나비도 아직은 품위를 잃어버린 것은 아니지만, 이미 날개가 제법

상해있는 편입니다.

 

 

 

 

옆에서 바라보니 낡은 모습이 더 확실하게 보입니다.

그러나, 이 정도면 아직 양호한 편입니다.

 

 

 

 

대왕나비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천마산 고뫼골 약수터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약수터 주변을 오가고 있는 중입니다.

대왕나비는 다른 나비에 비해 사람들을 덜 무서워하고 까칠하지 않은 편이어서

사진 찍기가 비교적 쉬운 편입니다.

먹이에 정신이 팔리면 코앞까지 카메라가 다가가도 꿈쩍않고 앉아 있기도 합니다.

대왕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배짱이 크거나 간댕이가 부은 것이지요ㅎㅎ

 

 

 

 

왕오색나비도 화려하던 시절을 다 보내고 많이 낡아버린 모습입니다.

날개짓도 동작도 힘겨워 보일 정도입니다.

 

 

 

 

언젠가 이렇게 땅바닥에 내려앉은 나비를 찍고 있는데 마침 길을 지나던 등산객이

나비가 왜 땅바닥에 내려 앉아 있는 지를 묻더군요.

나비는 모두 꽃을 향해 날아들거라는 우리의 상식과는 다르게 일부 나비들은

꽃이 아닌 이렇게 땅바닥이나 동물의 배설물, 썩은 과일, 동물의 시체, 또는

참나무의 진액을 빨아 먹기 위해 더 많이 날아들곤 합니다.

 

 

 

땅바닥에 내려앉는 나비들은 주로 깊은 숲속에 살고 있는 나비들로

드물게 피어나는 꽃을 두고 경쟁하기 보다는 차라리 다른 먹이를 선택한 것이

아닐까...하는 추측이 들더군요.

주로 미네랄을 섭취하기 위해 땅 위로 내려앉는다고 합니다.





이 녀석은 오색나비입니다.

황오색나비와 흡사한 모습이지만 미세한 무늬의 차이로 구분되며

개체수 또한 흔하지 않은 편입니다.

처음 녀석을 만났다는 반가움도 잠시, 이미 많이 낡아버린 모습이었습니다.











그래도 덩치가 큰 나비들은 그나마 나은 편입니다.

덩치가 작은 부전나비들은 더 기막힌 모습이 됩니다.

때로는 그 모습이 너무 낡아서 어떤 나비인지를 알아보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아래 사진들은 천마산에서 만난 부전나비들의 모습입니다.




시가도귤빛부전나비는 날개가 꽤 많이 찢어져 있습니다.

보기에도 안쓰러울 정도입니다.





담흑부전나비는 꼬리부분의 날개가 심하게 찢겨져 나간 모습입니다.






물빛긴꼬리부전나비도 꼬리 부분의 날개가 많이 찢어진 모습입니다.






담색긴꼬리부전나비는 그나마 나은 모습이지만, 그래도 이미 많이 낡은 모습입니다.






부전나비들이 유독 꼬리 부분이 많이 찢겨져 있는 것은 생존전략과 관계가

있다고 합니다.

부전나비들은 사진을 찍기 위해 다가서면 아랫 날개를 유난히 비벼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아마 위협을 느끼면 본능적으로 취하는 행동으로 보이더군요.

아랫날개를 비벼대는 것은 천적으로 하여금 날개 뒷부분을 머리로 착각하게

만드는 일종의 위장술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천적이 날개 뒷부분을 공격하면 날개는 찢어지는 대신, 생명은 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힘없고 약하며 작은 부전나비가 살아 남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 녀석은 공중에서 파리매의 공격을 받아 목숨을 잃고 말았습니다.

나비도 늙으면 동작이 느려지는데, 힘없이 날아오르다가 파리매의 공격에

속절없이 당하고 말더군요.

하지만, 젊은 나비들은 잠자리나 파리매의 공격에 쉽게 당하지 않는 편이었습니다.

천적의 연이은 공격에도 요리조리 잘도 피하며 날아가는 모습을 여러 번

목격한 적이 있었습니다.











요즘 들어 나비들의 숫자가 많이 줄어들고 있다고 합니다.

정확한 수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비를 따라다니는 사람들의 이야기로도

나비의 숫자가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합니다.

환경의 문제인지, 아니면 우리가 모르는 다른 이유가 있는 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이런 저런 개발로 인해 나비들의 서식지가 사라져 버린 것도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일 것입니다.

얼마 전, 강원도의 어느 산으로 작은표범나비를 만나러 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 나비들을 만난 장소는 숲 한가운데에 만들어져 있는 헬기장이었는데

그 넓지않은 장소에 수십 마리가 날아다니고 있는 광경을 보곤 깜짝 놀랐더랬습니다.

어쩌면, 나비들에게 필요한 공간은 그리 넓지 않을 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간섭하지 않고 무심코 내버려둔 작은 공간이 오히려 나비들에겐

천국과도 같은 공간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지나친 제초작업과 제초제를 뿌리는 대신, 어떤 공간은 자연을 위해

한번쯤은 무심히 내버려 두는 것도 우리가 자연에게 주는 가장 특별한

선물이 될 수도 있습니다.

나비의 애벌레가 나뭇잎을 갉아 먹고 더러는 농작물을 갉아 먹다보니

어느 백과사전에는 해충으로 기록되어 있기도 하더군요.

하지만, 나비의 애벌레는 우리가 좋아하는 새들의 소중한 먹이가 되고

또 아름다운 나비로 탈바꿈해서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합니다.

모든 것을 사람의 기준이 아닌, 자연의 기준으로 바꾸어 바라본다면

아름다운 자연은 여전히 그 모습 그대로 우리 곁에 머물고 있을 것입니다.





이 나비는 물빛긴꼬리부전나비입니다.

그동안 이 나비를 꼭 만나보고 싶었는데, 뜻하지 않았던 곳에서 여러 마리를

만났습니다. 비록 깨끗한 모습은 아니지만 반가움에 모두 사진에 담아 보았습니다.





























7월 어느 날에 만난 나비들의 모습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