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2. 5. 23:35ㆍ추억 이야기
모처럼 일찍 퇴근한 날, 무료한 마음에 이곳 저곳을 뒤적이다가
장농 깊숙히 틀어 박혀 있던 앨범을 발견하곤 무심코 꺼내서 펼쳐본다.
내가 이 앨범을 제대로 펼쳐 본 것이 아마 십년은 더 된 듯도 싶다.
먹고 사는 일에 바빴거나, 아니면 굳이 꺼내보고 싶지 않았거나...
그 앨범 속의 사진들을 보며 추억을 되새김질 해보다가
문득 디카를 꺼내들고 몇장의 사진을 디카로 옮겨 보기로 한다.
앨범 속에만 묻어 두기엔 아까운, 그리운 사람들의 이름을
다시 한번 불러 보고 싶었다.
내겐 워낙 소중한 사람들이었으므로...
이 사람... 이름은 '김용철'.
친구라는 이름으로 내 가슴에 가장 큰 흔적을 남긴 사람...
이 사진은 1989년 초봄의 어느날 새벽에 춘천의 물안개를 보기 위해
청량리역 앞에서 총알택시를 타고 달려간 뒤,
이른 아침 춘천의 어느 선술집에서 소주를 마시며 찍은 사진이다.
큰 키에 부리부리한 눈과 짙은 눈썹, 반곱슬 머리에 너무나도 미남이었던 사람...
하지만 마음속에 간직한 슬픔이 너무 컸던 사람...
그로부터 3년 뒤 오토바이 사고로 영영 내 곁을 떠났지만
여전히 내겐 가장 사랑했던 친구로 마음속에 남아 있는 사람...
당신과 함께 했던 시간들은 내 평생의 그리움이 되었습니다.
김형... 하늘 나라에서 잘 지내고 계시지요?
이 친구... 이름은 '유득현'.
스무살 시절 부산의 어느 한 회사에서 만나
그 시절의 낭만과 추억을 고스란히 함께 공유했던 친구이다.
남자치곤 얼굴이 얼마나 예뻤던지 요즘 시대에 내놓아도
꽃미남 소릴 충분히 들었을 친구...
나와 함께 걸을 땐 늘 내 손을 잡고 걷길 좋아했고
활짝 웃는 모습이 바다빛 만큼이나 상큼해 보였던 친구...
이 사진은 1983년 5월경 부산 다대포에 있던 회사 기숙사 앞 화단에서
함께 찍은 사진으로, 군대 입대를 위해서 퇴사를 앞두고 있던
나를 위로하기 위해서 찾아와 함께 찍은 사진으로 기억한다.
이후로도 우린 꽤 오랫동안 안부를 전하며 살았고 일년에 한두번은
꼭 얼굴을 보며 살았는데, 그러나 2009년 초에 녀석은 췌장암으로
먼저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내가 인생의 힘든 시기를 겪느라 몇해 동안 녀석과 연락을 취하지 못하고
살 무렵에 녀석의 병은 악화 되었고, 연락을 받고 내려간 대구의 한 병원에서
초췌해진 녀석의 얼굴을 난 금새 알아 볼 수가 없었다.
녀석의 손을 잡고 난 울었다... 너무 늦게 와서 미안하다고...
내 눈물을 보며 녀석은 오히려 나를 안심시켰다.
이까짓 병 금새 나을거라고, 걱정말라고...
그렇게 소중하기 그지없는 친구 하나가 또 내 곁을 떠난 것이다.
내 결혼식날, 셋이 함께 사진을 찍을 기회가 있었다.
지금은 나 혼자만 덩그마니 남게 되었지만...
그러나 내 인생에 가장 소중한 추억을 선물해준 두 친구에게
나는 늘 감사하며 살고 있다. 이 두 친구도 내가 자기들이
못다한 생의 몫까지 열심히 살아 주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물론 꼭 그렇게 살아 가겠지만...
이 사진은 회사 야유회에서 동료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다.
아마 1983년의 봄, 내가 스물두살 되던 해가 아니었나 싶다.
배경이 된 장소가 밀양의 표충사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저 시절에는 나도 머리를 참 많이 길렀던 모양이다.
맨 왼쪽에 서 있는 사람은 나보다 형이었던 사람이었는데
성씨는 기억이 나질 않고 이름이 '도출'이었던 것만 기억이 난다.
그 다음 사람이 '권경괄'형이었는데, 나와 술을 참 많이도 마셨던 형이었다.
나는 술자리에서 저 형의 세상 살아온 이야길 듣는 것이 정말 재미가 있었었다.
지금은 어디에 계실까? 물론 잘 살고 계시겠지만...
맨 오른쪽에 서 계신분은 '정원문' 조장님으로,
나에겐 하늘처럼 높고 존경스러운 분이셨었다.
십년전쯤에 찾아 뵈었을 때, 회사를 정년 퇴직하셨다는 얘길 들었었는데
지금도 건강하게 잘 계시는지... 다시 한번 더 찾아 뵐 기회가 있을지...
약속은 할 수 없으나 꼭 한번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꼭 건강하세요!
이 사진은 군대시절, 그러니까 전투경찰 신분으로 부산의
309전경대에서 근무하던 시절의 사진이다.
뒤에 크리스마스 트리가 장식되어 있는 것으로 봐선 아마 12월 말경의
겨울이 아니었나 싶다. 이름이 가뭇해진 사람들도 있지만
그러나 여전히 생생히 기억되는 사람들이 더 많다.
뒷줄 맨 왼쪽에 서 있는 사람은 '이길하'수경.
(전경은 계급이 수경,상경,일경.이경으로 나뉜다) 나와 친했던 고참으로
제대후에 내가 이 사진을 편지로 보내주었던 기억이 있다.
그 다음이 나. 아마 저때의 계급이 상경이었으리라...
그 다음 사람이 '박노주'수경. 멋진 꽃미남에 운동을 잘하던 고참이었었다.
그 다음이 '박용덕'수경. 그 다음이 가뭇하지만 '최용준'수경으로 기억한다.
그 다음이 나보다 7기수 아래 졸병 이었던 '김상범'상경,
그리고 앞줄 왼쪽이 나와 가장 친한 졸병이었던 '정정환'일경,
그 다음이 '신무하'일경. 이 친구와는 십여년쯤에 인터넷으로
전화번호를 찾아서 잠시 통화를 했던 적이 있었다.
그 다음 맨 오른쪽이 '김현철'일경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들 잘 살고 있겠지? 저 사람들도 나를 기억하고 있을까?
이미 까마득히 잊힌 사람이 되었을까?ㅎㅎ
이 친구, 윗 사진에서 아랫줄 맨 왼쪽에 앉아있던 친구다.
군대 시절 나와 유난히 친했는데, 물론 나보다는 한참이나 아래 졸병이었었다.
유난히 기억에 남아서 꼭 한번 다시 만나보고 싶다는 소망이 있지만,
도저히 찾을 방법이 없는 친구이다.
내가 이 친구에 대해서 아는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익산(옛 지명은 이리)에 아버지가 계시고 제대하면 어쩌면
아버지가 계신 익산으로 가게 될거라는 이야기만 기억할 뿐,
나머지 이 친구를 찾을 수 있는 아무런 단서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이 친구가 제대를 앞둘 무렵에 내가 부대로 전화를 걸었고
그래서 제대후에 부산에서 잠시 소주 한잔을 나눈 것으로 다시는
이 친구의 소식을 찾을 수가 없었다.
'정정환'... 내가 이 친구의 이름을 기억하듯,
이 친구도 내 이름 '서대홍'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을까?
그리고 군대 시절 이야길 할때면 꼭 내 이름을 한번쯤 끄집어 내 줄까??
이 친구외에도 꼭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 여럿있다.
창원 경륜장에서 경비대장으로 근무하고 계신다던 당시의
소대장님이었던 '노장석'경사님. 청주 국민연금공단에서 근무하고
있는 '허무흥'수경. 이 분은 나와 비슷한 이미지 때문에 닮았다는
소릴 무척이나 많이 들었었다. 그리고 청주의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뺀질이 '고영구'수경... 그리고 '이민'수경...
살아가면서 그리운 사람들만 점점 더 늘어나나 보다...
이 사람의 이름은 '홍진국'. 내가 파주에 있는 '크라운베이커리'
본사에서 근무할 때 나와 가장 친했던 사람이었다.
동갑내기에 둘 다 술을 좋아했던 터라, 그야말로 소문난 콤비중의 콤비였었다.
이 사진은 회사 동료들과 함께 강화도에 있는 마니산 등산을 다녀오는 길에
찍은 사진이다. 공수부대 중사 출신의 강철 같은 체력과 세상의 두려움을
모를것 같은 시원시원스런 성격, 그리고 잘생긴 얼굴까지,
그래서 이 친구 주변에는 늘 사람들이 붐비는 편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친구도 회사를 그만두고 나역시 회사를 그만두고 파주를 떠나오면서
연락이 끊어졌지만 언제고 꼭 다시 한번 보고 싶은 얼굴중 한 사람이다.
잘살고 있는지, 아이들은 잘 컸는지... 나와 함께 즐겼던 소주맛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지 궁금해지는 것이다.
앨범속엔 단 한장뿐인 돌아가신 아버지의 사진도 있었다.
저 사진을 찍었을 때의 아버님 연세가 어떻게 되셨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마 지금의 내 나이쯤이었을 것으로 짐작한다.
아버님이 서 계신 곳은 시골집에서 마당 한켠에 소를 매어놓던 마장터로
송아지를 낳은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기념으로 찍은 사진으로 추측이 된다.
어미소가 혹 송아지에게 해코지라도 할까봐 아버지를 머리로 밀어내려
애쓰는 모습도 사진에 고스란히 찍혀있다.
사진의 뒷 배경을 보니 때는 아마 초봄이었나 보다.
텃밭에 심어둔 뽕나무에 연두색 새순이 돋고 있고, 탱자나무 울타리에도
제법 초록이 물들어 가고 있는 걸 보면...
어머니의 사진도 있었다.
시골집 마당 한켠에 심어져 있던 모란꽃 뒤에서 당시 중학생이었을 것으로
짐작되는 막내동생과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아마 저때 어머님 연세가 갓 쉰은 넘으셨을 것으로 짐작된다.
어머님은 아버님이 돌아가신 후, 집안 텃밭에 꽃나무 심기를 즐기셨는데
봄이면 여러가지 꽃들이 피어나는 우리집을 동네 사람들은 꽃집이라고 부르기도 했었다.
가난한 집으로 시집와서 고된 시집살이를 겪어내고 주정뱅이 남편마저
떠나보낸 뒤에야 비로소 홀가분해진 마음으로 잊고 있었던 여자의 모습을
꽃나무를 심으시면서 찾고 싶으셨던 것은 아니었을까?
어머님은 작은 눈을 평생 컴플렉스인양 삼고 살으셨다.
가만히 있으면 눈을 뜨고 있는지 감고 있는지 분간이 되지 않을만큼 눈이 작으셨는데,
그런 눈에 얽힌 에피소드를 재미삼아 우리에게 자주 들려주시곤 하셨었다.
아마 요즘 세상에 태어나셨으면 필히 쌍꺼플 수술을 하고 말았을 것이다.
저 사진을 찍은 이후로 20여년을 더 사시다가 돌아가셨는데,
그동안 계속 천식을 앓으셨으니 어쩌면 저 사진은 그래도 어머니가
가장 이쁘셨던 시절의 사진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훌쩍 자라서 큰 아들이 24살, 작은 아들이 22살로
징그럽도록 다 커버린 모습이 되었지만, 두 녀석도 한때는
저렇게 귀여운 어린아이였던 때가 있었다.
큰 애가 다섯살, 작은 애가 세살 무렵쯤 아니었을까...
이 두 녀석이 자라는 동안, 나는 이마에 세월의 주름을
하나씩 그려가며 그만큼 늙어지고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니
괜한 쓸쓸함이 밀려오는 건 왜일까...
그리고, 현재... 지금 나에겐 또 다른 친구들이 내 곁을
지켜주고 있다. 산처럼 멋있고 넉넉한 친구 '김창회'
내가 열심히 살아야 할 또 다른 이유 하나를 안겨준,
내 인생의 울타리가 되어준 친구이다.
그리고 '이문주'... 나보다 나이는 두살 어리지만
그야말로 허물없이 지내는 친구이다.
일주일에 두어번은 꼭 만나서 술을 즐기기도 하고
해박한 지식으로 빚어내는 논리정연한 그의 말솜씨는
내 머릿속의 청량제가 되어 주기도 한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
세상에서 가장 귀엽고 이쁜 사람!
지금 내 인생중 최고의 행복인 사람!
추억보다 현재가 훨씬 더 아름다운...
그래서, 인생이여~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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