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1. 1. 08:35ㆍ여행 이야기
백양사를 돌아나오면서 네비가 알려주는 전주 전동성당 까지의 거리는
약 한 시간이 조금 넘는 정도였다. 그렇다면 서두르지 않아도 햇살이 은은하게
저녁 하늘을 물들일 즈음에 충분히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고속도로를 벗어나 전주 시내로 접어 들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시내는 생각보다 혼잡했고 또 해가 많이 짧아져 있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백미러로 저녁 노을이 어둠에 묻혀 가는 것을 조급한 마음으로 바라보며
전동성당에 도착했을 땐 이미 어스름이 완전히 내려앉은 밤이었다.
그냥 돌아가기가 섭섭해진 우리는 결국 의도하지 않았던 야경이라도 카메라에
담아보기로 결정을 하고 말았다.
그나마 아직 남아있던 저녁 빛을 배경 삼아 찍어본 전동성당의 전경~
이미 가로등이 환하게 성당을 비추고 있었다.
예수님의 모습 너머로 두둥실 떠있는 반달~
전동성당은 서울의 명동성당, 대구의 계산성당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성당에 속하는 건물이라고 한다.
그 규모와 외형이 웅장하면서도 무척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건물이었다.
성당 옆의 성모 마리아상~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모습이다.
전동성당이 세워진 곳은 조선시대 최초의 천주교 순교터로, 정조 15년(1791)
윤지충과 권상연이 이곳에서 천주교 신자로는 처음으로 처형되었으며
그 후 순조 원년(1801)에 호남의 첫 사도였던 유항검과 윤지헌등이 이곳
풍남문 밖에서 박해를 받고 처형되었다고 한다.
성당 뒷편에 세워져 있는 피에타상~
십자가에 못박혀 죽은 예수를 무릎에 안고 슬퍼하는 성모 마리아의 모습을
표현한 조각으로, 미켈란젤로의 조각을 본뜬 모습이었다.
달빛을 받고 있는 조각의 모습~
전동성당은 순교자들의 뜻을 기리고자 1908년 프랑스 신부인 보두네가
건립에 착수하여 우여곡절 끝에 7년만인 1914년에 외형공사를 마쳤다고 한다.
그 후 모든 시설을 완비하고 축성식을 가진 것은 1931년으로 완공하기 까지
23년이 걸린, 보두네 신부의 필생의 노력으로 이루어낸 성당이라고 한다.
어둠이 완전히 성당을 덮고 서녘 하늘에 푸른빛만 조금 남아 있을 뿐이었다.
때문에 세세한 성당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 없는 것이 아쉬울 뿐이었다.
환하게 조명을 받고 있는 성모 마리아상~
전동성당은 태조 이성계의 영정을 봉안하고 있는 '경기전'과
도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었다.
전주 한옥마을의 테두리 안에 속해있는 건물로, 박신양과 전도연이
주연한 영화 '약속'의 촬영지로도 사용된 적이 있다고 한다.
달을 배경으로 찍어본 예수 평화상~
예수님의 머리 위에 후광처럼 뜬 달~!
예수 평화상 앞에는 어떤 아가씨가 한참을 그대로 앉아 있었다.
담장 밖에서 바라본 전동성당의 모습~
전동성당을 둘러보는 동안 문득 영화 쿠오바디스(Quo Vadis)가 떠올랐다.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네로황제의 탄압을 피해 로마를 떠나던 베드로 앞에
환영처럼 나타난 예수를 향해 베드로가 던진 질문이다.
예수가 답하길 <네가 버리고 온 로마에 가서 내가 다시 십자가에 못 박히리라.>
결국 베드로는 다시 로마로 돌아가 십자가에 거꾸로 못박힌 채 생을 마감한다.
어쩌면 천주교의 불모지였던 이 땅에 첫 순교의 피를 뿌린 윤지충과 권상연,
그리고 박해로 인해 숨져간 모든 신도들 역시 베드로와 같은 심정이었거나
또한 추앙받아 마땅한 것은 아닐까...!
전동성당의 야경에 취해본 어느 가을의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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